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간 단일화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윤 후보는 전날(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지난 금요일 저녁 급하게 택시를 탔을 때다. 조용히 가고 싶었던 바람과는 달리, 한적한 시간대에 만난 손님이 반가우셨는지 기사님이 말을 걸어왔다. 건네는 말에 무심할 수 없어 짧게 대답을 한 것이 기사님의 흥을 돋웠다. 말은 흐르고 흐르다 자연스럽게 ‘정치’로 향했다. 대선을 앞두고 본인의 생각과 철학을 강하게 어필했다. 채 얼마 듣지 않고도 기사님의 생각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기사님은 소위 말하는 ‘정권 교체론자’였다.

그는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막기 위해선 ‘야권 단일화’가 필수라고 역설했다. 지지율에서 박빙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야권이 힘을 합쳐서 정권 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는 강한 ‘염원’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속사포처럼 몰아친 대화의 내용을 다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으나, 짙은 이미지 하나는 분명히 남았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 사이에선 이러한 감정이 공유되고 있겠다는 생각이다.

기사님의 기대와는 달리 주말 사이 야권 단일화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전날(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권을 부여받은 실무진들이 만나 단일화 논의를 했고 합의 직전까지 들어갔으나 최종적으로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단일화 협상 ‘일지’도 공개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무언의 시그널을 내비친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힘의 태도에 국민의당은 다시 반발했다. 당장 윤 후보의 기자회견이 진의를 ‘왜곡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협상에 나서긴 했지만 국민의힘의 말처럼 ‘전권 대리인’이라는 개념은 아니었고, 국민의힘이 본인들을 협상 상대자로 존중하려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단일화 가능성을 확실하게 끊어버렸다고도 강조했다.

상황은 매번 도돌이표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당 내 배신자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두고서도 양측은 진실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양측의 신경전도 점차 노골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문자폭탄’을 보내고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지난한 공방 속에서 누가 더 잘못했나를 따지는 것이 더이상 무의미해 보인다. 그간 보여준 단편적인 행보만 엮어보더라도 이들에겐 정치적 명분과 실리 계산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말로는 ‘정권 교체’를 앞세우고 있지만, 그 누구도 움직일 생각없이 소리만 요란한 형국이다. 중요한 건 그러는 사이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답답함도 늘어만 가고 있다는 점이다. 입버릇 처럼 ′대의′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누구든, 무슨 결단이든 내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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