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뜨겁다. 이해관계자의 각 입장도 확고해 어느 한 쪽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원유가격이 연관된 만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정부가 낙농제도 개편 방안을 제시한지 벌써 1년이 흐른 가운데 교착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정부‧낙농가‧유업체의 각 입장이 확고해 협의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놓고 정부 vs 낙농가 갈등 왜?

정부는 지난해 낙농산업 제도개선에 개입했다. 2년 전부터 계속됐던 낙농제도 개편 논의에서 낙농가와 유업체가 날 선 대립을 보인 데 따른 행보였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에서 5차에 걸쳐 의견을 수렴한 결과 원유가격 결정구조를 현행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낙농산업은 △쿼터제 △생산비 연동제 △정부의 차액보전을 주축으로 유지되고 있다. 생산비 연동제는 원유의 가격을 생산비 증감에만 연동해서 조정하는 방식으로 음용유 소비 감소가 계속되면서 공급측면의 가격인상 요인만을 반영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대안으로 제시된 용도별 가격차등제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음용유는 현재 수준의 가격에, 가공유는 더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될 경우 지난 1월 발표된 수정안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도입 첫해에 낙농가는 유업체에 △음용유를 1,100원으로 190만톤 △가공유를 800원으로 20만톤을 공급한다. 다음해부터 음용유는 5만톤씩 줄이고 가공유는 10만톤씩 점차 늘린다. 유업체는 정부 지원금을 통해 가공유를 리터당 600원 수준으로 구매하게 된다.

농식품부가 제시한 개편 방안의 바탕에는 지난 20년간 위축돼온 낙농산업이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마시는 우유 소비는 2001년 36.5kg에서 20년 뒤 32.0kg으로 감소한 반면, 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는 유가공품을 포함한 전체 유제품 소비는 같은 기간 동안 22.2kg 증가했다.

국내외 원유 가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산 생산 원유는 수요가 줄어드는 음용유 중심으로 공급되고, 수요가 늘어나는 유제품은 대부분 수입으로 충당되고 있다. 이로 인해 원유 자급률은 지난 20년간 29.2%p 하락했다. 농식품부는 현재 상황에선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유지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 낙농제도 개선방안 합의, 1년째 제자리걸음

이에 정부 주도의 낙농제도 개선방안이 마련됐지만 이해관계자 간의 입장차가 첨예해 정부와 낙농가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낙농가의 95%가 속해있는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정부가 제시한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대해 △쿼터를 삭감하겠다는 의미 △낙농가 수입 줄어들 것 △제도 도입 시 유업체가 구매량을 지키지 않을 것 등의 이유로 제도 도입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와 관련해서 △쿼터는 제도로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거래되므로 정부가 임의로 감축 불가 △정책 목표는 우유의 국내 생산량을 늘리는 것 △유업체와 협약서 체결하고 예산 지원해 구매 물량 담보할 것 등의 반박입장을 제시했다.

낙농가의 반대와 정부의 설득은 지난 1년 간 계속돼왔다. 하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농가에서 정부 안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 농가에서의 생산량을 고려해 가격을 측정하고 있는 건데 쿼터가 삭감된다고 오해하더라. 소득이 줄어든다고 생각해서 반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우유, 돌연 ‘목장경영자금 지원’ 결정… 혼란 가중

정부와 낙농가 간의 대립에 원유가격 결정일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우유가 지난 16일 대의원 총회를 통해 낙농가에 월 30억원 규모의 목장경영 안정자금 지원을 의결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놓고 서울우유가 사실상 원유 1리터당 58원을 인상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농식품부는 서울우유의 이번 결정에 대해 원유 공급자와 수요자가 자율적으로 시장수요‧생산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별도의 정부 지원 없이 구매 가능한 범위에서 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우유가 자율적으로 가격결정을 한 만큼 현재 도입 추진 중인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더라도 서울우유에 의무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낙농가에 지급한 지원금에 대해 “목장이 사료 구입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어려운 상황을 돕고자 배정한 지원금”이라며 “원유가격은 지금도 산정 체계를 준용하고 있고, 합의가 이루어지면 따를 계획”이라 설명했다.

이어 서울우유에 제도 적용을 강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추후에 제도가 확정이 되면 내부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지난 21일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정부에 정리된 입장과 함께 협의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낙농제도 개편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낙농가의 반발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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