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성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 초대 본부장, 2년의 소회
“소상공인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머스트(must)’ 된 건 가장 큰 변화”

김현성 전 본부장은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지원’이라는 소극적 개념에서 벗어나,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이라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념을 도입했다. “소상공인 스스로 디지털 경제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사진=김경희 기자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소상공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소상공인디지털본부가 생긴 운명적인 물음이다. 이 물음을 푸는 게 우리 본부의 일이다.” 소상공인디지털본부의 초대 본부장을 맡은 김현성 전 본부장은 지난 2년간 이 물음을 잊지 않았다고 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소상공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소상공인디지털본부가 생긴 운명적인 물음이다. 이 물음을 푸는 게 우리 본부의 일이다.”

2021년 1월,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소상공인디지털본부’라는 이름의 부서를 신설했다.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별도 부서를 만든 건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처음이다. 그간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판로지원 사업에 주력하던 데에서 나아가, 소상공인을 디지털 경제의 중심에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겼다.

초대 본부장을 맡게 된 김현성 이사의 취임 일성은 단호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상임이사로 이름을 올린 지 100일 만에 신설 부서의 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지만, 두려움 보다는 자신감이 더 컸다.

목표는 정확했고, 전략은 거침없었다. 거창한 표어 대신, 실질적인 변화에 방점을 뒀다. ‘소상공인’을 디지털 경제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매순간 물음표를 꺼내며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렇게 땀 흘린 2년. 그는 ‘운명적인 물음’을 풀었을까.

‘소상공인들은 왜, 디지털 경제를 어려워할까.’ 김현성 전 본부장은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소상공인들은 왜, 디지털 경제를 어려워할까.’ 김현성 전 본부장은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 ‘디지털 혁신가’에게 던져진 운명적인 물음

“소상공인디지털본부의 닻을 올리고 항해를 하는 동안 ‘물음표’의 연속이었다. 끊임없이 반문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2년의 소회를 요약하자면,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느낌표(!), 한계 또한 체감했다는 점에서 말줄임표(…) 정도랄까?”

김현성 전 본부장은 지난 2년여의 시간을 이렇게 평가했다. 가시적인 성과만큼이나 아쉬움 또한 적잖다는 뜻으로 읽혔다.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은 현재진행형이니 ‘마침표(.)’는 아직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분명한 것은 “어제보다 나아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장사는 목’이라 믿는 그들에게 ‘디지털 경제’는 낯설고 거부감 드는 세상임이 당연했다.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소상공인들은 왜, 디지털 경제를 어려워할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문화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600만에 달하는 소상공인들은 이 같은 변화에 더딘 이유를 찾아야 했다.

김 전 본부장은 ‘관점’에 원인이 있다고 봤다. ‘디지털 경제’는 어렵고 부담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통적인 대면 영업방식에 익숙한 소상공인들에게 라이브커머스나 온라인쇼핑몰이 ‘만만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게 급선무였다.

◇ ‘지원 대상’서 ‘경제 주체’… 패러다임의 변화 주도

“당장 ‘프레임’부터 바꿨다.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지원’이라는 소극적 개념에서 벗어나,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이라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념을 도입했다. 단순히 ‘지원’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소상공인 스스로 디지털 경제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디지털 경제’의 개념부터 제대로 알리기로 했다. 주요 포털사이트나 SNS 상에서 언급되는 13억건의 키워드를 분석해 리포트(‘디지털 경제 백신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 사업엔 KT가 함께 했다. 리포트엔 디지털 비즈니스의 트렌드와 관련 정보를 다양하게 담았다. 트렌드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가능성과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김 전 본부장의 생각이었다.

김현성 전 본부장은 ‘디지털 경제’의 개념부터 제대로 알리기 위해 주요 포털사이트나 SNS 상에서 언급되는 13억건의 키워드를 분석해 리포트(‘디지털 경제 백신 리포트’/사진)를 발간했다. / 중소기업유통센터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없애기 위해 웹 접근성도 높였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공영 플랫폼 ‘가치삽시다’를 과감하게 개편했다. 기존 온라인몰 중심으로 운영되던 ‘가치삽시다’는 온라인 시장 진출에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위한 통합포털’로 바꿨다. 디지털 전환을 꿈꾸는 소상인을 위한 비서역할을 자청했다. 웹툰이나 동영상 콘텐츠를 통해 온라인 시장 진출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고, 전국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지원사업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해 디지털 활용도를 높였다. 인플루언서와 접점도 넓혀 소상공인 간 거점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구독경제 산업과 소상공인 연계 협력 방안을 찾는데도 힘을 쏟았다. 지난해 말부터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을 정리해서 뉴스레터(소포·소상공인 포스트) 발송을 시작했다. 방역지원금 신청 안내부터, 대출, 세금, 마케팅 노하우까지 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들만 추려서 서비스한다. 일종의 비서이자, 먹고 살기 바쁜 소상공인들을 위해 직접 상을 차려주겠다는 취지다.

김 전 본부장은 “가끔은 절망의 순간도 있었지만 ‘소상공인이 있어 우리가 있다’는 뜻을 세우고 ‘소상공인이 있다. 디지털로 잇다’는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이라는 땀을 흘렸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유통센터
김 전 본부장은 “가끔은 절망의 순간도 있었지만 ‘소상공인이 있어 우리가 있다’는 뜻을 세우고 ‘소상공인이 있다. 디지털로 잇다’는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이라는 땀을 흘렸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유통센터

중소기업유통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 활용도 극대화했다. 소상공인이 스마트 기술 활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확실히 인식하게 된다면 디지털 전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믿어서다.

온라인 판매 경험조차 없는 소상공인을 위한 초·중·고급 과정의 이론 교육을 비롯해, 손쉽게 라이브커머스를 제작할 수 있는 실습 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원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쳤다. 1대1 맞춤 컨설팅을 통해 온라인 채널(인터넷쇼핑몰·라이브커머스 등) 진출도 적극 도왔다. 소상공인들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영업방식과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에 모든 역량을 집결했다.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위해 담론장(‘디지털 전환 포럼’)을 활성화한 것도 의미 깊은 행보 중 하나다. 생업의 현장에서 부대끼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이 처한 현실 속에서 실제 필요한 정책이나 지원책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얘기를 나누고 머리를 맞댔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소상공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소상공인디지털본부가 생긴 운명적인 물음이다. 이 물음을 푸는 게 우리 본부의 일이다.” 소상공인디지털본부의 초대 본부장을 맡은 김현성 전 본부장은 지난 2년간 이 물음을 잊지 않았다고 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김현성 전 본부장은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지원’이라는 소극적 개념에서 벗어나,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이라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념을 도입했다. “소상공인 스스로 디지털 경제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사진=김경희 기자

◇ ‘소상공인’과 함께 한 2년, 가능성을 봤다

숨 가쁘게 달려온 2년. 성과가 적지 않다.

일단 예산이 크게 늘었다. 2년 전 500억원 수준이던 예산은 추경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1,000억원대로 증가했다. 정부가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이 아닌,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으로 개념을 확대한 것도 꽤 뿌듯한 성과 중 하나다.

가장 큰 변화는 소상공인들의 ‘인식 전환’이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시행중인 사업에 지원하는 소상공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 예전엔 지원만 하면 선정이 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면 이젠 평균 경쟁률이 3대 1 이상”이라는 게 김 전 본부장의 설명이다.

소상공인들의 자발적 움직임은 그들이 느끼는 ‘필요성’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변화의 속도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긴 했지만, 적극적인 정책으로 생태계 연착륙을 유도한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역할도 크다.

“이전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정도였다면 이제는 ‘반드시 해야 한다’로 바뀐 것을 체감한다. 어렵고 멀게만 느꼈던 디지털 전환이 그들에게 ‘머스트(must)’가 된 건 내가 취임한 이후 가장 큰 변화다.”

그는 지난 9월 27일 퇴임식을 끝으로 소상공인디지털본부의 방향키를 넘겼다. 사진은 이날 김현성 전 본부장의 퇴임식 모습. 정진수 중소기업유통센터 사장이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며 축하 꽃다발을 건넸다.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쓰인 만년필 선물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으라’는 뜻으로 새기고 있다. / 사진제공=김현성
그는 지난 9월 27일 퇴임식을 끝으로 소상공인디지털본부의 방향키를 넘겼다. 사진은 이날 김현성 전 본부장의 퇴임식 모습. 정진수 중소기업유통센터 사장이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며 축하 꽃다발을 건넸다.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쓰인 만년필 선물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으라’는 뜻으로 새기고 있다. / 사진제공=김현성

그는 지난 9월 27일 퇴임식을 끝으로 소상공인디지털본부의 방향키를 넘겼다. 하지만 물음은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 2년의 시간동안 가능성과 희망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 2년은 뜻, 땀, 때의 시간이었다. 뜻을 세우고, 땀을 흘리는 사람만이, 때를 만들 수 있다는 ‘뜻·땀·때’의 루틴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끔은 절망의 순간도 있었지만 ‘소상공인이 있어 우리가 있다’는 뜻을 세우고 ‘소상공인이 있다. 디지털로 잇다’는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이라는 땀을 흘렸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디지털 상공인의 때(시대)를 만들어 왔다. 사과 속 씨앗은 셀 수 있지만, 씨앗 속 사과는 셀 수 없는 것처럼 분명 내일은 오늘 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게 변함없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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