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지원 정책, ‘생존·유지’에서 ‘성장’으로 관점 바뀌어야
‘총수요 창출’ ‘플랫폼 공정화’… 정부, 적극적 지원정책 필요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 김현성 전 본부장은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연착륙을 위해선 ‘보호’와 ‘성장’이라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 김현성 전 본부장은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연착륙을 위해선 ‘보호’와 ‘성장’이라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소(小)상공인.’ 사전적 의미는 ‘상시 근로자의 수가 5인 이하인 사업자’를 뜻한다. 하지만 김현성 전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은 ‘작다(小)’는 데 의미를 뒀다. 단어 자체가 품고 있는 것처럼 ‘작고 여린’ 사업자들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보호’와 ‘성장’이라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고 여린 존재는 보호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이들이 안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장치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와 함께, 자생력을 키워주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맞춤형·성장형 정책으로의 전환 필요

김 전 본부장은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소상공인’을 시혜의 대상이 아닌, ‘디지털 경제의 주체’로 둬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상유지’에 초점이 맞춰진 지원책은 성장형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획일화된 지원이 아니라 대상과 업종에 따라 맞춤형 지원이 돼야 한다. 소상공인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외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갖추는데 정부의 지원책이 집중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생산이 아닌 ‘소비’의 영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공장을 지어주기 보다, 마케팅이나 판로 유통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수요가 없는 생산은 의미가 없어서다.

‘유지’ 위주의 지원 정책은 한계가 있다. ‘맞춤형 성장 정책’과 함께 플랫폼 기업의 독점문제에 대한 규제, 총수요 창출 등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 게 김 전 본부장의 생각이다. / 사진=김경희 기자
‘유지’ 위주의 지원 정책은 한계가 있다. ‘맞춤형 성장 정책’과 함께 플랫폼 기업의 독점문제에 대한 규제, 총수요 창출 등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 게 김 전 본부장의 생각이다. / 사진=김경희 기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예로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6,000억달러(2020년 기준 약 690조원) 규모에 달하는 미 연방 정부의 제품을 구매·조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시장에서 미국산 비율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바이든은 취임 직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수요 창출을 해주는 셈이다.

김 전 본부장은 ‘바이 아메리칸’이 던지는 메시지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총수요 창출이야말로 디지털 경제 시대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백신”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한 그다. 이런 연장선에서 보면 윤석열 정부가 첫 예산에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소비의 통제력이 커진 디지털 경제 시대에 건강한 시장의 촉진자로써 정부의 역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업이 지역화폐 사업이다.

‘플랫폼 경제’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잊지 않았다. 그는 “생산과 유통, 소비시장의 소비자 패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플랫폼’ 경제에 적극 개입할 것”을 주문했다.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이 정보 불균형을 낳고, 이는 결국 규모의 경제에 취약한 소상공인들의 자생력을 약화시킨다고 봐서다.

김 전 본부장은 ‘디지털 상공인 운동’도 펼치겠다고 했다. 디지털 상공인을 위해서 살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 사진=김경희 기자
플랫폼의 공격적인 성장은 소비자가 아닌, 다수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생산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김 전 본부장 역시 지난 2년의 시간을 소상공인과 보내면서 가장 뼈아프게 느낀 지점이라고 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소상공인들은 본인이 의지만 있으면 스스로 적극적으로 디지털 마켓 내에서의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일종의 ‘디지털 마켓 상권 분석 사이트’ 같은 친절한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플랫폼들이 그것을 독점하고 있다. 데이터를 독점하는 플랫폼 사업자와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간에는 심각한 정보 불균형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이나 플랫폼의 이런 횡포에 소상공인은 맞서기가 쉽지 않다. 정보 불균형을 감내하는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에게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김 전 본부장의 지적대로 플랫폼의 공격적인 성장과 역할 확대에 걱정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많다. ‘중개’ 역할에 그쳐야 할 플랫폼이 제조업에까지 나서는 걸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미국의 FTC 위원장인 리나 칸은 플랫폼 사업자가 제조업을 운영하는 것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에 투자하는 것에 규제를 한 금산분리와 같이 플랫폼 사업자가 제조업에 투자하는 것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날선 비판도 있다.

과거 소수의 생산자가 담합을 통해서 다수의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공정거래의 룰을 만들었다. 디지털 경제 시대는 다수의 생산자와 다수의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연결돼 있다. 소비자에게는 가격적 이익을 준다는 이유로 다수의 생산자의 공정성과 이해가 침해되는 사례가 있다. 이것 또한 공정거래의 룰로 다뤄야 한다. 플랫폼의 공격적인 성장은 소비자가 아닌, 다수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생산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김 전 본부장 역시 지난 2년의 시간을 소상공인과 보내면서 가장 뼈아프게 느낀 지점이라고 했다.

◇ 총수요 창출과 플랫폼 규제, 정부 적극 나서야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규제하고 법률화해야 된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은 사실 소상공인이 ‘주인공’이라기보다 ‘착취’의 구조로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플랫폼과의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어떻게 바꿔 나가느냐가 소상공인 디지털 생태계 연착륙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윤 정부가 말하는 ‘민간 주도의 역동적 경제’, 그 ‘민간’에 소상공인이 포함돼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사실상 그렇지 않다고 본다. 현재 생산자, 특히 소상공인에게 불공정성과 착취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플랫폼들에게 어떤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다.” / 사진=김경희 기자
“윤 정부가 말하는 ‘민간 주도의 역동적 경제’, 그 ‘민간’에 소상공인이 포함돼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사실상 그렇지 않다고 본다. 현재 생산자, 특히 소상공인에게 불공정성과 착취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플랫폼들에게 어떤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다.” / 사진=김경희 기자

대안도 제시했다. 소상공인에게 집단적 협상권을 부여해야 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정 소상공인이 함께 플랫폼에 협상을 요구하면 플랫폼이 의무적으로 협상에 응하게 하는 것 또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의 데이터를 공공적 목적으로 사용하게 할 방법은 없는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동반성장지수처럼 ‘플랫폼 상생지수’를 만들고, 플랫폼 업계의 상생 수준을 평가하여 계량화한 지표를 정기적으로 산정·공표함으로써 플랫폼과 소상공인·중소기업 간 상생을 촉진하는 것도 실효성있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플랫폼과의 관계 설정은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에 상당히 중요한 가치와 방향이 돼야 한다. 앞으로의 디지털 경제는 누군가가 독식하는 플랫폼 경제가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이익을 나누는 프로토콜 경제를 지향해야 한다. 최근 토마토라는 동네슈퍼를 연결하는 플랫폼은 프로토콜 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B마트가 동네 골목상권을 죽이는 방식으로 거점을 만들어 가면서 퀵커머스 시장을 만들었다면 토마토는 B마트가 직접 만들었던 거점을 동네 슈퍼를 활용한 것이다. 디지털이 오래된 동네슈퍼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디지털을 기술혁신의 관점이 아닌 사회혁신으로 활용한 좋은 사례가 아닐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디지털 경제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강한 시장 지배력이 형성되면서 시장을 독점·통제할 가능성이 큰데, 사실상 ‘자율규제’가 되면 힘 있는 강자 중심으로 시장질서를 공고히 하는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강자 중심의 ‘약육강식’ 경제의 시대가 불가피하다.

“윤 정부가 말하는 ‘민간 주도의 역동적 경제’, 그 ‘민간’에 소상공인이 포함돼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사실상 그렇지 않다고 본다. 현재 생산자, 특히 소상공인에게 불공정성과 착취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플랫폼들에게 어떤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다.”

김현성 전 본부장은 ‘디지털 상공인 운동’도 펼치겠다고 했다. 디지털 상공인을 위해서 살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 사진=김경희 기자
김현성 전 본부장은 ‘디지털 상공인 운동’도 펼치겠다고 했다. 디지털 상공인을 위해서 살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 사진=김경희 기자

◇ “디지털 상공인 위해 살겠다”

2년간의 여정을 마무리 한 김 전 본부장은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일단 제주에서 한달살이를 계획하고 있다. 그간 소홀했던 주변을 챙길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책도 낼 예정이다. 11월 제주에서 원고를 마무리한 뒤 2023년 1월 신년 화두처럼 발간할 예정이다. 새로운 김현성의 뜻·땀·때가 담길 예정이다. ‘디지털 상공인 시대’에 정부와 대기업, 소상공인이 해야 할 역할과 전망을 다뤘다. 그가 생각하는 디지털 상공인 시대의 미래도 가감없이 털어냈다. 지난 2년간,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를 이끌며 느낀 소회를 충분히 담을 예정이다.

‘디지털 상공인 운동’도 펼치겠다고 했다. 디지털 상공인을 위해서 살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핵심 슬로건은 ‘지·산·지·소’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의미다. ‘지산지소’의 ‘지’는 △지역의 ‘지’ △글로벌의 ‘G(지)’ △지능·지식의 ‘지’라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쉽게 말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지능적이고, 스마트하며, 글로벌하게 소비시키자는 정신이다.

디지털 상공인 운동의 정신인 ‘지산지소’는 지역 소멸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상공인이 아니라 지역의 디지털 상공인들의 디지털 경쟁력을 키워주는 데 앞으로 적극 나설 계획이다.

“무엇을 하든, 변함없는 원칙은 뜻·땀·때의 루틴이다. 다음 행보도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세운 뜻과 흘린 땀이 씨앗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남은 시간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해준 2년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책은 앞으로 시간에 대한 지도가 될 것이다. 배가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존재의 이유가 아니듯, 나의 본격적인 항해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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