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태동한 공공배달앱은 여전히 갈 길이 먼 모습이다. /뉴시스
배달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태동한 공공배달앱은 여전히 갈 길이 먼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배달앱 업계는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각종 논란 또한 끊이지 않았다. 특히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은 업계 전반에 상당한 논쟁과 갈등을 몰고 왔고, 그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상생’을 앞세워 태동한 공공배달앱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어느덧 2년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그 존재감은 여전히 미약하기만 하다.

◇ 배달앱 문제 대안으로 태동한 공공배달앱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온 배달앱 업계는 한편으론 여러 논란을 불러왔다.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수수료로 대표되는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비용부담 가중 문제다. 배달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가중되고, 이것이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 또한 키운다는 지적 및 불만이 확대된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특히 주요 배달앱 업체가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섰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면서 더욱 커진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대안으로 등장한 것은 바로 ‘공공배달앱’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상생’을 앞세워 선보인 공공배달앱은 자영업자에겐 낮은 수수료를, 이용자에겐 지역화폐를 통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었다.

군산시가 2019년 개발에 착수해 이듬해인 2020년 3월부터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큰 화제를 모으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전국 각 지자체로 빠르게 확산됐다. 여기엔 선거철을 맞은 정치권에서 앞다퉈 관련 공약이 쏟아진 것도 상당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공공배달앱이 태동한지 2년여가 지난 지금 공공배달앱은 기대에 부합하며 업계 전반에 건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을까.

지난 21일, 경기도 산하 기관인 경기도주식회사는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총 누적 거래액 2,2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0년 12월 출범 이래 만 2년도 지나지 않아 이룬 성과이자, 총 누적 거래액이 2,100억원을 돌파한 이후 한 달여 만에 2,2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주식회사는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9월, 서울시는 공공배달앱 차원으로 선보였던 ‘제로배달 유니온’의 연간 총 매출액(거래액)이 출범 2년 만에 6배나 증가하고, 0.7%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도 3%까지 확대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서울시는 출범 초기 3만여개에 불과했던 가맹점이 8월 말 기준 5만6,000여개로 1.8배 증가했고, 2020년 58억원 수준이었던 연간 거래액도 올해는 8월까지 343억원으로 6배 증가했으며, 시장점유율 역시 2020년 0.72%에서 2021년 1.53%, 올해 3.0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제로배달 유니온의 성과를 조명했다.

군산시 역시 지난 7월 최초 공공배달앱 타이틀을 달고 있는 배달의 명수가 2년 3개월 만에 누적 거래액 200억원을 넘어섰다고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도 각 지자체의 공공배달앱은 최근 월드컵 및 연말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9월 서울시가 발표한 제로배달 유니온의 성과. 초기에 비해 가맹점수와 거래액 등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시장 전체적으로 봤을 땐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다. /서울시
지난 9월 서울시가 발표한 제로배달 유니온의 성과. 초기에 비해 가맹점수와 거래액 등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시장 전체적으로 봤을 땐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다. /서울시

◇ 성과 강조하지만… 미약한 시장 내 입지, 전망도 ‘물음표’

하지만 전체 배달앱 시장에서 공공배달앱이 차지하는 존재감은 여전히 미약하기만 하다. 

먼저, 각 지자체가 공공배달앱의 성과로 내세운 것들을 되짚어보면 대부분 누적 매출액이나 매출액·가맹점수 증가폭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시장 전반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아닌 ‘우물 안 성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각 지자체 및 기관의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제로배달 유니온은 월간 40억원대, 배달특급은 월간 100억원대의 거래액을 기록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배달의 명수 같은 경우, 누적 거래액을 해당 기간으로 나눠보면 월간 거래액이 평균 7억원대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국내 배달앱 시장의 월간 거래액 규모는 2조원을 훌쩍 넘는다. 

배달앱 시장 및 공공배달앱 특성상 정확한 비교가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공공배달앱의 시장 내 입지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가 성과라며 제시한 제로배달 유니온의 점유율 ‘3%’도 시장 전체에서는 아주 작은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다수 업체가 점유율을 분산하고 있는 것이 아닌, 3개 업체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 상황에 비춰보면 3%라는 수치는 더욱 작게 느껴진다. 이마저도 다른 지자체들의 공공배달앱은 점유율이 1%대로 추정되거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처럼 공공배달앱이 2년여 간 뚜렷한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한편으론 지속가능성을 향한 물음표도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거제시는 지난해 3월 경남지역 최초로 선보였던 공공배달앱 ‘배달올거제’를 다음달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여러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운영했던 띵동과 춘천시의 ‘불러봄내’와 대전시의 ‘부르심’ 등의 공공배달앱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사업을 종료한 바 있다.

군산시의 배달의 명수는 지난 9월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으로부터 사업을 폐지하라는 권고를 받으며 존폐기로를 마주하기도 했다. 지자체가 직접 공공배달앱을 개발·운영하는 것은 민간서비스 영역 침해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이에 군산시는 배달의 명수를 산하시관인 군산상권활성화재단으로 이관해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는 상태다.

공공배달앱 운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최근 배달앱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고, 물가 상승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시장 규모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은 점유율이 낮은 군소업체들에 더 큰 여파를 줄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다. 공공배달앱의 핵심 기반 중 하나인 지역화폐에 대해 정부가 최근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도 공공배달앱을 둘러싼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태동한 지 2년여, 공공배달앱은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근거자료 및 출처
‘배달특급’ 누적 거래액 2,200억 달성…“상생 위해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2022. 11. 21. 경기도

서울시, 제로배달 유니온 출범 2년…가맹점 2배, 매출 6배 증가

2022. 9. 21.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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