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 입법 리포트’는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기획기사 코너입니다. 법안의 주요 내용과 쟁점을 분석하고, 통과 시 국민에게 가져올 변화를 알기 쉽게 전달합니다.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이 법을 더 잘 이해하고, 법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전해지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방송4법’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모두 통과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은 야당의 수적 우위로 일단락됐다. 이제 대통령의 시간이다. 행정부 수반인 윤석열 대통령이 해당 법안을 수용하면 입법되지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폐기된다. 이미 21대 국회에서 있었던 사실이다.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방송4법’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현행 ‘방송4법’은 수직구조
공영방송(公營放送)의 핵심가치는 공정성과 독립성이다. 이유는 공영방송이 정치적・사회적・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적 영향력과 책임이 더욱 강조된다(98헌바70).
최근 더 강조되는 책임은 ‘정치적 독립’이다. 정치적 독립이 담보되지 않으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고 공정성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외압이 있었음을 폭로한 KBS 보도국장의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그 밖에 집권세력과 관련된 비리 의혹에 대해 소극적으로 보도한다거나, 특정 정책사업 홍보에 앞장선다거나, 정권에 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이 갑자기 폐지되는 등 공영방송이 정치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사례들은 다분하고, 또한 현재도 진행중이다. 공영방송이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지속돼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방송4법’ 개정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이라 불리는 ‘방송4법’은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욱방송공사법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KBS, MBC, EBS,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된 법률이다.
현재 ‘방송4법’은 사실상 대통령의 지배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방송통위원회(이하 ‘방통위’)부터 살펴보면, 방통위법 제5조에 따라 방통위원은 위원장 포함 총 5인으로 구성된다. 5인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3인 중 1인은 여당, 2인은 야당이 추천한다. 사실상 방통위원 5인 중 3인 이상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임명될 수 있는 구조다.
방통위는 방통위법 제13조에 따라 방통위원 2인 이상이 요구하면 방통위 회의를 개최할 수 있고, 상정된 안건은 재적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하다. 특히 방통위는 KBS, MBC, EBS의 이사 추천 및 감사 임명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수 있다. 다만 방통위가 각 공영방송의 이사를 추천하는 근거는 법률이 아닌 국회의 관례를 따른다. 여야를 기준으로 △KBS 7대4 △MBC 6대3 △EBS 6대3이다. 즉, KBS 이사회는 방통위가 여당에서 7명 야당에서 4명을 추천받아 대통령에게 추천한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의해 방통위 위원이 구성되고, 각 공영방송사의 이사진도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결국 집권세력이 지배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마디로 수직적 관계다(대통령-집권여당-방통위-이사-사장). 공영방송에 대해 현재의 법률적 환경은 ‘정치 종속적’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 국회 문턱 넘은 방송4법
국회는 그 해결 방안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 봤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방송4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우선 ‘방송3법’ 개정안(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욱방송공사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理事)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한 직능단체 등에 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방통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방송3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영방송 3곳(현재 △KBS 11명 △MBC 9명 △EBS 9명)의 이사 수는 각각 21명으로 확대한다. 이사 21명을 구성하는 추천단체는 △국회 5명(교섭단체 의석수 비율)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6명(EBS는 학회 3명+교육단체 2명+교육감협의회 1명 / 학회는 방통위가 선정) △시청자위원회 4명 △방송기자연합회 2명 △한국피디연합회 2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2명이다. 이는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정치권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개정안은 밝히고 있다.
또한 각 공영방송의 사장은 국민들이 직접 공사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이사회는 사장 임기만료 90일 전까지 성별·연령·지역 등을 고려해 10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이하 ‘사장추천위’)를 꾸린다. 사장추천위는 3명 이하의 후보자를 복수로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는 특별다수제와 결선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사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공영방송의 사장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선출하겠다는 취지라고 개정안은 설명하고 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방송4법’은 대의민주주의를 잘 반영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공영방송의 이사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과 지역성 그리고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 각계의 목소리다. 다만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언급됐듯이 국민의힘이 지적한 부분도 객관적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의 이사 추천 주체가 대부분 친민주당 성향이라 편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만이 답인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지난 21대 국회를 처음 통과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은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폐기됐다. 다시 22대 국회에서 ‘방송4법’으로 통과되며 대통령의 선택에 맡겨졌다. 하지만 다시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
극한 정치적 대립 속에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공영방송’ 문제에 대해 핵심가치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과연 ‘공영방송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그것이다. 실제 언론을 통해서 수없이 공영방송이란 표현이 언급되고 있지만 ‘방송4법’ 어디에도 ‘공영방송’에 대한 법적 정의는 없다.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여야가 치열하게 대치하였음에도, ‘그래서 공영방송이 무엇인가’란 물음에는 누구도 명쾌하게 답하지 못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공영방송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법률 규정되지 않는 한 지지부진한 논쟁은 계속될 수 있다”며 “법률로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어렵다 할지라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영방송 개념 정립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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