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신설은 선거철 자주 등장하는 공약이다. 지역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민들에게 마을버스는 필수재이자 민심이다. 하지만 대체 교통수단으로 인해 이용객 감소, 유류비 상승, 인건비 상승 등 운송원가 상승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며 마을버스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 사진=시사위크, 그래픽=이주희 기자
마을버스 신설은 선거철 자주 등장하는 공약이다. 지역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민들에게 마을버스는 필수재이자 민심이다. 하지만 대체 교통수단으로 인해 이용객 감소, 유류비 상승, 인건비 상승 등 운송원가 상승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며 마을버스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 사진=시사위크, 그래픽=이주희 기자

시사위크=김두완·정소현·권신구 기자  선거철, 항상 등장하는 공약이 있다. 마을버스 신설 공약이 그 예다. 지역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후보자들이 자주 내세운다. 그만큼 주민들에게 마을버스는 필수재이자 민심인 셈이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용객 감소, 유류비 상승, 인건비 상승 등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마을버스가 사라지기도 한다. 마을버스가 처한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현실은 어떤지 살펴봤다.

◇ 정보공개 청구로 본 마을버스 현주소

마을버스운송사업은 대부분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확히는 ‘재정지원형 민영제’다. ‘민영’은 버스 자산의 소유와 관리·운영을 민간사업자가 담당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에 더해 ‘재정지원형 민영제’는 버스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부분적으로 적자노선 운영에 정부 및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럼 마을버스에 대한 재정지원은 얼마나 될까.

‘시사위크’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17개 시도 및 기초 자치구를 대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다. 재정지원금 현황 자료를 공개한 지자체는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강화군) △광주시 △대전시 △울산시 △경기도(도 포함 자치시 20곳) △강원도 △전북(완주군, 전주시) △경북(14곳) △경남(7곳) △제주도 등이다.

공개된 자료를 취합한 결과 2023년에 투입된 재정지원금 총액은 약 2,180억원이다. 2022년 대비(2,030억원) 7.5% 증가한 규모다. 해당 총액은 취합된 자료만 합산한 금액으로, 국민의 세금이 마을버스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지원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해 서울시의 경우 △마을버스 483억원(139개 업체) △시내버스 8,915억원(65개 업체)의 재정이 투입됐다.

17개 시도 및 기초 자치구를 대상으로 마을버스 재정지원금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다. 재정지원금 현황 자료를 공개한 지자체는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강화군) △광주시 △대전시 △울산시 △경기도(도 포함 자치시 20곳) △강원도 △전북(완주군, 전주시) △경북(14곳) △경남(7곳) △제주도 등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17개 시도 및 기초 자치구를 대상으로 마을버스 재정지원금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다. 재정지원금 현황 자료를 공개한 지자체는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강화군) △광주시 △대전시 △울산시 △경기도(도 포함 자치시 20곳) △강원도 △전북(완주군, 전주시) △경북(14곳) △경남(7곳) △제주도 등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각 지자체가 마을버스를 지원하는 근거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0조(재정지원)와 각 지자체에서 개별 제정한 조례다. 대체적으로 △환승할인에 대한 손실 보조 △청소년 요금할인 결손보전 △유가보조금 △관내 적자업체 재정지원 등을 지원 이유로 들고 있다.

또한 지역 자치구의 경우에는 농촌형 교통모델 지원, 벽지·산간 지원 등의 명목으로 정부와 지자체 등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형태도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마을버스를 지원하는 것은 △교통 사각지대 해소 △교통약자 보호 △교통복지 등의 취지다. 그래서 민영제지만 재정적자를 지원한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버스 업체들의 어려움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의 한 마을버스 조합 관계자는 “시에서 환승(할인)금에 대한 손실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100% 지원이 아니라 50%만 지원한다”며 “다시 말해 100원의 손실이 나면 100원을 주는 것이 아니라 50원만 주고 나머지는 업체가 부담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자 운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 재정지원금 중단… 멈춰 선 마을버스

실제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마을버스 업체는 지원금이 끊기며 존폐 위기에 놓였다.

광주시 광산구 응암공원에서 720번 버스를 만났다. 현수막 시위를 진행중이었다. 현수막에는 “마을버스도 법적 대중교통. 전국적 지원이 있는데… 왜!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없나요? 즉시 지원하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 사진=시사위크
광주시 광산구 응암공원에서 720번 버스를 만났다. 현수막 시위를 진행중이었다. 현수막에는 “마을버스도 법적 대중교통. 전국적 지원이 있는데… 왜!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없나요? 즉시 지원하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 사진=시사위크

광주광역시 광산구에는 석봉운수와 광산버스, 2개 운수업체가 각각 노선을 나눠 일대를 운행하고 있다. 석봉운수는 700번·701번 버스를, 광산버스는 720번 버스를 운영 중이다. 이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소외지역을 돌며 주민들의 중요한 교통수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지난 2023년부터 지자체에서 받는 지원금이 상당 부분 줄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720번 버스는 재정 지원을 호소하는 현수막을 부착한 채 운행 중인 상황이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도 현수막 시위는 진행중이었다. 현수막에는 “마을버스도 법적 대중교통. 전국적 지원이 있는데… 왜!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없나요? 즉시 지원하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720번 버스 종점(응암공원)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어렵게 만난 운전기사는 그간의 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인터뷰를 주저하던 A기사는 자신이 몰고 온 720번 버스를 가리키며 “봐라. 승객이 한 명도 없다. 이런 데 운영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A기사는 답답한 지 담배 한 대를 꺼내 물며 “광주시에서 지원이 끊기고 광산구라도 지원을 해주면 좋은데 어렵다고 해서 지원을 받지 못하니 정말 상황이 안 좋다”며 “버스를 타보면 알겠지만 승객은 거의 없는데, 하루 운행하면 유류비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한숨을 토해냈다.

또 다른 노선도 사정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700번 마을버스 종점은 찾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심지어 정류장 표지판은 페인트칠이 다 벗겨지고 낡아 노선도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특히 불법 주차된 차들 때문에 정작 정류장의 주인공인 마을버스는 도로 가장자리에 비스듬히 정차해야 했다. 결국 해당 도로를 지나는 일반 승용차는 중앙선을 침범해 지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700번 마을버스 종점은 찾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심지어 정류장 표지판은 페인트칠이 다 벗겨지고 낡아 노선도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특히 불법 주차된 차들 때문에 정작 정류장의 주인공인 마을버스는 도로 가장자리에 비스듬히 정차해야 했다. 결국 해당 도로를 지나는 일반 승용차는 중앙선을 침범해 지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 사진=시사위크
700번 마을버스 종점은 찾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심지어 정류장 표지판은 페인트칠이 다 벗겨지고 낡아 노선도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특히 불법 주차된 차들 때문에 정작 정류장의 주인공인 마을버스는 도로 가장자리에 비스듬히 정차해야 했다. 결국 해당 도로를 지나는 일반 승용차는 중앙선을 침범해 지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 사진=시사위크

광산구청 교통정책팀장은 “2022년도에 마을버스 적자가 발생해 광주시가 70%, 광산구가 30%를 각각 부담해 지급하도록 했다”며 “하지만 자치구마다 여건이 달라 어려움이 있으며, 민영제 버스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부분 또한 애로사항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 공영제 이후 승객·기사 만족도↑… 달리는 마을버스

반면 마을버스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완주군에서는 대조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완주군은 2021년 6월부터 마을버스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공영제 실시 당시 지역에서 발생했던 버스 결행과 무정차 등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군이 독자적인 버스노선을 확보해 군민 수요에 맞춰 마을버스를 운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공영제 도입 이후 순차적으로 노선이 확대됐으며, 특히 군민들은 일반·학생·현금·카드 구분 없이 500원으로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완주군은 2021년 6월부터 마을버스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공영제 실시 당시 지역에서 발생했던 버스 결행과 무정차 등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군이 독자적인 버스노선을 확보해 군민 수요에 맞춰 마을버스를 운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공영제 도입 이후 순차적으로 노선이 확대됐으며, 특히 군민들은 일반·학생·현금·카드 구분 없이 500원으로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사진=시사위크
완주군은 2021년 6월부터 마을버스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공영제 실시 당시 지역에서 발생했던 버스 결행과 무정차 등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군이 독자적인 버스노선을 확보해 군민 수요에 맞춰 마을버스를 운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공영제 도입 이후 순차적으로 노선이 확대됐으며, 특히 군민들은 일반·학생·현금·카드 구분 없이 500원으로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사진=시사위크

완주군의 마을버스는 이름부터 친숙하다. 완주 마을주민들이 부르면 달려간다는 뜻으로 ‘부름부릉’ 마을버스다.

완주군 삼례역 기점에서 만난 마을버스 B기사는 “마을버스 운전이 즐겁다”고 말했다.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은 대부분 노인과 어린이, 장애인이고 같은 노선을 반복적으로 운행하다 보니 일정한 시간에 늘 같은 사람을 마주친다고 설명했다. 

시내버스를 운전하다가 정년퇴임하고 부름부릉 마을버스로 재취업했다는 C기사는 군에서 직접 관리하니까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마을버스 요금이 저렴해서 주민들이 부담 없이 이용하는 것 같아 모두가 윈-윈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정류장에서 만난 초등학생 학부형은 “공영제 시행 이후 요금이 확 줄었다”며 “기존 (시내버스) 1,5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던 대중교통이 500원 마을버스로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편 도로망이 잘 발달돼 있는 서울 도심에서도 마을버스가 새롭게 개통하기도 했다. 서울시 송파구가 바로 그곳이다. 송파구는 2022년 12월 처음으로 마을버스가 생겼다. 당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과 지하철 연장개통 등 주변 교통 여건 변화로 마을버스의 필요 요청이 급증했다. 이에 민선 8기 공약으로 ‘마을버스 신설’을 정하고 조례 제정, 차고지 확보 등의 절차를 거쳐 마을버스가 개통하게 됐다.

사실 마을버스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다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재정지원금에 비해 마을버스의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결국 마을버스를 민간사업자에게 의존하는 ‘민영제’ 방식의 경쟁체제가 교통 사각지대 해소라는 역할을 담당하는 마을버스의 가치와 일치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