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제갈민 기자 경기도 파주시는 2020년 10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마을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파주시는 준공영제 도입을 계기로 안정적인 운행률이 유지되고 운수종사자 근무환경과 처우가 개선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이전보다는 여건이 나아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 파주 마을버스 준공영제 도입 후… “안전 최우선, 과속운전 사라져”
기자는 지난달 29일과 이달 3일, 파주시 야당역, 운정역, 금촌역, 월롱역 등 주요 전철역과 연계되는 마을버스 노선을 운행하는 운전기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을버스 기사들은 준공영제 도입 후 ‘격일제’에서 ‘1일 2교대’로 변경된 것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경력 14년차 마을버스 기사인 김영식(가명·65) 씨는 “전에는 하루 종일 일하고 다음날 쉬고 하는 격일제로 근무해서 힘들었다. 이제는 1일 2교대로 일하고 있어 근무피로도가 훨씬 완화됐다. 임금도 이전보다는 더 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나친 ‘승객 태우기 경쟁’이 사라지고 안전운행에 집중하게 된 것도 장점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이전에는 승객 확보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심지어 승객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시말서를 쓰는 회사까지 있다는 소문도 들어봤다. 경쟁이 있다보니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빨리 태우려고 과속하거나 신호위반을 해 위험한 상황이 있기도 했다. 준공영제가 도입되고 나서는 그런 압박은 사라졌다. 안전운행을 최우선에 두게 됐다. 회사에선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하게 운행하는 것에만 최대한 신경써달라고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일부 마을버스를 탑승해 운영 서비스를 살펴본 결과, 무리한 승객 태우기나 과속운전 등의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021번 마을버스도 그러했다. 월롱역 인근 정류장에서 탑승한 021번 마을버스는 주말 오후임에도 승객들로 혼잡했다. 021번 마을버스 버스기사는 기자가 손잡이를 잡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린 뒤 차량을 천천히 출발했다. 이후 탑승하거나 하차하는 승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등 친절한 서비스도 돋보였다.
승객이 대부분 하차해 한산해진 틈에, 버스기사인 A씨에게 준공영제 도입 이후 변화에 대한 질문을 건네자 “이전보다는 훨씬 좋아졌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임금이 이전보다는 나아졌고 1일 2교대로 변경돼 근무환경도 좋아졌다. 차도 대형 전기차로 바뀌어 운전하기 편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파주시가 마을버스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교육에 다녀왔다는 점을 알리며 “좋았다”는 짤막한 평을 내렸다.
◇ 임금 처우 개선… “1일2 교대제 전환, 근무 피로도 완화”
파주시에서 운영되는 마을버스는 중소형부터 대형차까지 크기와 형태가 다양했다. 시내버스 크기에 준하는 대형 전기버스 마을버스도 볼 수 있었다. 파주시 관계자는 “준공영제 도입 후 대형 전기차도 마을버스에 도입했다. 이전에는 마을버스에 저상버스가 없었는데, 전기버스가 도입되면서 저상버스도 도입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준공영제가 마을버스 기사 취업 배경 중 하나였다고 설명한 이들도 여럿 만났다. 마을버스 084번 기사 이광우(74) 씨도 이 중 한 명이었다.
이씨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파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했다. 2022년 버스 운전자격을 취득했다는 이씨는 서울이 아닌, 파주 마을버스기사에 지원한 배경에 “파주 마을버스 쪽에 공공버스가 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안정적이겠다 싶어 이쪽에 취업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교통소외지역을 오가는 도시형교통모델 마을버스 노선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현재 근로환경에 만족감을 표했다. “승객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게 즐겁다”는 그는 승차하는 승객들 모두에게 인사를 건냈다.
입사 4개월차 신입 기사인 이진섭(35) 씨도 “물류회사를 다니다가 준공영제 도입 소식을 듣고 이직했다. 격일제 근무 형태에서 1일2교대로 전환됐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버스 쪽으로) 넘어왔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준공영제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이전보다는 나아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야당역 인근에서 마을버스에 탑승한 허정환(23) 씨는 “배차간격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전보다는 줄어든 것 같다”며 “과속운전은 거의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정역 인근 정류장에서 만난 김판임(76) 씨는 “시간되면 버스가 딱 오고, 운행대수도 많아진 것 같다”며 “기사들의 옷차림도 단정해졌다”고 평했다. 70대 한 주민은 “준공영제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감사하게 잘 타고 있다. 기사님이 친절해서 좋다”고 말했다.
파주시가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는 만 4년이 넘어섰다. 파주 마을버스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힘들었을 때, 도입이 돼 다행이었다. 시도 재정적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행정 의지가 있어, 도입이 됐다. 준공영제 도입으로 무리한 승객확보 경쟁이 사라지고 운행사원 처우가 이전보다 개선될 수 있었던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 ‘적정 표준운수원가’ 찾기 딜레마
다만 안정적인 인력 수급과 운행을 위해선 마을버스 현실에 맞는 운수원가 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준공영제 도입으로 다양한 지침이 생기면서 운영 관리가 굉장히 까다로워졌다”며 “업무는 늘었는데 운영 관리직원·정비직 인건비, 예비차 운영 보조 기준이 타이트하게 산정돼 있어 운영에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속적인 운전기사 이탈을 막기 위해선 장기적으론 인건비도 시내버스에 준하는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 주장도 나왔다.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운전기사는 평균 월급 기준으로 100만원 이상의 격차가 난다. 근로여건과 처우에도 차이가 크다. 시내버스를 운전하다 정년퇴직한 뒤 재취업했다는 한 마을버스 운전기사는 “시내버스 기사 처우와 비교하면 차이는 크다. 임금도 그렇지만 적절한 휴식공간도 없어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올해부터 시내버스에도 준공영제 도입을 결정하면서 마을버스 업계에선 대규모 인력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시는 2년마다 전문기관의 용역을 거쳐 재정지원 기준이 되는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고 있다. 표준운송원가는 버스 1대당 1일 운송비용을 표준화한 것으로, △연료비 △인건비 △정비비 △보험료 △차고지 관리비 △버스 운송 이윤 등을 고려해 산출된다. 파주시 관계자는 “원가에 대해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운수업체의 실정을 반영하면서, 예산이 낭비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제반 상황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 “마을버스·지역 실정에 맞는 제도 도입 필요”
준공영제 체제 안에서 ‘표준운수원가’를 둘러싼 민간과 공공의 이해관계는 충돌해왔다. 적정한 운수원가를 보장받고자하는 운수업계와, 재정 누수를 막고자 하는 공공의 이해가 맞붙고 있기 때문이다. 장재민 한국도시정책연구소장은 “문제의 핵심엔 ‘기준운수원가’가 있다”라며 “기준운송원가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느냐는 것이 핵심이다. 기준운수원가를 마을버스 실정에 맞게 얼마나 합리적인 선에서 올리느냐가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지역 마을버스 실정에 맞는 선택적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채만 경기연구원 모빌리티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서비스 질 측면만 생각하면 완전공영제가 가장 좋지만 지역마다 재정여건과 상황이 다르다”며 “경기도만 해도 31개 시군이 각각 다양한 여건을 갖고 있고 관할청의 생각도 다르다. 각각 지역 상황에 맞춰 선택적인 제도 도입을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인과 화성시는 선택적 준공영제를 도입했다”며 “민영으로 할 수 있는 데는 민영으로 가고, 재정 투입이 필요한 데는 노선입찰제가 됐든, 공영제가 됐든 문을 열어 놓은 방식으로 갔다. 각 시군에 적합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버스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재정투입 외에 요금조정, 주차요금 인상 및 주정차 단속 강화 등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방안 등이 복합적으로 실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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