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제갈민 기자 재난은 가장 약한 곳을 먼저 파고든다. 2020년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강타하면서 버스이용객이 급감했을 당시, 영세한 마을버스 업체들은 도산위기에 내몰릴 정도로 극심한 경영난을 마주했다. 운영난에 운행 횟수를 줄이거나 운행 중단에 나서는 업체가 속출했다. 이는 일반 시민, 특히 교통소외지역 주민들의 이동 불편으로 이어졌다.
엔데믹 시대를 맞이했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상흔은 버스업계에 여전히 남아있다. 일각에선 안정적인 교통서비스 공급을 위해선 마을버스에도 ‘준공영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마을버스에도 ‘준공영제’ 필요해”… 커지는 목소리
‘준공영제’가 버스업계에 등장한 지는 올해로 20년째다. 준공영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버스 노선, 운행 계통 등의 조정권한을 가지면서 운송사업자의 운송수입 부족분에 대해 재정지원을 하는 제도다. 운수업체는 차량 운행과 노무·차량관리를, 지자체는 재정지원 및 운영에 관한 정책 결정 권한을 갖는다.
준공영제는 2004년 7월 서울시가 ‘시내버스’에 전국 최초로 도입한 후 다른 지자체에도 확산돼 왔다. 현재 울산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모든 특별·광역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경기도형 준공영제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를 추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확산되는 가운데 마을버스에도 준공영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비스질 저하, 긴 배차간격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교통 공공성 강화를 위해 준공영제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코로나19 이후 운영난이 심화하면서 마을버스 운수업계 일각에서도 준공영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수도권 마을버스운송조합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운송원가는 매년 올라가고 요금인상은 통제돼 있는 가운데 업계는 환승할인제에 따른 손실까지 일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울어진 구조 안에서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준공영제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지자체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경기도 파주, 하남, 용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마을버스 노선에 대해 준공영제를 시행중이다. 파주시는 2020년 10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마을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파주시는 운송업체와 이행협약서 체결, 조례 제정, 표준운송원가 산정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했으며, 현재 마을버스 노선에 대해 준공영제 전환을 마쳤다.
◇ 코로나 위기에도 멈추지 않은 파주 마을버스 “준공영제가 힘 됐다”
본지는 파주시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파주시의 마을버스 준공영제는 크게 두 가지 형태다. 우선 노선수입금을 공동관리하고 노선별 운송실적과 원가를 정산해서 배분하는 ‘수입금공동관리형(수공형)’ 형태가 있다. 이는 민간업체가 노선소유권과 차량운영을 맡고, 지자체가 적자에 대해 표준운송원가를 기준으로 재정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파주시 마을버스 기존 노선 상당수가 ‘수공형’ 준공영제 형태로 전환됐다.
여기에 일부 노선에는 ‘노선관리형’ 준공영제가 운영되고 있다. ‘노선관리형’은 버스 노선을 지자체가 소유하면서 운송사업자를 선정해 한정면허로 운행권을 주는 형태로, 운송사업자는 적자 운영에 따른 손실을 지원받을 수 있다.
준공영제 형태는 아니지만, ‘도시형교통모델’로 도입된 마을버스 노선도 있다. 도시형교통모델 마을버스는 교통소외지역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신설된 것으로 국토교통부와 자자체가 운송원가를 지원한다. 재정지원의 형태만 다를 뿐, 버스운행 관리는 운수업체가, 노선계획수립 및 재정지원은 공공에서 맡는다는 점에서 준공영제에 준한다는 게 파주시의 설명이다.
파주시는 인구 50만명의 도농복합도시다. 운정신도시 대규모 입주에 따른 교통수요를 대응하는 한편, 교통소외지역 주민들의 이동 편의도 증진해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 파주시는 준공영제 도입을 계기로 △노선 정비를 통한 운영체계 개선 △운행횟수 증가 △차량 대수증가 △교통소외지역 배차 간격 유지 △정시성 개선을 통한 시민 이동편의 증진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파주시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시기,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이용객 감소로 서울을 포함한 주요 도시의 마을버스 운행률이 급감한 것과 달리, 파주시는 준공영제 운영으로 마을버스의 운행률 저하를 막았다.
◇ 준공영제 도입 후 마을버스 운행대수·이용객↑
파주시 버스정책과 노선관리팀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인근 지역 마을버스 운행률이 감소했던 것과 달리, 저희는 운행률 저하 없이 100% 운영됐다”며 “또한 준공영제 도입 이후 차량대수가 늘고 정시성, 배차간격 등이 유지되면서 이용객수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입주 및 GTX 운정역 개통을 고려한 노선 개편 및 증차도 중공영제 도입을 계기로 선제적으로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파주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파주시엔 가지노선을 포함해 총 65개 마을버스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가지노선 정비로 노선수는 준공영제 도입 이전인 2019년(73개)과 비교해 줄었지만 차량대수와 이용객은 늘었다. 차량대수는 2019년 130대에서 올해 10월말 기준 170대로 늘어났다. 연말 200대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1일 평균이용객은 2019년 2만9,642만명에서 올해 6월 기준 4만5,241명으로 늘었다.
파주시는 운수업체의 경영안정에 따른 서비스질이 높아지면서 이용객수도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주시 버스정책과 서비스개선팀 관계자는 “운수업체는 연료비 등 운영비 걱정 없이 정해진 운행횟수만큼 운행할 수 있어 이전보다 안정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운수종사자의 고용안정성과 임금 및 처우도 나아졌다. 올해부터는 생활임금(직전년도) 기준으로 운전종사자의 인건비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를 버스기사들과 시민들도 체감하고 있을까. 다음 기획편에선 현장의 목소리를 다뤄본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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