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이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통령 체포에 대한 대응책으로 수사기관장의 ‘고발’을 선택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국민의힘 자체 ‘계엄 특검’으로 더불어민주당과 특검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국민의힘, 오동운·우종수 고발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 체포 직후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가 불법이며 ‘대통령 망신주기’라고 주장했다. 집권 여당의 1호 당원인 윤 대통령의 체포로 침울한 분위기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의총 모두발언에서 오동운 공수처장, 우종수 국수본부장,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를 차례로 열거하며 “이제 속이 시원한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와 경찰이 부당하고 불법적인 영장을 집행했다. 사법부가 이런 영장 집행에 가담했다”며 “야당이 공수처와 국수본을 겁박했다”고 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과 국민의힘 입당부터 대선까지 깊은 인연을 강조하며 애통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체포 영장 집행이 대통령의 ‘결단’으로 유혈사태 없이 마무리됐다며 ‘엄호’에 나섰다.
권 비대위원장은 “오늘 대통령께서 국가기관 간의 물리적 충돌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불법적 체포영장 집행임에도 큰 결단을 내렸다”며 “그러나 대통령께서 체포됐다고 해서 불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새벽부터 공수처와 경찰의 행태는 불법의 연속이었다”며 “법과 원칙, 절차적 공정성까지 무시하면서까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공수처의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칼춤을 보면서 우리 국민께서 충격과 분노, 참담함을 금치 못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체포 직후 이뤄진 의총은 50여분 간 진행됐다. 박수민 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대응 방침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필요하다면 공수처와 경찰에 대한 고발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중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된 법률 검토를 끝내고 서울중앙지검에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국수본부장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죄 △불법체포감금죄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등 세 가지 혐의다.
박수민 의원은 고발장 제출 직전 기자들과 만나 “안타깝게도 저희가 누차 권유하고 촉구했던 바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위법사항이 발생했다. 어쩔수 없이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국수본부장 두 분에 대해 세 가지 혐의로 형사 고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 공수처 고발, 실효성 없는 '퍼포먼스'
당내에서 수사기관장 고발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 공수처가 대통령 체포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자체 특검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야당과의 ‘비상 계엄’ 특검 합의에 나서서 절차적 정당성과 수사기관 간의 혼선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의 고발장 제출에 대해 “법원의 영장에 따라 체포를 집행했는데 공수처가 과했다는 맞지만 불법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잘못하면 오히려 고발하는 게 무고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안 하는 게 좋은데 당내에서 충격에 빠지기도 하고 지지층을 위해서도 그런 퍼포먼스를 하는 것 같다”며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공수처 수사에 적절성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원칙적으로 경찰이 중심이 되는 것에 이견의 여지가 없지 않았을까 한다”면서도 “하지만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서 검찰과 경찰도 관련돼 법무부 장관부터 경찰청장까지 조사를 받고 있다. 관련 기관이 조사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기관을 누구로 특정할 것인가는 본질적인 어려움이 있고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특검밖에 없다”며 “서둘러 자체 특검안이 마련돼 수사의 주체와 객체가 겹치는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특검 협상에 적극 나서서 사회 갈등을 봉합하는 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박수민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서 오는 16일 ‘내란 특검’을 국회 본회의에서 발의하겠다고 한 데 대해 일방 통보 받은 일정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대통령 체포 등 상황으로 인해 이날 국민의힘 자체 ‘계엄 특검’ 발의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자체안 발의를 선언했기 때문에 오는 16일 오전 11시에 예정된 비상의총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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