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보강화과 북극항로 개척 및 자원개발
우리나라, 북극 개발 다자주의 원칙 견지 필요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그린란드와 북극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사들이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점화된 갈등의 불씨는 유럽, 러시아, 중국까지 번지고 있다. 그린란드와 북극의 가치를 향한 총성 없는 전쟁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까.
◇ 그린란드, 지정학적 가치와 풍부한 원자재
그린란드와 북극의 가치를 활용하려는 국가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정책과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지적하고 우리나라의 북극정책에 대한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2025년 1월 13일 미국 하원은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법안’을 발의하며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에 대한 법적근거와 정당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그린란드 자치 정부 △덴마크 △EU △프랑스 △독일 등은 트럼프의 그린란드 편입 정책을 강경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그린란드 편입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시기(2019년 8월)에도 제안했을 정도로 의지가 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편입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영토 확장 차원이 아니다. 북극 지역 내에서 △미국의 안보 역량 강화 △북극항로 개척 △그린란드 자원 개발 등의 목적이 크다.
우선 그린란드가 위치한 북극권은 러시아와 중국의 미국 본토 공격 시 ICBM의 최단 루트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 즉, 북극권은 미국이 러시아‧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할 경우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란 소리다. 이에 미국은 1951년 그린란드 북서부에 피투피크 우주기지(옛 명칭 툴레 공군기지)를 설치해 조기경보 시스템과 공격용 미사일 체계를 구축해왔다.
그린란드에는 핵심 원자재도 많이 매장돼 있다. 2023년 EU가 지정한 34개 핵심 원자재 중 25개가 매장돼 있을 정도로 평가가 높으며, 미국은 리튬‧희토류 등 광물 자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리튬과 희토류는 전기차‧이차전지‧반도체 분야 공급망 안정화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핵심광물에 속한다.
또한 북극항로의 이권 확보도 미국의 주요 관심사다. 기후변화로 북극항로 운항기간이 늘어날 경우 유럽-아시아 거리가 수에즈 운하에 비해 30%가 단축되며, 물류 비용도 20% 이상 절감되기 때문에 경제적 이득이 큰 곳이다.
북극 진출에 힘쓰는 국가가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EU는 ‘북극에 대한 공동성명’과 ‘어업 파트너십 협정’ 등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자원 개발 협력을 도모하고 있고, 중국은 2018년 북극정책백서를 발표하고 그린란드 광산 개발 투자 등 북극정책을 확대 중이다. 또 러시아는 2008년, 2013년, 2020년 북극정책을 연달아 발표하며 북극 관련 경제 및 안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 북극정책 적극적인 실행 필요
우리나라는 2002년 북극과학위원회에 가입하며 노르웨이령 스발바드 군도(Svalbard Islands), 스피츠베르겐 섬(Spitsbergen Island)에 위치한 니알슨(Ny-Alesund) 과학기지촌에 북극다산과학기지를 건립했다. 비상주기지로 운영하지만 매년 하계기간(6월~9월)에 약 60여명의 국내‧외 연구자들이 방문해 북극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2013년 북극이사회 옵서버 지위를 회득하고, 2016년 아시아 옵서버 국가 최초로 ‘북극이사회 워킹그룹 사업’에 참여하는 등 북극 관련 현안에 우리나라의 입장을 전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북극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그린란드의 광물 개발은 국제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중국 희토류 의존도가 61.2%(2023년 기준)로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미국이 그린란드의 희토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만의 70%(2021년 기준)를 차지하는 중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이어 향후 북극항로 개발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북극다산과학기지를 활용해 극지 기후 변화 및 환경 보호 연구를 강화해 북극의 환경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그린란드의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와 극지 운항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등을 지원하거나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그린란드 등 북극 개발에 관해 우리나라는 다자주의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국회입법조사처는 말했다.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는 북극이사회, IMO(국제해사기구), UN 국제법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다자 협력 체계 구축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