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47대 미국 대통으로 취임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그린란드를 구매하겠다고 언급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의 의도와 그린란드 측의 입장을 알아봅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47대 미국 대통으로 취임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그린란드를 구매하겠다고 언급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의 의도와 그린란드 측의 입장을 알아봅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시사위크=이강우 기자  20일(현지시간)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그린란드를 구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달 7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 전용기를 타고 방문하면서 관심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합병 희망 이유를 ‘국가안보와 방위’를 위해서라고 밝혔으며, 이에 대한 논란은 전 세계에서 가중되고 있습니다. 

Q. 그린란드는 어떤 땅인가요?

그린란드는 공식적으로 덴마크 왕국(Kingdom of Denmark)의 일부로, 그린란드의 시민들은 덴마크 시민이자 유럽(EU)의 시민으로 분류됩니다. 다만, 덴마크 총리실에 따르면 지난 2009년 6월 21일, 그린란드 자치정부법(Act on Greenland Self-Government·Self-Government Act)이 발효돼 그린란드는 △외교 △국방·안보 △환율·통화정책 등을 제외한 나머지 전 분야에서 ‘자치정부’로서 권한을 행사합니다.

그린란드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섬’입니다. 전체 면적은 216만6,086km²로, 한반도의 10배가량 됩니다. 반면 인구는 지난 2023년 기준 5만6,860명으로 매우 적습니다. 주된 산업은 어업이며,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그린란드의 GDP는 32억4,000만달러(약 4조7,346억원)입니다. 이는 그린란드를 구매하고자 하는 미국의 같은 해 GDP 23조5,900억달러(약 3경4,380조원)와 비교했을 때 약 7,280배의 차이를 보입니다. 더구나 이는 2021년 기준이라 지금 두 나라의 차이는 더 벌어졌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적인 규모로 봤을 땐 작은 곳이지만 그간 미국은 이곳을 얻기 위해 수차례 시도한 바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럼에도 그린란드는 미국과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만 고려하더라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Q. 트럼프 당선인은 왜 그린란드를 구매하려고 하는 걸까요? 

스콧 L. 몽고메리(Scott L. Montgomery) 미국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Seattle) 교수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를 원하는 이유는 △광물(A matter of minerals) △중국의 해외 진출에 대한 두려움(Fears of China abroad) △미국의 오랜 관심사(Long-standing US interest) △북극의 지정학(Geopolitics of the Arctic) 등이 있습니다. 

사진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 전용기를 타고 방문한 모습./ AP·뉴시스
사진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 전용기를 타고 방문한 모습./ AP·뉴시스

먼저 광물의 경우, 미국은 그린란드에서 희토류 원료(Rare-earth element)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덴마크의 지질연구소 GEUS(Geological Survey of Denmark and Greenland) 소속 광물 및 재료 센터(MiMa·Center for Minerals and Materials)의 그린란드의 중요한 원자재 자원 잠재력 검토(Review of the critical raw material resource potential in Greenland)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란드엔 경제적 발전에 필요한 풍부한 자원들이 있으며, △아연 △철 △구리 △니켈 △코발트뿐만 아니라 ‘희토류 원소’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린란드의 빙산이 녹고 있어 더 많은 광물이 나올 것으로 센터 측은 예측했습니다.

이 중에서 희토류는 △첨단 무기 △전기차 △인공지능(AI) 칩 등 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생산할 때 꼭 필요한 광물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글로벌 희토류 생산량은 거의 중국이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생산량 비중은 68.6%로 압도적으로 높고, 2위인 미국은 12.3%로 무려 4배 이상 차이 나는 등 격차가 컸습니다. 독일계 데이터 시각화 회사 Statista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자료를 바탕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중국엔 4,400만톤(t)의 희토류가 매장돼있다고 합니다. 

미래에셋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그린란드 내 예상 매장량은 3,850만톤(t)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매장량인 약 1억2,000만톤의 3분의 1수준으로 중국의 매장량과 유사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즉 미국이 그린란드를 구매한다면 미국은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정학적 면에선 그린란드를 소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건 새로운 항로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그린란드를 사는 건 그저 국외에 있는 토지를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며, 영토뿐만 아니라 영해와 영공을 귀속하는 ‘합병’이기 때문입니다. 

그린란드는 북극 해양 경로인 ‘북부 해양 경로(Northerm Sea Route)’와 ‘북서 항로(Northwest Passage)’ 사이에 있습니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 등의 이유로 지역 해빙이 줄어들어 새로운 경로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북반구 여름 동안 항해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북국 이사회(Arctic Council)에 따르면 해빙이 녹으면서 북극 지역 운송이 2024년까지 지난 10년간 37% 증가하는 등 그 사용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그린란드 해안을 따라 흐르는 북서 항로는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군 간의 전략적 해양 지역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그린란드가 오랜 기간 미국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특히 러시아의 잠재적 공격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린란드를 국가방위의 목적으로 구매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북극 지역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입니다.

Q. 미국이 가장 많이 고려하고 있는 사항은 어떤 게 있나요?

그린란드의 구매, 합병 건의 경우 중국과 관련된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미국은 희토류 생산량이 가장 많은 중국의 그린란드 접근을 막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습니다.

사진은 중국의 국기 오성홍기./ 픽사베이
사진은 중국의 국기 오성홍기./ 픽사베이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덴마크 정부는 희토류 사업권을 중국에 파는 것을 막기 위해 로비를 벌였습니다. 그랙 반스 탄브리즈 마이닝(Tanbreez Mining)의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 미국과 덴마크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중국과 연계된 기업에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를 팔지 말 것을 요구했으며, 금전과 탄브리즈 프로젝트 지분을 넘겨받은 기업 ‘크리티컬 메탈스(Critical Metals)’의 지분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를 구매하겠다고 말한 것보다 이전의 일인 만큼 미국은 이미 그린란드에 있는 희토류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중국은 이미 약 10년 전부터 그린란드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China Communications Construction Company)는 지난 2015년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Nuul)와 일루리사트(Ilulissat)에 각각 하나씩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입찰했습니다. 다른 중국 기업인 제너럴나이스그룹(General Nice Group)은 2016년 버려져 방치되고 있던 해군기지를 구매하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2017년 중국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s)은 누크 근처에 영구적인 연구소와 위성지상국(Satellite Ground Station)을 건설하겠다고 그린란드 측에 전한 바 있습니다. 다만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덴마크 정부가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북극 조사에 대해 제동을 걸려는 목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북극정책백서’를 발간해 스스로를 북극문제의 이해당사국(Stake Holders)이라고 규정하고, 지리적으로 북극권(Artiv Circle)과 인접한 근(近) 북극국(Near Artic State)으로 지칭했습니다. 이를 두고 고(故) 이서항 전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장은 리포트를 통해 “최근 군사·경제적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북극에 대한 ‘지정학적 야심’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주장을 방증하듯 CSIS 측은 중국의 북극지역에 대한 연구논문 숫자가 지난 1990년 단 45건에서 2021년 1,625건까지 늘어났으며, 중국은 이미 노르웨이의 스발바 군도와 아이슬란드에 영구적인 연구기지를 두고 해양 생태학에서부터 대기 물리학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섬을 사는 이유가 한 나라를 견제하기 위함 뿐만은 아닐 수 있고 그 실상은 더 복잡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트럽프 당선인은 ‘자국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그린란드 총리 무게 에게데./ AP·뉴시스
사진은 그린란드 총리 무게 에게데./ AP·뉴시스

Q. 그린란드의 입장은 어떤가요?

트럼프 당선인은 덴마크가 그린란드 편입을 방해할 시 매우 높은(Very High) 관세를 매기겠다고 언급했고,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얻기 위해 무력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도 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에 “그린란드는 파는 게 아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협력의 길은 열려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게데 총리는 그린란드 문제는 그린란드에 달린 일이며, 한편 방위 및 자원 분야에서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또한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 스스로가 선택해야 한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가디언 등 여러 외신 보도에 따르면 그린란드인들은 이를 두고 미국과의 합병보다는 ‘독립’에 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카 한센(Aka Hansen)이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트럼프가 지난 2019년에 그린란드 매수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표명했을 때 그린란드는 전례 없는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며 “이러한 국제적 관심은 우리에게 독립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을 독립의 발판으로 삼는 것입니다. 

몽고메리 워싱턴대학교 교수는 “트럼프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가 실제로 군사력을 사용해 그린란드를 차지하거나, 높은 관세라는 형태의 강압적인 경제 정책을 사용해 매수 협상에서 사용할지는 미지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의 최근 발언은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가 2025년에 완전한 독립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할 수 있어 트럼프의 목표와 매우 다른 방향으로 결론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합병뿐만 아니라 덴마크로부터 완전한 독립 또한 그린란드가 원하는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독립에 대한 열망, 우리 집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있고, 이는 모든 사람이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덴마크와의 모든 관계와 협력을 끊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뉴시스
사진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AP·뉴시스

그리고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 스스로 선택해야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북극 지역 안보 강화를 위해 덴마크가 더 많은 책임을 질 준비가 돼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안보를 위해 그린란드를 합병하기 원한다고 한 만큼 그린란드를 놓는 게 아닌, 오히려 책임을 강화해 그린란드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그린란드 자치정부법

https://english.stm.dk/the-prime-ministers-office/the-unity-of-the-realm/greenland/

  덴마크 총리실

미국이 그린란드를 구매하고자 하는 4가지 이유 - 스콧 L. 몽고메리 교수 

https://theconversation.com/4-reasons-why-the-us-might-want-to-buy-greenland-if-it-were-for-sale-which-it-isnt-246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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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북극접근- 북극정책백서의 주요 내용과 의미 - 故 이서항 전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장
2018. 04. 11 한국해양전략연구소소
Review of the critical raw material resource potential in Greenland
2023 GEUS
China’s Great Power Ambitions in the Polar Regions
2023. 04. 18 C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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