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폭설로 하우스가 무너진 지 두 달이 지났다. 하지만 어느덧 3월말인 지금도 농장시설은 완성되지 못했다.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어 답답하고 불안하다. 귀농초기에 느꼈던 기분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 계획대로 되고는 있지만 늦어지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데드라인은 4월초이고, 곧 확실한 윤곽이 나올 것 같다.
1월 말 하우스가 무너지고 우리는 바로 군청과 면사무소, 은행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에 연락했다. 얼마나 많이 했냐면, 귀농 이후 연락한 횟수보다 두 달간 연락한 횟수가 더 많을 정도다. 귀농과 관련해 늘 강조하는 것이 정보력이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의든 검색이든 열심히 해야 한다. 어쩌면 진상주민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뭘 알아야 뭘 할 수 있는데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행정처리가 늦다보니 내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연락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답답한 만큼 연락받은 직원들도 답답하고 힘들었들거라 생각한다. 이건 직원들 잘못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다.
‘자연재난 피해농가 금융지원자금’이란 제도가 있다. 폭설이나 폭우로 피해를 입은 농가가 대출을 받고 있는 경우, 1년 혹은 2년 동안 이자나 원금을 연기해주는 시스템이다. 귀농인에겐 아주 중요한 제도다. 귀농인들 대부분이 귀농창업자금이나 청년후계농자금을 통해 대출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고, 알려주는 곳도 없었다. 만약 면사무소나 이장님, 또는 재해평가 담당자들이 알려준다면 이 제도를 알아보고 신청하기 위해 2번, 3번씩 문의하는 일은 없을 거다. 심지어 내가 알고 문의를 했을 땐 이미 기간이 지났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과적으로는 다행이 1년 연기가 인정됐는데, 여기에도 찜찜함이 남는다. 우리는 농사짓는 곳의 피해가 50% 이상이어서 2년 연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면적단위 피해로 계산이 돼 1년 연기가 확정됐다. 신청기간이 끝나 재심사는 안 된다고 한다.
하우스가 무너지고 두 달 뒤인 지난 18일엔 면사무소에서 재난피해 하우스 보조 확정 연락을 받았다. 사실 그 전에 군청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전화를 했기 때문에 15일에 확정 됐다는 소식을 미리 들은 상태였다.
우리는 보조를 받지 못하면 무너졌던 하우스를 뜯은 중고파이프로 하우스를 지을 생각이었기 때문이 확정 연락이 와야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피해 농가를 취합해서 보조를 주는 일이 그리 복잡하지 않고 오래 걸릴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두 달이나 걸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더군다나 이곳은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이고, 시기적으로도 한 해 농사 시작을 앞둔 때였다. 피해 농가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해 최대한 신속하게 행정을 처리한다면 늦어도 한 달 안에는 될 줄 알았다.
이런 예상을 바탕으로 3월 초~중순에 하우스를 다 짓고 구기자를 심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하우스가 지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4월초는 돼야 농작물을 심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예상이다. 하우스 하나 짓는 게 대단하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하우스 설치 업자와 포크레인, 마사토 트럭, 퇴비 트랙터 등이 필요한데 일정이 하나 꼬이면 계속 꼬이게 된다.
구기자는 3월 중순에서 말 안에는 심어야 한다. 이대로라면 올해 구기자가 잘 자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여름 수확은 포기다.
각 지역마다 복구해주는 기준과 품목들이 다 다르다. 나는 군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도 참고했고, 여러 후기들도 살펴보면서 적용되는 것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다 적용이 되는데도 알지 못한 것이나 직원이 분명 설명을 해줬는데 누락된 것들도 있어 다시 문의를 했다.
공무원들은 한 곳에 오래 있지 않는다. 몇 년을 주기로 바뀌기 때문에 업무를 100% 완벽하게 숙지하기 어렵다. 부정부패 방지 때문인 것으로 아는데, 전문성이 떨어지게 되는 건 단점이다. 그렇게 우리도 누락된 부분에 대해 사과를 받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어쩔 수 없는 건 포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두 달을 보내다보니 감정적으로 변하기도 한 것 같다.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생기고, 답답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니 무척 힘들었다.
귀농 초기에도 그랬다. 한 번은 군청 직원과 말다툼을 하고, 집으로 찾아와 사과한다는 걸 괜찮다고 한 적도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도시에 살 때는 다른 사람과 트러블이 없었다. 그런데 귀농 후에는 이런 일들을 겪곤 한다. 아무래도 도시에 살 땐 공무원과 소통할 일이 별로 없는데, 농촌에 살다보면 그렇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지난 두 달 동안 답답한 상황 속에서 마냥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여러 부분들을 개선하고 있기도 하다. 패쇄석을 깔았는데도 잡초가 많이 자랐던 집 마당엔 파쇄석을 더 사서 깔고 있다. 2년 전에 설치한 배수로도 휘어지는 등 보기 좋지 않아 유공관을 구입해 작업 중이다. 흙이 안 좋고 물이 많이 생겨서 2년 전부터 농업용으로 쓰지 못하고 있던 땅도 약 700만원을 들여 농업용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하우스가 무너져서 안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뭔가 새로운 도약이 필요했던 시기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시 세팅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추구 및 목표로 하는 방향은 혼자서도 관리 가능한 구기자 농장이다. 이를 위해 청양을 돌아다니며 구기자농장을 견학하거나 구기자연구소에 가서 시설을 살펴보고, 다른 농부들에게 조언들도 듣고 있다. 특히 현재 충남에서 구기자 농장을 가장 크게 하고 있는 부여의 농장에서도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관리가 보다 수월한 농장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면, 더 많은 시간이 남게 될 거다. 그러면 농촌에서 더 다양한 활동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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