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부부는 귀농 6년차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그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계속해서 좋은 방향을 찾고 있다. 귀농에 있어 어떠한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직접 귀농인의 삶을 걸어오면서 나름의 생각은 갖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진지하게 귀농에 대한 상담을 원했다. 아내와 함께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다만, 10월은 가장 바쁜 시기라 일단 내가 묻는 질문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서 알려주면 그에 따른 내 생각을 이야기해주겠다고 했다.
귀농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내가 처음으로 꼭 묻는 게 있다. 왜 귀농을 하고 싶은 지다. 청년이 귀농을 한다는 건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대한 일이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왜 귀농을 하고 싶은 지부터 제대로 잘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들은 답변은 주로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돈이 없어서, 농사로 돈을 많이 버는 걸 봐서, 자연이 좋아서 등이었다. 친구의 대답도 비슷했다. 대출로 나가는 돈이 많고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적은데, 내가 사는 모습은 즐거워 보인다는 것이었다.
귀농에 대해 묻는 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은 수익이다. 귀농을 하고자하는 이유도 그렇고, 아이도 있다 보니 친구 역시 귀농해서 얼마나 벌 수 있는지 궁금해 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귀농은 사업이다. 가게 하나를 창업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주곤 한다. 가게에서 파는 건 직접 키운 농산물이다. 그러려면 두 가지가 중요하다. 농산물을 키우는 능력과 손님들에게 잘 파는 마케팅 능력이다. 두 가지를 갖추면 돈을 벌 수 있다. 이때 어느 사업이나 그렇듯 더 많이 투자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농사의 규모와 시스템, 인력 등에 대한 투자인데, 비용이 많이 든다. 물론 큰 가게만 성공하고 돈을 버는 건 아니다. 투자를 적게 한 작은 가게도 나름의 수익을 올리며 ‘알짜’가 될 수 있다. 사업을 어떻게 구성하고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가치관이나 여건은 사람마다 다를 거고, 그에 따라 수익 여부 및 규모도 달라진다.
친구는 “너가 다시 귀농한다면, 어떻게 시작할거야?”라고도 물었다. 잠시 고민을 한 나는 무조건 청년창업농을 신청할거라고 답했다. 청년창업농은 3년 동안 매월 90~110만원씩 대출이 아닌 지원금으로 주는 정책이다. 귀농한 청년들이 초기에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정책이다.
우리도 귀농 직후인 2018년에 신청했고, 멋지게 서류를 작성해 무조건 붙을 거라 생각했는데 떨어졌다. 경쟁률이 높지도 않고, 여러 조건 또한 모두 충족했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그렇게 한 번의 큰 시행착오를 겪고 이듬해인 2019년엔 선정이 됐는데, 우리가 청양에서 서류 1~2등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의 상황은 달라진 게 없었다. 달라진 건 제출한 서류뿐이었다. 떨어졌을 때는 서류를 너무 멋지게만 썼다. 특히 향후 5년간의 계획을 적는 부분이 있는데, 나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살리고 청양을 살리는 아주 이상적인 귀농청년의 모습을 적어냈다. 그런데 1년 동안 농사를 지어보니 내가 적은 것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알게 됐다. 그래서 이듬해에는 아주 현실적으로 나에게만 집중해서 작성했다. 청년창업농 정책의 취지가 농업에 도전하는 청년 입문자들을 돕고자 하는 것인 만큼, 화려하지만 현실 가능성이 떨어지는 내용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요즘 일을 하면서 라디오를 듣다 보면 청년창업농 모집 소식이 들리는데, 그때마다 처음 써냈던 서류 생각이 나 부끄러워지곤 한다.
서류를 통과하면 2차로 면접을 거치게 되는데, 농사를 1년 정도 해보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그리 어렵지 않다. 유튜브에 ‘참동 청년창업농’이라고 검색하면 아내의 면접 당일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각 지역마다 초기에 농업을 하는 귀농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여러 지원청책이 있으니 적극 활용하라고도 말해줬다. 우리는 초기에 박스포장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가 팔고 있는 제품들의 포장박스를 제작할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시설지원을 받는 쪽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박스포장 지원사업도 좋지만, 사실 포장박스는 발품만 조금 팔면 얼마든지 저렴한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다. 또 제작한 박스를 다 쓰면 끝이다. 그런데 시설은 한 번 해두면 몇 십 년을 쓸 수 있다. 무엇보다 날씨가 점점 더 농사를 힘들게 하고 있어 시설의 필요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우리가 고민 중인 점도 이야기해줬다. 바로 작목선택이다. 우리는 처음엔 노하우가 없고 서툴다보니 늘 둘이 같이 붙어서 농사를 하곤 했다. 그런데 5년 정도 지나 안정을 찾으니 둘이 함께 작업해야하는 시기가 1년에 2~3달 정도로 줄었다. 때문에 1명이 전업으로 농사를 짓고, 2~3달 바쁠 때만 인력을 고용하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 1명은 다른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전반적인 수익을 더 올릴 수 있게 되는 거다.
생각보다 지방에 일자리도 많다. 고소득 직장은 아니어도 초보들도 할 수 있거나 지역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일자리들이다. 내가 살고 있는 청양은 ‘청양일자리정보망’이라고 해서 시스템이 잘 구축돼있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꼭 두 명 모두 농사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도 있다고 친구에게 알려줬고, 이를 청년창업농 정책과 함께 활용하기 위해 고려해야 될 점도 짚어줬다. 청년창업농에 선정되면 농업이 아닌 6년간 다른 일을 못하고, 땅을 사거나 집을 지을 때 귀농인 또는 청년창업농 대출을 받으면 다 갚거나 15년이 지날 때까지 다른 일을 못한다. 따라서 두 사람 모두 농사를 지을 것이 아니라면, 농사를 지을 사람과 다른 일을 할 사람을 애초에 잘 구분해 지원정책을 활용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귀농에 정답은 없다. 예전엔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게 지나고 나면 달라지기도 한다. 나 역시 귀농 이후 상황도, 가치관도 계속 변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좋은 방향을 찾아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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