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누군가 “시골에 살면 좋은 점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나는 “건강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환절기 때마다 감기몸살을 앓았고, 비염 때문에 매일매일 정말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시골에 오니 공기가 맑고 주변 자연환경이 좋아서 그런지 비염이 거의 없어졌다. 6년 동안 살면서 감기몸살로 크게 아파본 기억도 없다. 코로나도 안 걸렸다.
농사를 지으며 육체노동을 해서 그럴까? 아니면 정말 자연환경이 좋아서? 아니면 스트레스가 없어져서? 진짜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골에 살면 건강해지는 건 결과가 말해주는 것 같다.
사람들이 귀농하면서 걱정하고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의료 인프라다. 각 분야별 병원이 많고 큰 종합병원도 곳곳에 있는 도시와 달리 시골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 거다. 또 병원의 여러 요소들, 이를테면 의료장비나 전반적인 시설, 친절함 같은 부분에서도 도시에 비해 떨어질 거라 여기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틀린 건 아니다. 나 같은 경우는 병원을 가면서 여러 요소들을 크게 고려하지 않지만, 아내는 시설이 좀 좋아야하고 친절한 서비스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청양에 소재한 병원엔 딱 1번 밖에 가보지 않았다. 처음 갔을 때 아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해서다. 그 다음부터는 거리가 조금 더 먼 예산읍에 있는 병원으로 간다. 우리가 사는 곳에선 청양 읍내나 예산 읍내나 비슷한 거리인데, 아무래도 예산 인구가 청양보다 2배 이상 많기 때문에 인프라도 더 잘 갖춰져 있다.
아내는 일 년에 한 번, 겨울에 피부 시술을 받는다. 봄·여름·가을 농사로 힘들었던 피부를 위해 겨울에 보상해주는 거다. 그런데 피부과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큰 도시가 가격도 저렴하고 좋다. 예산에서도 시술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잘해주긴 했지만 도시와 가격 차이가 심했다. 그래서 겨울 피부 시술은 천안으로 가서 받곤 한다. 매일 또는 자주 하는 게 아니니 다녀오는 거리나 시간이 그렇게 부담되진 않는다.
정리하자면, 우리가 사는 시골에서 기본적인 진료는 20분 거리에 있는 병원을 이용하고 더 전문적이고 좋은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1시간 정도 걸리는 도시로 간다. 도시에 살던 때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의료 인프라에 차이가 크다.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는 병원을 그렇게 자주 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한다. 도시에 살 때도 가까운 병원이 많았지만 1년에 많아야 3~4번 갔던 거 같다. 또 도시에서도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땐 1시간 정도 걸려서 유명한 곳으로 가곤 했었기 때문에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시골에 살면 잔병치레가 줄어들어 더 병원 갈 일이 없다.
그리고 사실 병원 뿐 아니라 시골에서의 생활은 기본적으로 모든 면에서 도시와 다르다. 도시에 살 때는 무언가 필요한 것들을 가까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시골에선 무조건 차로 ‘읍내’를 가야 한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몇 년 살다보니 적응이 돼 익숙해졌다.
오히려 좋은 점도 있다. 요즘 뉴스를 보니 독감이 유행이라고 해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기 위해 검색을 해봤다. 그런데 웬걸, 보통 예방주사 가격이 4만원 정도하는데 청양은 독감주사가 ‘무료’였다. 왜 그런가 찾아보니 군 자체에서 하는 사업이었다. 아무래도 인구가 적고 고령인구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2021년엔 65세 이상 군민만 무료였는데 2022년부터는 14세 이상 모든 군민이 무료로 독감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처음으로 군청 옆에 있는 청양군 보건의료원에 방문해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 생각보다 시설이 좋았다. 청양 보건의료원은 복합의료센터라고 보면 되는데, 다양한 진료과가 있고 리모델링을 했는지 시설도 좋아서 작은 대학병원을 같은 인상까지 줬다. 그동안 건강검진도 매번 천안이나 세종 같은 도시로 가서 하곤 했는데, 다음부터는 여기서 하자고 얘기할 정도로 좋았다.
간혹 간담회 같은 회의에 참여할 일이 있을 때면 시골의 의료나 문화, 복지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들을 듣곤 한다. 그런데 나는 반대 의견이다. 인구가 3만인 지역에 시설을 늘리는 게 맞을까? 인프라가 좋아져야 지역인구가 증가할거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정말 그럴까? 국가적 차원에서 인구가 줄고 있는데, 인프라를 개선한다고 지역인구가 늘어날까?
나는 획기적인 정책으로 지역인구를 먼저 늘린 다음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는 게 맞는 순서라고 생각한다. 최근 뉴스에서도 노인인구가 증가할 걸 대비해 경로당이 7만개로 늘었는데, 정작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용률이 서울은 7%에 불과하고, 전국적으로도 26%라고 한다.
물론 기본적인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 다만, 전문적인 인프라 등은 이용자가 적어 오히려 낭비가 될 수 있다. 그럴 바엔 가까운 도시와 협력해 가격이나 서비스 등에 혜택을 주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면 그 예산을 인구를 늘리는 쪽에 더 투입할 수 있다. 그러다 인구가 늘면 상황에 맞게 필요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청양은 보건의료원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는데, 단양은 산부인과가 없다고 한다. 단양도 인구가 3만명이 안 되는 작은 지역이다. 그런데 단양은 적잖은 비용을 들여 산부인과를 만드는 대신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근 충주와 협력해 버스로 진료를 다니는 건데, 만족도가 98%를 넘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단양 마더스클럽’이란 다큐멘터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인구가 10만명이 넘는 어떤 곳에선 지역발전과 저출산 해결을 위해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을 추진했는데, 막상 조사해보니 설립 이후 상당한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들었다. 이렇게 예산이 줄줄 새어나가게 하면서까지 인프라에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보단 단양 사례처럼 인근 지역과의 연계 등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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