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땅 남극. 그 척박한 환경은 어떤 생명체에게도 녹록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을 항상 지키는 원주민이 있다. 바로 남극의 상징 ‘펭귄’이다. ‘펭귄’ 하면 노란 부리, 검은색 몸통, 하얀 배, 짧은 다리와 날개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모든 펭귄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그 멋스러움이 각양각색이다. 시사위크 남극특별취재팀은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만난 다양한 펭귄들의 모습과 삶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남극특별취재팀=김두완 기자,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남극특별취재팀 젠투펭귄은 기후변화 연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남극 지역의 ‘지표종(Indicator species)’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표종이란 특정지역의 환경상태를 측정하는 척도가 되는 생물종이다. 예를 들어 젠투펭귄 개체수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다면 인근 남극 생태계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 세계 극지생물학계에서는 젠투펭귄 생태 데이터를 기반으로 꾸준한 기후변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은 2014년 칠레대학교 생태학과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다. 연구팀은 지난 50년간 이뤄진 지구 온난화가 젠투펭귄의 개체수와 유전자 변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관성을 분석했다.
칠레대 연구팀은 서남극 인근에 서식하는 150마리의 젠투펭귄 개체에 대한 미토콘드리아 DNA(mtDNA, 호흡 및 에너지 생산 담당 역할), 세포핵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젠투펭귄의 유전자 정보가 약 3,050년전 발견된 젠투펭귄의 화석보다 오히려 과거로 돌아간 1만4,950년 전과 유사해졌음을 발견했다. 남극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젠투펭귄이 이에 적응하고자 과거의 유전정보를 발현한 것이다.
칠레대 연구팀은 “서남극 반도는 지난 50년 동안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대기 온도 상승을 겪어 왔다”며 “해빙 역학의 변화와 관련된 온도 추세의 증가는 유기체와 남극 생물의 현상학, 생리학 및 분포 범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극의 젠투펭귄은 따뜻해지는 날씨에 맞춰 남극반도와 사우스 쉐틀랜드 제도에 새로운 군락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미래에 남극 온도가 상승할 경우 현재 개체수가 적은 젠투펭귄은 오히려 지배종으로 바뀔 수 있고, 이는 남극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해당 연구가 발표된 지 10년이 지난 현재, 사우스 쉐틀랜드 제도에 위치한 킹조지섬의 젠투펭귄 개체수는 크게 증가했다.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의 남현영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펭귄마을’ 내 젠투펭귄 개체수는 약 3,000쌍이었다.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젠투펭귄은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의 해안 유출 연구에도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젠투펭귄은 상위포식자일 뿐만 아니라 하루 수십km를 이동한다. 때문에 이들이 섭취한 먹이를 분석하면 남태평양 및 남극 해역에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흘러 들어갔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포르투갈 ‘해양·환경 과학 센터(Marine and Environmental Sciences Centre)’ 연구진은 2019년 약 80여마리의 젠투펭귄의 배설물을 수집·분석했다. 그 다음 배설물 샘플에서 각각 미세플라스틱 검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20%의 배설물 데이터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가장 많이 검출된 플라스틱은 ‘극세사 미세플라스틱(의류 등에서 발생)’으로 전체 58%를 차지했다. 두번째는 알록달록하고 불규칙한 일반 플라스틱이 26%로 집계됐다. 비닐류는 16% 검출됐다. 최근 증가하는 남극관광 등에 의해 발생한 쓰레기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연구팀은 “남극은 지구상 다른 지역에 비해 인간의 영향이 매우 작음에도 불구하고 미세플라스틱의 영향권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며 “현재 추정되는 바는 10년마다 약 255억개의 합성섬유 등 극세사 미세플라스틱이 남극바다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극에서의 인간 활동뿐만 아니라 인근 대륙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이 남극 미세 플라스틱 수치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남극 대륙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전체 스펙트럼을 밝히기 위해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 박설민 기자, 김두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