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보수 없어… 보수 참칭하고 있는 이익 집단”
‘참민주보수’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민주당에 입당
탄핵 국면 거치며 ‘민주주의 국경일’ 지정에 관심 커져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민주주의 정신 계승하고파”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22대 국회에 입성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계기로 당과 갈등을 빚은 끝에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는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국회 앞 1인 시위까지 나서며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탄핵 찬성을 독려했다. 하지만 그의 소신은 당 안팎의 제명‧탈당 요구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 옹호 쪽으로 기조를 전환하자 김 의원은 5‧18 민주묘지를 찾아 탄핵반대 집회를 공개 비판하는 등 홀로 다른 길을 걸었다. 김 의원은 탈당 직전까지 국민의힘을 향한 충정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 제명과 12‧3 비상계엄 대국민사과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탈당을 선택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탈당 10일만에 민주당에 입당했다. 1년여의 국민의힘 원내 경험을 끝내고 이제는 민주당에서 의정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일주일째인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시사위크’와의 대면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소회와 각오를 전했다.
- 탈당 후 민주당에 입당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분위기는 어떻게 다른가.
“국민의힘은 조직 문화가 폐쇄적, 권위적이고 계파성이 강하다. 소위 ‘지역의 왕’들이 모여 있는 분위기다. 안타깝게도 늘 모이면 기득권 얘기만 하고 나랏일 걱정을 잘 안 한다. 반면 민주당은 일단 당원들을 겁낸다.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부 소통도 훨씬 활발하고 서로 존중해 문화 자체가 민주적이다.
또, 국민의힘은 일을 안 하고 군림하려고 하는데 여기는 일을 하려고 한다. 가령 국민의힘은 정부 부처에 ‘갖고 와봐라, 보고해 봐라’하며 (정책이나 법안을) 뽑아낸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하는 게 없는데 여기는 다 발로 뛴다. 태도 자체가 다르다.”
- 국민의힘 탈당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힘에 보수가 없다. 많은 선배, 동료 의원님께 ‘보수가 뭐냐’고 물어봤지만 제대로 답변한 사람은 없었다. 4선 의원님이 ‘국민의힘이 가는 길이 보수고 나머지는 좌파야’라는 편협한 이야기가 그나마 명쾌했다.
보수라면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정의 내릴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보수의 가치는 결국 ‘원칙 준수’다. 현재 87년 헌법 체제 하에 있으니 87년 헌법을 지키겠다는 게 기본 원칙이어야 한다.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민주주의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천명했다.
그런데 ‘품위와 포용을 잃고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는 게 보수인가’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공정사회와 시장경제 원칙에 관심이 없고 사회 갈등을 야기할 뿐 아니라 상대에 대한 공격으로 메카시즘만 일으킨다면 이게 보수인가. 보수가 아니다. 권력 추종 세력이다. 보수의 가치 추구, 보수의 기능에 대한 고민이 없다. 그러니 보수당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보수를 참칭하고 있는 이익 집단인 셈이다.”
- 1년간 ‘내부자’로 국민의힘을 바라봤다.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분석하나.
“지역의 왕으로서 수구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관심이 있다. 수구 기득권의 본질은 철저하게 본인 이익이다. 지역 사회에서 본인들은 왕이다. 지역 정치권, 지역 유지, 지역 언론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여기서 엄청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얻고 있을 텐데 이것만 지키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로지 행사 다니고 얼굴 비추고 지역에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만 관심이 있다. 나랏일에 관심이 없으니 정책이 없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역의 왕으로서 계속 군림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표가 많이 나오면 되고 다음에 공천받아서 당선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지역 행사 다니고 진영 정치로 외부의 적을 만들어서 일 못하고 사고 쳐도 ‘우리가 남입니까. 우리 같은 편입니다’ 이것만 만들고 있다.”
- 민주당 입당 후 지역구(울산 남구갑)의 반발도 컸을 것 같다.
“현재로서는 지역구 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 계속해서 배신자 프레임으로 신상털기, 헛소문, 고소‧고발로 끝까지 달려드는 중이다. 그걸 본인들의 지방선거 선거 방법으로 쓰는 중이라 거기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총선(공천)을 주겠다’ 이런 식인 것 같다.”
- 민주당 입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인가.
“정치를 시작할 때는 ‘민주주의는 확립되어 있다’는 전제를 믿었다. 정당 간의 큰 차이는 없고 서로 견제하며 정당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잘 반영해서 일을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12월 3일 이후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각성하게 됐다. 제 가슴에 광주가 스며들었다. 두 번 죽을 각오를 했다. 첫 번째는 12월 3일 밤, 두 번째는 탄핵이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해서 ‘시민 혁명을 촉발시키겠다’는 각오였다.
이런 각오에 간절하게 매달리자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정신, 광주 항쟁의 정신, 노무현 대통령이 꿈꿨던 세상에 대해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진짜 보수라면 민주주의를 지켜가며 원칙과 공정을 수호하고 법치와 시장경제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려고 했던 것이 오늘날 보수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정신을 계승하는 ‘참민주보수’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민주당에 입당하게 됐다.”
- 앞으로의 의정활동 방향을 고민할 텐데 현재 관심 있는 법안은 어떤 것들이 있나.
“탄핵 국면을 거치며 ‘민주주의 국경일’ 지정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를 되새기고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의 계기로 삼자고 법안을 발의했는데 아직 통과가 안 되고 있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민주 유공자들과 진실, 화해에 관련된 왜곡들이 너무 많다. 여순 사건부터 시작해서 제가 새롭게 눈을 뜬 부분이다. 민주 대한민국을 위해 애쓴 분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고 반대로 독재 권력에 부역하면서 권력을 탐했던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기득권이 돼 버렸다. 일제 잔재, 독재 잔재도 청산하지 못해 비겁한 정치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를 개선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공정사회에 대한 고민도 많다. 서민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 또 벤처 기업이나 젊은 사업가들의 도전을 위해서는 경쟁 시스템이 공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 모 지역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있어 사업이나 공모 도전에 뛰어들어도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 지역 유지, 지역 정치권과 손을 잡고 있으면서 비호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지역 정치권들의 생존에 유리한 동력이 불공정한 카르텔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를 타파할 방안에 대한 고민도 많다.
대한민국 금융시장이 많이 낙후돼 있어 상법 개정안에 대한 관심도 많다. 한국이 제조업 기반이었기 때문에 은행의 담보 대출로 산업을 돌릴 수 있었지만 AI나 4차 산업 시대에는 IB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예전에 모 은행에서 3년간 기업 금융 일을 하며 기업 금융 IB가 작동하기에 제도적으로 미흡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본주의는 돈이 돌아야 산업이 크고 계속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 부분을 재정비하고 싶어 상임위도 정무위원회를 넣어달라고 당에 부탁한 상황이다.”
- ‘보수주의자’라는 신념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국면에서 자신을 ‘중도 보수’라고 언급해 파장이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재명 대통령은 진보 기능도 수행하지만 보수 기능에 좀 더 충실한 ‘보수주의자’라고 보고 있다. 말씀을 들어보면 저와 생각이 100% 같다. 보수의 기능은 원칙을 지키고 사회의 안정과 통합을 바라는 것이다. 취임 선서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회 통합을 중시하겠다는 대통합 메시지나 헌정질서를 지키겠다, 공정한 경쟁과 사회의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것이 진짜 보수의 기능이다. ‘기본사회’도 사실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것으로 보수의 기능에 포함된다. 여기에 충실하려 하니 (이 대통령을) 보수주의자로 볼 수밖에 없다.”
-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정 과제와 정책 방향에 관심이 모인다. 기대되는 부분은.
“시기별로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1년은 ‘투트랙’이다. 하나는 헌정질서 왜곡을 바로잡는 것이다. 더 이상 비겁한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되고 비상계엄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매몰돼 서민 경제가 무너져 버리면 안 된다. 더 중요한 건 서민 경제 회복이다. 그래서 ‘내란 종식, 헌정질서 회복’은 아마 여당인 민주당이 주로 담당을 해야 될 것 같다. 정부는 일을 하고 국회는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는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심이 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서민 경제 회복, 기업 경쟁력 회복이다. 기존 시스템과 제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 이뤄도 상당 부분 회복된다고 보고 있다. 지금 코스피가 올라가고 환율이 떨어지는 것도 그 신호라고 보고 있다. ‘다시 상식이 통하고 제도가 기능하기 시작하는구나’, ‘공정 경쟁이 가능하겠구나’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거기다 상법 개정에 자본시장법까지 개정이 되면 그 신뢰도는 더 올라가니 외국 자본 유입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
- 앞으로 민주당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싶다. 이를 바탕으로 ‘참민주보수정치’를 하고 싶다. 이 땅에서 무너져 버린 보수정치를 민주당에서 새롭게 일구고 싶다. ‘왜 민주당에서 보수냐’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보수의 기능을 하는 게 보수라는 것이다. 이를 국민들께 열심히 설파하고 진영 정치로 인해 동서로 갈라진 구태 한국 정치를 조금이나마 완화시키고 고쳐가고 싶다.
또 하나는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정당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이 보수의 기능과 진보의 기능을 다해야 한다. 정책 발굴, 비판, 대안 제시까지 다 해야 한다. 견제할 기능을 홀로 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더 건강하고 민주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하고 싶다. 민주당이 바른 길을 갈 때는 박수 쳐주는 데 앞장서고 틀린 길을 간다면 안에서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바로 잡겠다. 필요하다면 직언도 해야 한다. 민주당에서 또다시 외톨이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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