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검찰청은 이제 사라졌다. 하지만 개혁에 대한 여진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전직 검사들과 현직 특검 파견 검사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 검사들의 ‘자기 정당화’ 민낯
지난달 26일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검찰청 폐지 포함)을 두고 전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회상 한상대 전 검찰총장)와 뜻을 같이하는 역대 법무부 장관·검찰총장들은 28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헌법위반’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예고했다. 이들은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므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헌법이 규정한 검사의 영장 청구권과 검찰총장 임명 조항을 무력화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전직 검사들이 헌법소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에 의해 기본권 침해를 직접 당한 자만 정구할 수 있는데, 퇴직 검사들로 구성된 단체가 이를 주장하기에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이번 개정이 검사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애매해 실효성 없는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확정됐다. 검찰청은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이날(30일)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이 집단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원대복귀를 요구했다.
40명의 파견 검사들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분하에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며 검찰청이 해체됐다”며 “검사의 중대범죄 대한 직접 수사 기능아 상실됐는데 이와 모순되게 파견 검사들이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특별검사에게 중대범죄 수사에 있어 검사들의 역할 중요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표명해 줄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파견 검사들이 일선으로 복귀해 폭증하고 있는 민생사건 미제 처리에 동참할 수 있도록 복귀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파견 검사들은 제도의 모순을 언급하면서 ‘검사들이 중대범죄 수사를 맡아야 한다’는 자기 정당화의 논리를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삼가, 정치검찰의 명복을 빈다”고 비판했다.
박은정 의원은 “국정농단에 파견된 검사들의 집단 항명이다”며 “검찰개혁이 왜 불가역적으로 추진돼야 하는지를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의 각종 범죄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해 특검이 불가피해졌는데, 이에 대한 성찰 없이 자기 권한만 되찾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치평론가들도 이번 반발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검찰 스스로 수사 실패와 정치적 편향으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중대범죄 수사’를 다시 검사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적 공감을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집단 행동이 “정치검찰의 민낯을 다시 드러내며, 검찰청 폐지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역시 검찰청 폐지는 ‘권한 유지’가 아니라 ‘권한 분산’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른 시대적 결단이라고 강조한다. 수사·기소 분리는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논의돼 온 개혁 과제이며, 과정에서 불편이 있더라도 정당성이 흔들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 내부와 전직 검찰 간부들의 저항은 결국 기득권 수호로 비칠 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이상 설 자리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
검찰청 폐지를 둘러싼 여진은 여전히 거세다. 그러나 정치검찰의 폐해를 경험한 국민 다수는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학계 한 관계자는 검찰개혁은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권력기관의 오만과 특권에 대한 사회적 단죄이자 불가역적 변화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준 계기라고 분석한다. 이번 논란이 결국 개혁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는 과정에 불과하며, 권력자들은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