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워싱턴 D.C.로 출국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 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워싱턴 D.C.로 출국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통령실과 정부의 경제·통상 담당 수장이 일제히 미국으로 향하며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양국 모두 협상 타결의 긍정적 기류를 내비친 상황에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향했고,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미 출국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경제·통상 사령탑이 일제히 미국행에 나선 것이다.

미국에서 이들은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한 막판 담금질에 돌입한다. 구 부총리는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과 만남을 갖고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여 본부장은 제이미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실장은 이날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목표로 하는 APEC 회의,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준비하는 기간도 적절하다”며 “같이 모여서 우리 입장을 조율하고 협상에 박차를 가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같이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는 대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과 합의를 이뤄냈지만, 구체적 투자 방식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은 3,500억 달러 중 5%만 현금으로 투자하고 나머지는 대출·보증 등으로 채우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미국은 현금 투자를 고수하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 관세를 산정했다. /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 관세를 산정했다. / 뉴시스

◇ APEC 기점 협상 타결 전망도

하지만 최근 한국과 미국 내 협상 책임자들로부터 긍정적 메시지가 나오면서 극적 타결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기자 간담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과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10일 이내’라는 시점을 언급하면서 협상 타결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다. 이견이 있음을 인정했지만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협상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측이 요구한 ‘통화 스와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미 재무부의 기금을 활용한 통화 스와프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이날 출국 전 기자들을 만나 “구체적 내용은 협상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다만 외환시장 관련된 여러 부분에서 미국 측과 상당 부분 오해라면 오해, 이해의 간극이 많이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통화 스와프는 우리가 제기한 바 있지만, 그건 무제한 통화 스와프”라며 “그 부분에 진전은 없다. 큰 의미나 기대를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적 협의가 진행되는 건 제가 다 업데이트되지 않았고 그걸 다 공유하면서 진행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제가 협상팀과 실시간으로 교감하지 않는 상태에서 예견하거나 평가하긴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우리 측 경제·통상 수장이 총출동해 관세 협상에 힘을 실으면서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전후 관세 협상의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점쳐진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될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활용하려는 공감대가 양측 모두에게 존재한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위 실장은 “APEC이라는 큰 계기가 있는 건 맞고, 정상 간 만나는 계기가 양측 모두로 하여금 계기를 활용해 진전을 만들어보자는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라며 “구체적 해결까지 못가도 프레임을 만드는 정도는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어느 특정 시기를 예단하는 건 아니고 다만 APEC이라는 게 두 정상이 만나는 기회이기에 양국 협상단 간 이 기회를 활용하자는 공감대가 있다”며 “(다만) 국익과 국민의 이해에 맞게끔 가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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