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국회를 향한 총구를 ‘질서유지’라 부른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특전사 병력을 국회로 진입시킨 피고인 윤석열(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내놓은 설명이다. 그는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지만, 현장 지휘관이었던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그런 지시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질서유지’라는 말로 포장된 군 투입의 실체가 다시 법정에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30일 피고인 윤석열의 내란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을 열었다. 피고인 윤석열은 지난 7월 재구속 이후 16차례 불출석했다. 그러나 이날은 핵심 증인으로 지목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의 출석에 맞춰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은 쟁점은 비상계엄 당시 군 병력의 국회 진입이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였는지, 아니면 국회 의결을 차단하기 위한 행위였는지 여부다.
피고인 윤석열은 반대신문 과정에서 “국회 확보는 공공질서를 위한 조치였다”며 “민간인을 억압하지 않고 질서유지를 위해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가 회기 중이었고, 병력 규모를 정하려면 확보의 목적을 알아야 했다”며 “거점을 확보하라는 지시 역시 질서유지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곽 전 사령관은 “질서유지나 시민보호를 위한 투입이란 말은 들은 적이 없다”며 “그건 결이 다른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또 “계엄 전후로 ‘질서유지’라는 표현을 상부로부터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피고인 윤석열의 ‘질서유지’ 주장은 군 작전 명령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다.
곽 전 사령관은 또 당시 특전사 707특임단이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을 확보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진술했다. 작전 준비 과정에서는 국회의 전자 표결이 진행되지 못하도록 전력 차단 방안을 논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군 투입의 목적이 단순한 경계나 질서유지가 아니라, 국회의 의결 절차를 직접 겨냥한 행위였다는 점을 시사한다.
피고인 윤석열은 이에 대해 국회 진입의 실질적 강제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계엄의 목적이 ‘경고와 질서유지’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병력이 국회에 투입된 사실만으로도 그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윤석열은 “군이 민간인을 억압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실제 작전 내용과 지휘 체계는 그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았다. 곽 전 사령관의 증언과 관련 기록(병력 규모, 임무 배치, 전력 차단 논의 등)을 종합하면, 군의 움직임은 국회의 의결 절차와 맞물려 있었다.
비상계엄의 법적 근거가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태’에 한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 회기 중 병력 투입은 그 자체로 헌정 질서의 중단에 가까운 조치다. 그럼에도 이를 ‘질서유지’라는 법기술로 포장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