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북한이 핵 추진 잠수함 도입 승인 등을 담은 한미 간 ‘조인트 팩트시트’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합의 내용이 ‘대결이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다. 대통령실은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거센 반발 속에 경색된 남북 관계를 개선 해법 마련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 3,800자 분량 ‘비판’ 쏟아낸 북한
북한의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8일 논평을 통해 한미 통상·안보 합의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와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강하게 비판했다. 통신은 “우리 국가에 끝까지 적대적이려는 미한의 대결 의지와 더욱 위험하게 진화될 미한동맹의 미래를 진상하고 있다”며 “그로 하여 보다 불안정해질 지역 안보 형세를 예고해 주고 있다”고 했다.
특히 핵 추진 잠수함 승인과 관련해 “한국의 핵 잠수함 보유를 승인한 데 이어 우라늄 농축과 핵 폐연료 재처리를 용인함으로써 ‘준 핵보유국’으로 키돋움할 수 있도록 발판을 깔아준 사실은 미국의 위험천만한 대결 기도를 직관해 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핵 잠수함 보유는 자체 핵무장의 길로 나가기 위한 포석으로서 이것은 불피코 지역에서의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하고 보다 치열한 군비경쟁을 유발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평은 북한이 한미 통상·안보 합의에 대한 첫 입장표명으로 우리 정부가 미국에 요구한 핵 추진 잠수함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입장 표명이 고위급 인사의 담화가 아니라는 점, ‘비핵화 불가’ 등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북한이 자신들의 주장을 물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더욱이 북한이 이번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 등을 동북아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고 있는 것도 난관이다. “조선반도지역을 초월하여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군사안전형세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꼬집은 게 대표적이다. 최근 중국·러시아 등과 연대를 강화해 온 상황에서 ‘북중러 연대’를 공고히 함으로써 대결 구도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번 논평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선택이 얼마나 정당한 것인가를 확증해 주고 있다”며 자신들의 핵무장 명분도 공고히 하고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간 우리 정부가 추구해 온 경색된 남북 관계 개선도 난망해 보인다. 특히 북한의 이날 논평이 전날(17일) 우리 국방부가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 문제를 논의하자며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한 이후라는 점도 비관적 전망을 더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이번 북한의 입장과 남북 군사회담 제안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제안한 지 하루 밖에 되지 않은 만큼 속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반응과 별개로 대화의 문을 닫지 않겠다고도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정부는 조선중앙통신의 논평과는 달리 북측에 적대적 대결 의사가 없다”며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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