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2025년 쌍둥이 이슈 포럼' 현장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24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2025년 쌍둥이 이슈 포럼' 현장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평균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 시술을 받는 부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45세 이상 여성의 난임 치료 시술 본인부담률이 기존 50%에서 30%로 낮아지며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자, 난임 시술 건수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그에 따라 다태아 출산 비율 역시 높아지고 있어, 쌍둥이 임신과 양육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출생아 중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5.7%로, 2001년 1.7%에 비해 약 3배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한국의 다태아 출산율은 높은 수준이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다태아 출산율은 출생아 1,000명 중 26.9명으로, 세계 다태아 출산율 데이터(HMBD)에 포함된 27개 주요국 중 2위를 기록했다.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다태아 출산율 감소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만 오히려 증가세를 나타내는 점이 주목된다.

◇ 다태아 임신의 주요 위험 요인 ‘조산’

24일 진행된 '2025 쌍둥이 이슈 포럼'에서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홍유미 교수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이민지 기자
24일 진행된 '2025 쌍둥이 이슈 포럼'에서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홍유미 교수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이민지 기자

다태아 임신은 단태아에 비해 산모가 임신 주수를 온전히 유지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2025 쌍둥이 이슈 포럼’에서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홍유미 교수는 “쌍태 임신이 늘어나면서 조산아·저체중아 역시 데칼코마니처럼 증가하고 있다”며 “쌍둥이 산모는 평균 35주에 분만한다. 만삭 기준인 40주보다 한 달 반가량 이른 시기이며, 34주 이전 이른 조산 비율도 27%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쌍태 임신의 경우 90% 이상이 제왕절개로 출산하기 때문에 합병증이 많다”며 “산모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 조기양막파수 △임신중독증 △임신성당뇨병 등 산과적 합병증이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쌍태 임신은 그 자체로 ‘고위험 임신’으로 분류된다”며 “보건복지부의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서울시의 35세 이상 임산부 의료비 지원 등 현재 제도는 임신 중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 쌍태 임신에 대해서는 임신 전·중·후를 포괄하는 전주기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출산 초기 1년 만이라도 숨 쉴 틈을”… 쌍둥이 부모의 절박한 호소

22년생 딸 쌍둥이를 양육하고 있는 배영민 씨는 이날 “자녀들을 양육하며 가장 크게 느낀 건 고립감이었다”며 “아내는 하루 종일 두 아이와 집에서 씨름했고, 저 역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빠르게 지쳐갔다”고 토로했다.

쌍둥이 양육 부모의 정서적 어려움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11일까지 쌍둥이 부모 4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울 자가검진 결과에 따르면, 쌍둥이 양육 부모의 25% 이상이 경미한 우울 증상을 보였다. 쌍둥이 출산모의 경우 고도 우울증이 30.2%에 달해 심리적 지원이 필요함이 나타났다.

중앙난임·임산부심리상담센터 전명욱 센터장은 “다태아 출산 여성은 산후 우울증 발병률이 최대 2.5배 높다”며 “난임 시술 과정, 신생아 중환자실 경험 등을 통해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돼 이들에 대한 정서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 센터장은 “쌍둥이의 초기 양육은 부모가 둘 다 달려들어도 숨 쉴 틈이 없을 정도로 ‘생존모드’에 가깝다”며 “만성적인 수면 박탈로 극심한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이는 더 큰 정신건강 문제의 씨앗이 되며 부부 관계 악화‧가정 해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진행된 '2025 쌍둥이 이슈 포럼' 현장에서 22년생 딸 쌍둥이의 임신부터 양육까지 과정의 어려움을 털어놓은 배영민 씨의 모습이다. / 사진=이민지 기자
24일 진행된 '2025 쌍둥이 이슈 포럼' 현장에서 22년생 딸 쌍둥이의 임신부터 양육까지 과정의 어려움을 털어놓은 배영민 씨의 모습이다. / 사진=이민지 기자

정서적 측면 외에도 현실적인 지원 개선도 요구된다. 배영민 씨는 자신의 양육 경험을 토대로 △다태아 태아보험 가입 제한 완화, 임신 전 기간 단축근무‧재택근무 허용 등 임신 유지 단계의 전면적 보호 △아빠 육아휴직 의무화 또는 인센티브 강화, 조부모 돌봄 바우처 도입 등 부모 공동 양육 환경 조성 △산후도우미 2인 배치, 쌍둥이 전용 전화 상담 등 출산 초기 1년 집중 지원 등의 3대 정책을 제안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가 원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딱 초기 1년 만, 숨 좀 쉬게 해달라는 거다’라고 말한 아내의 말로 결론을 대신한다”며 “쌍둥이 부모가 지쳐 무너지는 사회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 부모를 지지하는 것은 곧 아이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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