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참사 유가족 협의회 “사조위 독단적 공청회, 연기하라” 규탄
“국토부 소속 사조위 조사, 공정성 훼손… 기관 독립 후 조사 재개해야”
조종사노조연맹 “절차적 위법성 존재, 사실조사 보고서 작성·배포 선행 必”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지난해 연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가 오는 12월 4일과 5일 사고조사 공청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유가족들과 항공업계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조위는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참사와 관련해 오는 12월 4일과 5일 양일간 서울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공청회를 개최한다. 날짜 및 시간대별로 △4일 오전 조류 △4일 오후 방위각 시설 △5일 오전 기체·엔진 △5일 오후 운항 세션으로 구성됐으며, 담당 조사관들의 조사 관련 설명, 질의응답, 의견청취 순으로 이뤄진다.
사조위는 사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공식 절차로 공청회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관계 확인, 공청회를 통해 기술적 검증, 조사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종합적으로 다룬다는 방침이다. 또한 공청회의 전 과정은 유튜브로 실시간으로 생중계할 계획이다.
그러나, 참사 유가족들과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연맹(이하 조종사 노조연맹)은 사조위의 공청회 개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점은 공청회를 주관하는 측이 ‘국토부 대변인실’이라는 점이다. ‘국토부’가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공항운영·관리 등을 국토부와 그 산하 기관이 담당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는 제주항공 여객기가 안전한 착륙을 하도록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무안공항에서 ‘조류충돌 경보’를 발령한 시점은 오전 8시 57분으로, 제주항공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선포한 오전 8시 59분보다 불과 2분 전이었다. 결국 제주항공 여객기는 새떼를 피하지 못하고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 사고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무안공항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설치할 때 국제 규정으로는 ‘잘 부서지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이 존재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방위각 시설 하부를 콘크리트 지지대로 설계하고 주변을 흙과 모래로 둔덕을 쌓았다.
제주항공 여객기는 버드스트라이크 이후 추력이 저하돼 정상 조종이 불가해졌다. 운항승무원들은 해당 항공기를 끝까지 조종하면서 선회 후 동체착륙까지 완벽히 해냈지만, 활주로를 벗어나 콘크리트 지지대 방위각 시설에 부딪히며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즉 무안공항 등 전국 공항의 시설을 관리·감독해야 할 국토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국토부 산하 기관이 해당 사고에 대해 조사를 하는 것은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어 유가족들과 조종사 노조연맹 측은 이번 사조위의 공청회 개최를 반대하는 것이다.
12·29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지난 24일 성명문을 통해 “사조위는 모든 조사를 즉각 중단하고 독단적인 공청회를 잠정 연기하라”면서 “사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국토부 소속 사조위가 주도하는 조사는 공정성이 훼손됐다. 조사 기관이 독립할 때까지 다음달 4일 예정된 공청회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는 독립적인 조사 기구로 전환된 이후에 재개돼야 한다”며 “이미 셀프 용역·언론브리핑 등 여러 차례 사조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유가족은 빠른 조사가 아닌 진실을 밝히는 바른 조사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조종사 노조연맹에서도 사조위가 국토부로부터 독립해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된 후에 제대로 된 공청회를 개최할 것을 촉구했다.
조종사 노조연맹 측은 “국토부의 각본대로 계획된 사조위의 초법적인 공청회 개최 강행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국제기준(ICAO 부속서 13 ‘항공기 사고 및 사고 조사’)에 근거해 작성된 사조위 항공사고조사 매뉴얼 중대사고 조사 공정도 및 작성요령에 의하면 대규모 인명손실이 발생한 중대사고 발생 시 공청회는 사실조사 보고서가 작성 및 배포되고, 기술검토 완료한 후에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번 공청회는 이러한 과정이 배제되었기에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공청회 개최 시 사실보다는 주장과 추정이 포함된 진행이 예상되기에 지금보다 더 사고조사의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이러한 조급함은 향후 국가 주도의 사고조사 신뢰성은 물론, 공정성의 문제를 야기하고 부실 조사보고서로 이어져 ‘철저한 원인분석을 통한 재발 방지’라는 사고조사의 목적과 본질을 훼손할 수 있기에 연맹은 사조위의 공청회 연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조위 공청회 운영지침(사조위 훈령 제44호)에 나와 있듯이 공청회 참석 대상자 전원을 배제 없이 참석시킨 사전회의를 개최해 사실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질의내용에 대해 사전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며 “사전에 아무런 사실조사 결과의 공유 없이 공청회 당일에 질의 시간만 계획했다는 것은 사실상 전문가들에게 사전 검토 없이 참석하게 해 사조위 공청회의 들러리로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여 공정성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특히 답변하는 전문가로 선정된 단체 중 일부는 국토부 연구용역을 수주한 단체라는 점에서 공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토부 대변인실에서는 “사조위의 공청회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더 자세한 내용은 사조위 관계자를 통해 확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조위에서는 이번 공청회를 올해 8월쯤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조위 측에서도 유가족들이나 조종사 노조연맹의 주장을 전해 듣긴 했으나 연내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한 중간발표를 할 것이라고 이전부터 안내를 했던 건이기에 다음달 4일과 5일 예정된 공청회는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