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지난해 매출은 미국 메이저 방송사 ‘NBC’의 광고매출액인 60억 달러의 2.5배가 넘었다. 기존 방송시장의 판도를 유튜브가 바꾼 셈이다. 그러나 유튜브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도덕적 선을 넘는 유튜버들이 나오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조회수,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한 유튜버들의 몸부림이 심해지면서 여러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가짜뉴스나 욕설 방송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허용 ‘선’을 넘는 비도덕적인 소재를 방송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감염증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을 이용하려는 유튜버들도 등장하고 있다.

◇ 조회수 늘리기 위해 ‘신종 코로나 감염증’ 몰카 촬영… 사회적 혼란 유발

지난달 30일 부산 지하철 3호선에서 20대 유튜버는 “나는 우한에서 왔으며 폐렴 환자다”라고 소리치며 신종 코로나 감염자 행세를 했다. 경찰은 사회 불안감 조성 등의 혐의로 해당 유튜버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해당 유튜브는 경찰 조사에서 “관심을 끌고 싶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유튜버는 조사 과정에서 반성의 태도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도 전혀 반성하는 모습이 없었다”며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조사가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수사를 조롱하는 영상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앞서 지난 29일 대구시 동대구역  근처에서는 방역복을 입은 유튜버가 탈출한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환자를 추적하는 몰래카메라를 촬영하다 적발돼 사회적 문제가 됐다. 

지난달 30일 부산 지하철 3호선에서 20대 유튜버는 “나는 우한에서 왔으며 폐렴 환자다”라고 소리치며 신종 코로나 감염자 행세를 했다. 경찰은 사회 불안감 조성 등의 혐의로 해당 유튜버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반성의 태도없이 해당 유튜버는 경찰 수사를 조롱하는 영상을 올렸다./유튜브 캡쳐

해당 유튜버는 논란이 일자 자필 사과문을 통해 “이번 감염병 예방과 우리 스스로를 경계하자는 취지의 영상이었지만 잘못된 방법이었다”며 “공포심을 느끼셨을 시민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누리꾼들은 “시덥잖은 사과문이나 해명할 생각하지말고 조용히 채널 폐쇄나 해야할 것”이라는 등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환자’인 척 동정심 유발… 환우들에게 깊은 상처 남기기도

신종 코로나와 같은 사회적 이슈뿐만 아니라 희귀 질환이 있는 척 연기해 조회수를 늘리려는 악질 유튜버들도 등장하고 있다. 

자신이 ‘뚜렛 증후군’ 환자라고 소개한 유튜버는 그동안 고난과 역경을 딛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방송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뚜렛 증후군이란 다발성 운동틱과 한 가지 이상 음성틱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행동이 돌발적으로 발생한다.

해당 유튜버의 방송을 시청한 한 뚜렛 증후군 환자는 “같은 뚜렛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분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나 역시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유튜버의 뚜렛 증후군이 연기라는 의혹이 붉어졌다. 그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그는 틱 장애도 없고 음반도 발표했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그의 뚜렛 증후군이 의도된 영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7일 방영된 SBS의 ‘궁금한 이야기’에서 황민구 영상분석가는 “중간중간 편집이 되어 있다”며 “이로 인해 동작이 과장되고 증상이 심해보인다”고 밝혔다. 임명호 소아정신과 전문의도 “손가락을 펴는 것에 문제가 있는 병인데 젓가락도 안 놓치면서 때리고 오므리는 게 이상해 의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이 퍼지자 유튜버는 자신이 뚜렛 증후군에 의한 틱 장애를 과장해 방송했다고 인정한 뒤 게시물을 모두 비공개로 돌렸다. 이후 그는 채널명을 바꾼 뒤 “자신의 궁극적 목표는 시트콤을 만드는 것”이라며 “해당 뚜렛 증후군 환자도 캐릭터 중 하나다”라고 해명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자신이 ‘뚜렛 증후군’ 환자라고 소개한 유튜버는 그동안 고난과 역경을 딛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방송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그러나 해당 유튜버는 뚜렛 증후군이 연기라는 의혹이 붉어지자 채널을 폐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 유튜브, 자정 노력하지만 부족… 강한 규제 필요

이처럼 도덕적으로 선을 넘는 유튜버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유튜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유튜브는 허위정보로 인한 문제를 막기 위해 광고수익에 제한을 주는 ‘노란 딱지’ 제도를 운영 중이다. 방송 내용이 부적절한 채널에는 노란 딱지를 부과한다. 가이드라인 위반이 누적될 시 채널을 폐쇄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란 딱지를 부과하는 가이드라인의 판단 기준(부적절한 언어, 폭력, 음란물,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건 등) 모호하고 채널 폐쇄 시 다른 계정으로 유튜버 활동을 재개하는 등으로 인해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실시간으로 유튜브 등 개인방송 채널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일일이 규제하기는 힘든 상태다. 더욱이 기존 방송처럼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이 아닌 콘텐츠에 대한 삭제 및 차단 권고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유튜버를 법적으로 처벌하기도 애매하다. 신종 코로나 몰카 유튜버의 경우 경찰 측에서 허위사실 공포 등으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으나 뚜렛 증후군 유튜버와 같은 속임수의 경우 처벌이 어렵다. 유튜버의 수익 방식이 소비자에게 직접 수익을 받는 형태가 아닌 유튜브로부터 광고 수익을 받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역시 일반 방송법을 적용해 허위사실 유포, 사회 혼란 야기, 사기 등의 항목으로 강하게 처벌할 수 있어야한다”며 “해외의 사례들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규제에 적극적이다. 독일의 경우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유해 콘텐츠가 발견될 시 24시간 내에 삭제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유로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다만 지나친 유튜버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OTT 관계자는 “인터넷은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유튜브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 채널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존 방송과 같은 규제를 적용한다면 표현의 자유와 OTT사업 발전의 저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당분간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유튜브 전성시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튜버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유해 콘텐츠, 악성 유튜버들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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