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방문자들 연락 두절… 외신, 성 소수자 차별 우려 제기
‘게이클럽’ 최초 보도 기자·언론사에 압박 논란… “공익보도, 언론의 자유”

집합금지명령 안내문이 부착된 이태원 소재 유흥시설 / 뉴시스
집합금지명령 안내문이 부착된 이태원 소재 유흥시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과 주점을 방문한 이들 중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온 가운데 약 3,000여명이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태원 클럽·주점을 방문한 이들 중 적지 않은 수의 인원이 연락처를 허위로 기재했거나 방역당국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배경에 무분별한 언론 보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와 관련해 특정 매체에서는 [단독]을 붙여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고 보도를 했다. 해당 매체가 ‘게이클럽’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보도한 직후 다수의 언론 매체도 잇따라 ‘게이클럽’을 부각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 이태원 소재 특정 클럽을 방문한 이들 중 일부는 방역당국 검사를 거칠 시 이곳을 방문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강제로 커밍아웃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외신에서는 성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법적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성적 지향이 드러나는 이른바 ‘아웃팅’을 우려해 코로나19 진단을 기피하게 될 수도 있다”며 “한국의 성 소수자 대부분은 자신의 성적 지향을 가족이나 동료에게 감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9일(현지시각) 이번 사태를 두고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나타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가디언지와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들은 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파장이 커지자 일부 언론은 기사 속 ‘게이 바’ 언급을 삭제하면서 제목도 수정했지만 사과는 없었다는 점을 비판했다.

‘게이클럽’이라고 최초로 보도한 언론사 측은 한국교회언론회 입장문을 빌려 “‘이태원 게이 클럽’ 보도는 공익 위한 것”이라고 보도를 하는 등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교회언론회는 지난 8일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 상황에서 동성애 보호가 더 중요한가’라는 논평을 냈다. 내용으로는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팬데믹 상태인데, 용인시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게이클럽’이라고 보도해 아웃팅(동성애자라는 사실이 타의에 의해 밝혀짐) 당했다며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된 이유는 동성애자가 차별받고 개인 신상이 알려졌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 질병관리본부나 언론은 그 장소와 특정 단체를 자세히 소개해 왔다. 국민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교회언론회는 “이번 보도는 공익적 차원에서 한 것이며 동성애를 포함한 다중이 모이는 클럽에서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해당 매체의 보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는 언론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해당 보도에는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의 △자택 위치 △나이대 △직종 △직장 위치 등 불필요하게 많은 개인정보가 담겼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진국 아주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인물과 단체 등을 특정할 수 있다면, 언론 보도라 할지라도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며 “그러나 ‘성 소수자’라는 것은 개인이나 단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누군가를 특정할 수 없는 애매한 부분이 있어 명예훼손에 해당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형법 제307조에 따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제309조는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관련 내용으로,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해 제307조 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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