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2 05:47
실라키스 벤츠 코리아 사장이 남긴 ‘명과 암’
실라키스 벤츠 코리아 사장이 남긴 ‘명과 암’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0.05.27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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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이 5년의 임기를 마치고 한국을 떠난다. /뉴시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이 5년의 임기를 마치고 한국을 떠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메르세데스-벤츠를 수입차 업계 ‘만년 2위’에서 ‘절대 1위’로 올려놓은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이 5년간의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떠난다. 벤츠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하고, 4년 연속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면서 자신의 이력에 화려한 업적을 새긴 그다. 하지만 임기 끝자락에 불거진 배출가스 조작 적발과 끝내 해소하지 못한 여러 논란 등 어두운 면도 남기게 됐다.

◇ 벤츠 한국시장 제패 이끈 실라키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이 벤츠 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2015년 9월이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측은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고려한 다임러그룹의 판단에 따라 실라키스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국적인 그는 1992년 다임러그룹 메르세데스-벤츠 그리스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승용·상용 부문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한국에 오기 직전엔 메르세데스-벤츠 브라질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현지 판매실적을 2배 증가시키는 등의 뛰어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실라키스 사장 부임 당시 벤츠는 한국시장에서 BMW에 밀려 ‘만년 2위’의 설움을 겪고 있었다. 일찌감치 한국 시장에 진출해 입지를 다져온 BMW가 2008년을 시작으로 8년 연속 국내 수입차 시장 1위를 질주하는 동안, 벤츠는 7번이나 2위에 그쳤다. 특히 2009년과 2010년엔 두 브랜드의 판매실적 차이가 700여대에 불과했다. 2015년엔 벤츠가 11월까지 앞서다 마지막 12월에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다임러그룹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실라키스 사장은 시간이 부족했던 부임 첫해의 아쉬움을 딛고 이듬해인 2016년 곧장 벤츠를 한국 수입차 시장 1위에 올려놓았다. BMW의 1위 행진을 저지했을 뿐 아니라, 벤츠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시장을 제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실라키스 사장이 열어젖힌 ‘벤츠 시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벤츠는 2016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위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2위 BMW와의 격차도 뚜렷하게 벌려놓고 있다. 또한 2016년 5만대, 2017년 6만대, 2018년 7만대 고지를 넘어서며 수입차 업계 최초 기록에 줄줄이 이름을 새겼다. 심지어 최근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실적까지 제치며 기염을 토한 바 있다.

◇ 배출가스 조작 후폭풍… 남은 과제도 ‘산적’

하지만 실라키스 사장이 화려한 성공만 남긴 것은 아니다. 눈부신 ‘명’ 못지않게 배출가스 조작 논란 등 ‘암’도 짙다.

벤츠 코리아는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최근 환경부로부터 776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환경부는 벤츠 코리아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12개 차종 총 3만7,154대의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라키스 사장은 이러한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적발된 차량 중 실라키스 사장 부임 이후 판매된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벤츠 코리아는 우선 환경부의 명령에 따라 리콜을 실시하되,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환경부는 물론 소비자단체가 고발에 나서면서 수사 및 재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015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실라키스 사장의 모습. /뉴시스
2015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실라키스 사장의 모습. /뉴시스

이러한 상황은 한국시장에서 독주체제를 완비해놓은 벤츠에게 ‘비상’이 아닐 수 없다. 역대 최대 규모인 776억원의 과징금 부담이 상당한데다,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름잡았던 아우디, 폭스바겐도 배출가스 조작파문 및 부적절한 사후대처로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고, 수년이 지난 지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실라키스 사장이 한국을 떠나게 된 점 역시 주목을 끈다. 실라키스 사장은 벤츠 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 혐의 기간 중 상당 기간 수장을 맡은 인물이다. 최종 책임자일 뿐 아니라, 본사의 개입여부 등을 밝혀내는데 있어 중요한 인물일 수밖에 없다. 그런 그가 홀연히 떠날 경우, 향후 수사 및 재판에 난항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실제 과거 배출가스 조작으로 홍역을 치렀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요하네스 타머 총괄사장은 관련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독일로 돌아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다른 관계자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돼 판결까지 내려졌지만, 요하네스 타머 전 총괄사장의 재판은 공전 상태다. 범죄인 인도절차까지 진행되고 있으나 그가 돌아와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더욱이 실라키스 사장은 과거 이와 유사한 행보로 논란을 남긴 바 있다. 2017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벤츠 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과 관련해 실라키스 사장을 국감에 호출했다.

하지만 당시 실라키스 사장은 긴급 눈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라는 이유로 국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2주전, 실라키스 사장은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초등학생들과 축구를 즐기는 등 건강한 모습을 보인 바 있었다. 국감 출석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이 나온 이유다.

5년의 임기를 거치면서 끝내 해소하지 못한 각종 논란거리도 실라키스 사장이 남긴 숙제다.

우선, 벤츠는 수입차업계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한국 무시 논란’의 단골손님이다. 실라키스 사장 부임 직후 벌어진 이른바 ‘벤츠 골프채 사건’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당시 해당 고객은 반복되는 시동꺼짐 현상에도 벤츠가 차량 교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자신의 벤츠 차량을 골프채로 부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결과적으로 해당 차량은 리콜대상에 포함됐다.

위상에 걸맞지 않는 기부금과 막대한 해외 배당, 딜러사 쥐어짜기 등의 논란 역시 오랜 세월 해소되지 않고 있는 문제다. 벤츠 코리아는 오히려 해외 배당을 꾸준히 늘리는 등 개선의지마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자신의 이력에 화려한 업적을 새긴 실라키스 사장은 8월 1일을 기해 벤츠 코리아 사장 자리를 떠난다. 이후 9월 1일부로 미국에서 메르세데스-벤츠 USA의 영업 및 제품을 총괄할 예정이다. 실라키스 사장이 남긴 무거운 과제는 본 하우버 신임 사장에게 건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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