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뵨 하우버 신임 사장 부임을 전격 취소하고, 김지섭 부사장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뵨 하우버 신임 사장 부임을 전격 취소하고, 김지섭 부사장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수입차업계 굴지의 1위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이하 벤츠코리아)가 초유의 수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전임 사장은 ‘도피 의혹’ 속에 홀연히 떠났고, 후임 사장은 부임을 포기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 속에, 벤츠코리아를 향한 시선은 더욱 싸늘해질 전망이다.

◇ 뵨 하우버 사장, 임기 시작 넘겨 ‘취소 발표’

벤츠코리아는 지난 5월 1일, 사장 인사를 발표했다. 2015년 9월 부임했던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이 임기를 마치고, 뵨 하우버 신임 사장이 그를 대신해 8월부터 부임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현재 벤츠코리아는 수장이 없다. 지난 5일 벤츠코리아는 뵨 하우버 사장의 부임이 어려워졌다며 김지섭 고객서비스 부문 총괄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사실, 벤츠코리아의 이번 인사는 애초부터 적잖은 뒷말을 낳았다. 5년 동안 벤츠코리아를 이끌며 좋은 성과를 거둔 실라키스 사장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웠지만, 전후 상황에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벤츠코리아가 인사를 발표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환경부는 벤츠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했을 뿐 아니라, 법인 및 대표 등을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5월 중순, 실라키스 사장은 이미 한국에 없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해외출장을 이유로 한국을 떠난 것이다. 이후에도 실라키스 사장은 한국에 돌아오지 않은 채 지난달 말을 기해 임기를 마쳤다. 이를 두고 검찰 수사, 더 나아가 재판을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실라키스 사장의 이러한 행보는 앞서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돌연 고국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는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을 떠올리게 했다. 타머 전 총괄사장은 2017년 초 한국을 떠나 건강 등의 이유를 들며 3년 넘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범죄인 인도 절차까지 진행되고 있으나 송환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에 대한 재판 및 처벌은 제자리에 멈춰 있는 상황이다.

◇ 모든 게 헝클어진 인사… ‘졸속’의 결과?

이 같은 의혹 및 우려가 제기되자 실라키스 사장은 지난달 중순 일부 매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를 부인하며 향후 검찰 조사 등에 계속해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후임 사장의 부임이 전격 취소되는 등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5월 인사 발표 당시 미국으로 향할 예정이라고 밝혔던 실라키스 사장은 코로나19로 미국 입국이 어려워졌다며 행선지가 캐나다로 바뀌었다. 이어 그의 후임으로 낙점됐던 뵨 하우버 사장은 돌연 한국행을 취소했다. 이처럼 당초 계획이 모두 실현되지 않으면서 급조된 졸속 인사 발표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장 인사를 둘러싼 초유의 상황에 벤츠코리아 측도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벤츠코리아 측 관계자는 “뵨 하우버 사장의 개인적인 사유로 한국 부임이 무산됐다”며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 등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뵨 하우버 사장의 부임이 구체적으로 언제 취소됐는지, 그가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아예 퇴사한 것인지 등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한 후임 사장 선임에 대해서는 “뵨 하우버 사장의 부임 시점이 연기된 것은 아니며, 새로운 인물이 선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시점 또한 알 수 없다는 답변이다.

이와 관련해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이미 5월에 발표했던 인사를 부임 시점을 넘겨 취소됐다고 밝히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국내 수입차시장 굴지의 1위 벤츠코리아라는 점에서 더욱 이상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벤츠코리아 측 관계자는 실라키스 사장을 향한 의혹 및 우려에 대해 “현재로선 조사가 진행 중인 단계이므로 구체적으로 말씀 드릴 것이 없다”며 “벤츠코리아는 앞으로도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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