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가한 뒤, 국내에선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불매운동이 일어난지 1년째에 접어든 가운데 불매운동 현재 양상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6일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함과 일본 제품 불매 동참을 호소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난해 7월 일본은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가했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에 한국 국민들은 분노했다. 국내에선 일본 회사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타올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이 빠르게 공유돼 동력을 키웠다. 일본여행은 물론, 의류·생활용품·잡화·화장품·주류·전자제품·스포츠레저·식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일본 브랜드들이 불매 리스트로 거론됐다. 특히 유니클로, 데상트, 등 패션브랜드와 DHC 등 화장품 브랜드, 아사히 등 맥주 브랜드가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러한 불매운동이 일어난 지 어느덧 1년째에 접어들었다. 시간이 꽤 흐르면서 불매운동 열기가 사그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불매운동 기조가 무색하게 일본 브랜드인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 ‘스위치’가 최근 품귀 현상에 시달릴 정도로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SNS상의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회자성도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떨까.  

◇ 일본 불매 SNS상 언급량, 작년 8월 정점 찍고 감소세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동력을 키웠다. 많은 누리꾼들이 SNS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과 일본 기업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운동을 주도했다. 일본 기업과 대체 브랜드를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노노재팬’)도 등장했다. 2013년 독도 관련 갈등으로 불거진 불매운동이 초기 중장년층 자영업자들의 주도로 촉발된 것과 달리, 지난해 불매운동은 젊은층이 SNS와 블로그, 커뮤니티 중심으로 정보를 확산시키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온라인 채널 중엔 트위터가 주요 창구가 됐다. 디지털마케팅업체 엠포스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일본 불매운동 현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트위터를 기준으로 7~8월 간 일본 불매운동 관련 게시물(리트윗 건수 포함)이 128만건에 달했다.

일본 불매 운동 관련해 온라인상 게시물 추이는 지난해 7월~8월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자료는  디지털 마케팅 업체인 엠포스가 2019년 5월부터 2020년 6월까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와 블로그 및 커뮤니티, 뉴스 등에서 ‘일본 불매’ 키워드를 추출해 분석한 온라인 게시물 추이. /데이터·그래픽=엠포스 제공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 관련 온라인상 게시물량은 최근 몇 개월간 부쩍 줄어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엠포스가 최근 1년간(2019년 5월~2020년 6월) 간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와 블로그 및 커뮤니티, 뉴스 등에서 ‘일본 불매’ 키워드를 추출한 뒤 분석해 <시사위크>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관련 게시물 건수는 지난해 7월(66만6,521건)과 8월(36만4,801건) 정점을 찍고 빠르게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불매 관련 게시물 건수는 △2019년 9월 8만3,173건 △10월 9만2,615건 △11월 4만1,459건 △12월 2만8,990건 순으로 낮아진 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2만건 수준을 보였다. 

SNS 정보량이 감소한 만큼, 불매운동 열기도 사그라지고 있는 것일까. 박경하 엠포스 마케팅본부5국 빅데이터팀 팀장은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온라인상에서 일본 불매 관련 게시물이 감소했다고 불매운동 열기가 반드시 식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며 ”불매운동 의지가 꺾었다고 한다면 주요 타깃이 된 불매 제품들에 대한 소비 심리가 회복세를 보여야 할 텐데, 그런 흐름까진 나타나진 않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정 브랜드에 대한 비구매 의지가 고착화되면서 회자성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어차피 나는 이 제품을 안 산다’는 생각이 굳어지면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어지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니클로와 아시히 맥주 등의 일본 브랜드는 SNS상 불매 언급량 감소에도 여전히 매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불매운동에 타격을 받아 매출이 31% 가량 급감하고 적자 실적을 냈다. 올해 1분기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14.3%가 줄어든 84억원에 그쳤다. 불매운동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덮치면서 매출 회복세가 더딘 모습이다. 

여기에 아사히 맥주를 비롯한 일본 맥주에 대한 수요도 급감한 상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일본 맥주 총 수입금액은 224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2,689만달러) 대비 91.7% 가량 감소한 규모다. 

일본 맥주는 최근 10년간 수입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불매운동을 기점으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대표적 일본 맥주인 아사히 맥주는 지난해 3분기에 국내 소매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이 12위까지 떨어졌다. 아사히가 흔들리는 사이, 최근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선 유럽, 미국 맥주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추세다. 새로운 대체재들이 부상하면서 아사히의 시장점유율 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불매 타깃 유니클로·일본 맥주, ‘매출 부진여전해

주요 불매 타깃이 된 브랜드의 경우,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올해들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1분기(1월 1일~3월 31일)와 올해 1분기(1월 1일~3월 30일) 두 기간을 대상으로 유니클로, 데상트, 아식스, ABC마트, 무인양품, 아사히맥주 등 6개 브랜드에 대한 빅데이터 정보량을 조사했다. 

조사대상 채널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4개 SNS와 개인의 의사가 강하게 피력되는 커뮤니티 등 5개이다. 조사 결과, 6개 브랜드 모두 채널 정보량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하락했다. 각 브랜드별 채널 정보량 감소율은 △아사히 맥주 78.80% △무인양품 76.70% △유니클로는 59.55% △아식스 58.76% △ABC마트 40.12% 순을 보였다.

아울러 주요 6개 브랜드에 대한 긍정률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해당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하락으로 매출 감소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일본 닌텐도의 콘솔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가 ‘동물의 숲’ 게임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닌텐도 온라인 몰 홈페이지 갈무리

◇ 유니클로는 안 되고 닌텐도는 된다? “선택적 불매, 불매 초기부터 나타난 양상” 

그런데 불매운동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일본 제품도 상당하다. 우선 B2B(기업 간 거래) 제품의 경우, 불매운동의 여파에 비껴나 있다. 일반 소비자와 맞닿아 있는 상품도 그 여파가 천차만별이다. 올해 들어 닌텐도의 콘솔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는 국내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닌텐도가 제공하는 게임인 ‘동물의 숲’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품절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담배 판매량 역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선택적 불매’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니클로 등 주요 브랜드에 집중 불매 운동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이다. 또 이를 두고 일반인들의 불매운동 의지가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적 불매’ 태도는 이미 초기부터 나타난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박경하 팀장은 “애초에 모든 일본 브랜드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소비자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의약품 등 대체할 수 없는 상품도 있다. 이에 초창기부터 소비자들은 주요 타깃을 잡고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주로 가격이 저렴하고 대체재가 많이 있는 저관여 상품이 소비자들의 주요 불매 타깃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체 상품군이 많은 패션 의류와 맥주 브랜드가 주요 타깃이 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개별 소비자의 기호가 분명해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제품군은 불매운동 타깃에서 벗어나는 양상을 보였다고 박 팀장은 분석했다. 게임과 담배 제품군이 대표적이다. 박 팀장은 “게임 분야는 불매운동 초창기부터 온라인상에서 불매와 관련해선 언급조차 잘 안 됐던 영역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제품의 매출 급증세 역시 불매운동 열기 감소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봤다. 박 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실내 활동이 늘면서 게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추세다. 이에 닌텐도 게임기에 대한 매출도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매운동이 타깃이 된 주요 브랜드의 경우, 단기간의 소비 심리가 살아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일본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게시된 서울 시내 한 마트 주류코너 모습. /뉴시스 

◇ 비구매 고착화 소비영역, 단기간에 회복 어려울 듯 

그렇다면 앞으로의 불매운동 양상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전보다는 기세가 줄어든 양상이지만 동력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상징적인 타깃이 된 유니클로와 일부 맥주 브랜드는 단기간에 살아나긴 힘들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불매운동은 자발적인 의지에 기반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하고 있다”며 “지난해 불매운동 독려하는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의 권리가 다소 침해되는 문제도 나타났다. 성숙한 의식 아래 향후 운동이 전개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하 팀장은 불매운동이 장기간 이어진 만큼, 소비자들의 소비습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박경하 팀장은 “향후 양국 관계가 개선 되더라도 이미 습관적인 비구매로 돌아선 소비 영역에선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 소비 심리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일본 브랜드에 대한 소비심리 추이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 최종결론 : 판단유보 
 

근거자료 

- 엠포스, 온라인상 일본 불매 관련 게시물 추이 분석 자료 
- 박경화 엠포스 마케팅본부5국 빅데이터팀 팀장 인터뷰 
-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일본 6개 브랜드 빅데이터 정보량 조사  
-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인터뷰 
-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https://unipass.customs.go.kr/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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