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올해 국내 판매실적이 지난해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올해 국내 판매실적이 지난해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수입차업계의 ‘제왕’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여전히 압도적인 판매실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초유의 ‘역성장’이 현실로 바짝 다가온 모습이다. 

◇ 늘 성장해온 벤츠, 올해는 뒷걸음질?

벤츠는 지난 10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6만147대의 누적 판매실적을 기록 중이다. 이는 2위 BMW의 4만7,093대보다 1만3,000대 가량 많은 수치다. 또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전체 브랜드 판매실적의 33.26%에 해당한다. 올해 판매된 수입차 3대 중 1대는 벤츠였던 셈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벤츠의 독주체제는 평소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비교대상을 벤츠로 바꿔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벤츠의 올해 10월까지 누적 판매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0월까지 누적 판매실적이 6만2,933대였다. 물론 차이가 아주 큰 것은 아니다. 2,786대 감소했다.

그런데 이제 올해 남은 기간은 고작 두 달에 불과하다. 벤츠는 지난해 12월에만 8,421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7만8,133대의 연간 판매실적을 남긴 바 있다. 2020년의 벤츠가 2019년의 벤츠를 넘어서기 위해선 남은 두 달 동안 무려 1만7,986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기록해야 한다.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있는 것은 아니다. 벤츠는 최근 신형 E클래스를 출시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인 것 또한 분명하다. 남은 두 달 동안 월 평균 8,993대 이상을 판매해야 하는데, 이는 벤츠의 역대 월간 최다 판매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만약 벤츠의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경우, 이는 사상 초유의 일이 된다. 벤츠가 한국 시장에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 진출한 것은 2002년이다. 이후 벤츠는 수입차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꾸준히 판매실적을 늘려왔다. 

이 기간 벤츠의 연간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대부분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2010년엔 전년 대비 무려 80.8% 증가하기도 했다. 수입차 총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7.6% 감소했던 2016년에도 벤츠는 19.9%의 견고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10.4% 판매실적 증가를 달성한 바 있다.

물론 초유의 역성장이 현실로 이어지더라도 감소 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산차에 비해 판매실적 변동 폭이 크고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수입차업계 특성과 코로나19 사태 등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 벤츠의 행보를 되짚어 보면 벤츠에게서 나타난 이상기류는 분명 심상치 않다. 벤츠는 올해 배출가스 조작이 적발돼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또한 전직 사장이 해외도피 의혹을 남긴 채 떠났고, 그의 뒤를 이어 새롭게 내정됐던 후임 사장은 돌연 부임하지 않아 수장 공백이 발생했다. 이 같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지난 8월에는 2017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BMW에게 월간 판매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역성장이 임박한 벤츠의 현 상황을 예사롭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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