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신임 사장으로 토마스 클라인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1월 부임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신임 사장으로 토마스 클라인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1월 부임할 예정이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수입차업계 ‘절대 강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차기 수장이 더욱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될 전망이다. 배출가스 조작 적발, 그리고 사장 인사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 및 촌극을 뒷수습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판매 고공행진을 이어가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 떠나간 실라키스, 오지 않은 하우버, 이번엔 클라인

벤츠 코리아는 최근 새로운 수장 선임을 다시 한 번 알렸다. 주인공은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 중동 사장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본사 해외지역 총괄조직에 속해 중책을 맡았으며, 지난해 7월부터 중동지역을 담당해왔다.

토마스 클라인 신임 사장이 당장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벤츠 코리아가 밝힌 부임 시점은 내년 1월 1일이다. 그때까진 지금의 김지섭 부사장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진다. 정식 수장의 공백 기간이 5개월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내년부터 벤츠 코리아를 이끌게 될 토마스 클라인 신임 사장은 이전의 그 어떤 사장보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부임하게 될 전망이다.

먼저, 배출가스 조작 문제의 뒷수습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벤츠 코리아는 지난 5월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무려 776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은 바 있다. 현재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앞선 사례들에 비춰봤을 때 주요 책임자 및 법인에 대한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물론 토마스 클라인 신임 사장 본인이 직접 기소될 일은 없다. 하지만 해당 사안에 대한 대응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관계당국에 대한 대응을 통해 여파를 최소화하면서, 한국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또한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경우 어떤 식으로든 더욱 거센 후폭풍을 마주할 수 있다.

사장 인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 및 촌극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벤츠 코리아는 지난 5월 이례적으로 이례적으로 사장 인사를 발표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사장이 오는 7월까지 임기를 마친 뒤 한국을 떠날 예정이며, 후임으로 뵨 하우버 신임 사장이 임명됐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며칠 뒤 환경부의 배출가스 조작 적발이 발표됐고, 얼마 뒤에는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단행됐다. 그런데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사장은 이미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내를 빠져나간 상태였고, 귀국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임기를 마쳤다. 배출가스 조작 혐의와 관련해 책임이 있는 핵심인물이라는 점에서 도피성 출국 의혹 및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심지어 이후 후임으로 임명됐던 뵨 하우버가 부임을 거부하면서 벤츠 코리아는 사상 초유의 촌극을 빚게 됐다. 이번 인사가 졸속으로 이뤄졌으며, 그 배경에 도피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더욱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토마스 클라인 신임 사장은 배출가스 조작 문제 외에도 전임 사장 도피 관련 논란의 뒷수습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이 검찰 조사 또는 재판에 적극 임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불똥을 피하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벤츠 코리아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왼쪽) 전 사장이 도피 논란을 남긴 채 떠나고 후임으로 임명됐던 뵨 하우버가 부임하지 않으면서 수장 공백 사태를 빚고 있다.
벤츠 코리아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왼쪽) 전 사장이 도피 논란을 남긴 채 떠나고 후임으로 임명됐던 뵨 하우버가 부임하지 않으면서 수장 공백 사태를 빚고 있다.

◇ 뒷수습에 실적 지키기까지

이처럼 까다로운 난제가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실적이란 기본 과제 역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전임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은 재임기간 동안 ‘만년 2위’였던 벤츠를 업계 1위에 등극시킨 바 있다. 부임 첫해인 2015년 5만대에 미치지 못하던 연간 판매실적은 지난해 7만8,000여대로 껑충 뛰었다. 또한 ‘라이벌’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BMW와의 격차를 벌렸을 뿐 아니라, 국산차 브랜드를 위협하기에 이른 벤츠 코리아다.

이처럼 뛰어난 성과를 남긴 전임 사장으로 인해 토마스 클라인 신임 사장은 ‘잘해야 본전’인 상황이 됐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더 어려워진 측면이 크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사장 시절, 벤츠 코리아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엔 외부적 요인도 적잖이 작용했다. 아우디는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장기간 판매 중단 사태가 이어졌고, BMW 역시 화재 관련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덕분에 벤츠는 반대급부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2018년 판매재개에 나선 뒤 지난해 숨고르기를 했던 아우디는 올해 들어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라인업을 전면 재정비하는 한편,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2017년 962대에 그쳤던 연간 판매실적이 2018년 1만2,450대, 지난해 1만1,930대로 기지개를 켠데 이어 올해는 8월까지 이미 1만4,443대의 누적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추세를 고려할 때 올해 연간 판매 2만대 회복은 어렵지 않을 것을 예상되며 내년에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가 기대된다.

벤츠에 밀려 자존심을 구겼던 BMW 역시 심상치 않다. BMW는 8월에만 7,252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6,030대의 벤츠를 제치고 모처럼 월간 판매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무려 2017년 12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고, 편법 논란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BMW 역시 회복 및 성장세가 뚜렷한 것은 사실이다. BMW는 2017년 5만9,624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5만524대, 지난해 4만4,191대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올해는 8월까지 3만6,498대의 누적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3%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벤츠는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벤츠의 전년 대비 판매 증가세는 2014년 42.1%, 2015년 33.5%, 2016년 19.9%, 2017년 22.2%, 2018년 2.8%, 2019년 10.4%로, 수입차시장 전반이 주춤했던 2018년만 제외하고 대체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해 8월까지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증가세가 0.9%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우디와 BMW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입 고급차 수요가 벤츠로 쏠린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아우디와 BMW가 나란히 재기에 성공할 경우, 압도적이었던 벤츠의 입지 및 판매실적이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앞서 한 차례 무산된 전력이 있는 만큼, 토마스 클라인 신임 사장이 실제 부임하게 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실제 부임하게 될 경우 ‘독이 든 성배’를 드는 일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