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상반기 국내 판매실적이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를 모두 추월했다. /뉴시스
수입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상반기 국내 판매실적이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를 모두 추월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판매부진과 노사갈등, 매각 등 뒤숭숭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업계가 자존심을 구겼다. 올 상반기 내수시장 판매실적에서 수입차 브랜드에 추월을 허용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간 판매실적에서도 크게 뒤처질 것으로 보인다. 안방을 내줄 처지에 놓인 셈이다.

◇ 국내 자동차시장 ‘대전환’ 임박

국내 완성차업계의 한국지엠·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가 올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거둔 실적은 각각 3만3,160대, 2만8,840대, 2만6,625대다. 모두 전년 동기 대비 19.3%, 47.8%, 34.8% 감소하며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수입차업계의 쌍두마차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올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각각 16%, 42.6% 증가한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특히 벤츠는 4만2,170대, BMW는 3만6,261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두 브랜드 모두 국내 완성차업체 세 곳을 가뿐히 제쳤다.

앞서도 벤츠와 BMW가 월간 판매실적에서 완성차업체 세 곳을 추월한 적은 종종 있었다. 또한 벤츠는 2019년 연간 판매실적에서 한국지엠을 소폭 추월하기도 했다. 하지만 벤츠와 BMW가 상반기 판매실적에서 나란히 국내 완성차업체 세 곳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벤츠·BMW와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의 상반기 판매실적은 이미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진 모습이다. BMW와 한국지엠의 차이만 3,000대 수준일 뿐 나머지는 차이가 현격하다. 더욱이 국내 완성차업체 세 곳은 하반기에도 신차 출시 계획 등이 없어 반등의 계기를 잡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연간 판매실적에서도 이러한 구도가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만약 벤츠와 BMW가 국내 완성차업체 세 곳에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국내 자동차시장은 현대자동차·기아에 이어 벤츠, BMW 순으로 이어지는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상 최초이자 초유의 변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완성차업체의 부진은 일자리는 물론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사안인 만큼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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