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쉐보레가 수입 판매해온 이쿼녹스는 최근 판매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쉐보레 홈페이지
한국지엠 쉐보레가 수입 판매해온 이쿼녹스는 최근 판매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쉐보레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외국계 국내 완성차 업체’로서 ‘수입차’ 면모 또한 강화하고자 했던 한국지엠의 계획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빅4’의 뒤를 이어 5위 볼보와 큰 차이 없는 6위에 이름을 올렸으나, 올 상반기엔 존재감이 부쩍 작아진 모습이다.

한국지엠은 2019년 8월 쉐보레 브랜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수입차협회)에 가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한국지엠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파문 및 경영정상화 착수 이후 대대적인 라인업 개편을 단행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수입판매 차량의 비중이 점점 커지자, 수입차협회 가입을 결정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한국지엠이 갖고 있던 나름의 고충 때문이었다. 한국지엠과 쉐보레는 기존의 ‘국산차’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수입 방식으로 판매하는 차량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수입차로서의 장점이 부각되지 않고, 가격 등이 국산차와 비교되면서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수입차로서의 쉐보레는 출발이 산뜻했다. 2019년 11월, 수입차협회의 월간 판매실적 집계에 5위로 처음 등장한 것이다. 이는 수입차업계 ‘빅4’의 바로 뒤를 잇는 것으로 상당한 입지에 해당했다. 이어 지난해 연간 판매실적에서도 쉐보레는 6위에 이름을 올렸다. 5위 볼보와의 차이는 343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수입차’ 쉐보레는 올 상반기 4,827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6% 감소한 수치다. 

뿐만 아니다. 쉐보레는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은 물론, 볼보·미니·크라이슬러·포르쉐·렉서스에게마저 밀린 10위로 쳐졌다. 비슷한 수준이었던 볼보와의 격차는 2,800여대로 벌어졌고, 크라이슬러에 비해서도 1,000대 이상 차이가 난다.

이 같은 부진은 이쿼녹스의 일시적 판매 중단과 트래버스·콜로라도의 신차 효과 감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쿼녹스는 5월 1대에 이어 6월엔 한 대도 판매되지 않았으며 현재 홈페이지에서 ‘출시예정’ 모델로 분류돼있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의 상반기 판매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3.4%, 49.8% 감소했다. 이들 두 모델은 지난해 ‘수입차’ 쉐보레 판매실적의 70% 이상을 책임진 바 있다.

문제는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이쿼녹스는 언제 어떻게 다시 돌아올지가 불분명한 상황이고, 추가적인 ‘수입차’ 투입 계획도 들려오지 않는다. 특히 수익성 등 다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적극적인 수입차 출시가 쉽지 않다.

‘외국계 국내 완성차 업체’라는 두 얼굴을 가진 한국지엠의 고민이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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