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교 선박사고 추모공간을 찾아 버르거 헝가리 부총리 겸 재무장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교 선박사고 추모공간을 찾아 버르거 헝가리 부총리 겸 재무장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박 3일 헝가리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오후 6시 17분쯤 전용기편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 첫 일정으로 유람선 침몰사고 추모 공간을 찾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헝가리 정부와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Margit híd) 인근에 마련된 헝가리 선박사고 추모 공간을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방문해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하고 묵념했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머르기트 다리에서 2019년 5월 29일 헝가리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바이킹 시긴호에 의해 추돌해 침몰한 사고다. 당시 탑승 중이던 한국인 관광객 26명(실종1명)과 헝가리인 2명 등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정부는 사고발생 직후 전문 구조인력 등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해 헝가리 당국과 합동으로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했고, 헝가리 정부에 지속적으로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가해선박인 바이킹 시긴호의 선장은 2019년 11월 기소돼 현재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헝가리 정부는 올해 5월 자국 예산으로 한국인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다리 인근에 별도 추모 공간을 조성한 바 있다. 추모 공간에는 희생자 28명의 이름과 사고 경위, 추모 문구가 한국어·헝가리어·영어 3개 국어로 새겨진 높이 1.6m, 길이 7m 크기 추모비가 세워졌다. 한국과 헝가리 작가가 합작으로 만든 추모비는 침몰하는 배를 상징하며, 추모비 앞에는 희생자 수와 같은 28개 전구가 희생자 이름을 각각 비추도록 했다. 

또 추모 공간 중간에는 은행나무를 심었다. 처음에는 더디게 자라지만 한순간 크게 자라는 은행나무의 특성이 한국과 헝가리의 관계구축과 성장을 의미한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유람선 침몰사고 한 달 후 나섰던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북유럽 3개국 순방 당시 귀국 길에 헝가리를 들러 추모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갑작스런 일정 변경의 어려움 때문에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문 대통령이 이번 국빈 방문 첫 일정으로 추모 공간을 찾은 것은 늦게나마 마음의 빚을 덜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하고 묵념한 뒤 버르거 헝가리 부총리 겸 재무장관의 안내로 추모공간으로 이동해 공간 조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버르거 부총리는 “다시 한 번 희생자 유가족들과 희생자분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며 “아마도 헝가리 국민과 또 한국 국민들 역시 희생자들을 절대 잊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희 입장에서는 양국이 공동으로 다시는 이러한 불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념하고 또 같이 가꿔나가는 그런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유람선 사고 때 헝가리 정부가 실종자들의 수색과 구조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린다”며 “많은 헝가리 국민들이 함께 걱정해주시고 또 애도를 해주셨다. 또 영원히 그분들을 애도를 위해서 추모 공간까지 마련해주신 데 대해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그때 한국 국민뿐만 아니라 헝가리 국민도 두 분 희생되셨는데 그분들 대해서도 애도의 말씀드린다”면서 “헝가리 정부가 이렇게 추모공간을 마련해 주고, 또 헝가리 국민들께서 지난 1주기, 2주기 때마다 함께 추모의 마음들을 모아 주신 것에 대해서 한국 국민들은 잊지 않겠다. 앞으로 영원히 양국 국민 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4일까지 헝가리 국빈 방문 일정을 이어간다. 문 대통령은 방문 기간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폴란드 등 4개국이 참여하는 비세그라드 그룹(V4)과 정상회담을 갖고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대통령의 헝가리 방문은 지난 2001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20년 만이다. 헝가리는 한국의 첫 동구권 수교국으로 북방 외교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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