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베스틸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가 주주달래기 등 까다로운 숙제를 마주하게 됐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세아베스틸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가 주주달래기 등 까다로운 숙제를 마주하게 됐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기업들의 물적분할 및 상장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논란 또한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아베스틸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전략적·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결정이자, 물적분할 이후 상장 추진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향한 물음표가 가시지 않고 있다. 세아그룹 3세 경영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가 또 하나의 까다로운 숙제를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 “상장 없다” 천명에도 물음표… 성과로 해소해야

세아베스틸은 지난달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특수강 등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세아베스틸을 신설하고, 투자사업부문이 남는 존속회사는 세아베스틸지주로 사명을 변경하는 한편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세아베스틸은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전략적·장기적 측면의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기존의 세아베스틸은 특수강 사업을 영위하면서 산하에 세아창원특수강, 세아항공방산소재 등 1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이 같은 구조로 인해 각 자회사들의 전문성 및 효율성이 떨어지고 기업가치도 원활하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단행된 뒤에는 신설 세아베스틸과 기존 세아베스틸의 자회사들이 세아베스틸지주 산하에 병렬적 구조로 위치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세아베스틸지주는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 전략적 자원배분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글로벌 신시장 진출 전략 수립, 제조 현장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로드맵 구축 등을 통해 각 자회사들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미래 산업으로 급성장 중인 전기차 부품 산업, 및 수소 생태계, 항공우주 산업 등을 적극 공략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이를 통해 각 자회사들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기업가치도 원활하게 반영되면 세아베스틸지주 차원의 주주가치 또한 제고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아베스틸의 이러한 행보를 향한 물음표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 재계에서는 물적분할에 이은 상장으로 기존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문제가 제기되며 적잖은 논란 및 잡음이 불거진 바 있는데, 세아베스틸 역시 이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아베스틸은 애초부터 신설 세아베스틸의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를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상장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가 계속해서 붙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물적분할 과정에서 신설 세아베스틸이 가져가는 부채 비중이 더 많고,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는 점이 물음표를 더욱 키우고 있다. 

또한 최근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포스코가 향후 자회사를 상장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시키면서, 세아베스틸을 향해 같은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미 세아홀딩스라는 지주회사가 존재한다는 점 역시 물음표를 낳는 또 하나의 대목이다. 세아그룹은 오너일가 3세 ‘사촌경영’ 체제를 구축하면서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를 두 개의 축으로 삼은 상태다. 이 중 이태성 대표가 주도하는 세아홀딩스는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을 비롯해 세아에프에스, 세아엠앤에스, 에사엘앤에스, 아이언그레이, 세아에삽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따라서 새롭게 출범할 세아베스틸지주는 중간지주사로서 세아특수강 등과 병렬적 구조를 이루며 세아홀딩스 아래 놓이게 된다. 이는 자칫 옥상옥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대해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정관에 상장 관련 내용을 담는 것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이미 상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충분히 책임 있는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물적분할은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에 목적이 있으므로 신설 세아베스틸은 물론 다른 자회사들의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 없다. 물적분할 이후에도 신설 세아베스틸의 재무상태는 충분히 건전하며, 향후 더욱 양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세아베스틸지주의 사업부문은 상공정 분야, 세아특수강은 하공정 분야에 해당하는 차이가 있다”며 “향후 세아베스틸지주와 세아특수강의 합병 등을 통한 구조개편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세아베스틸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향한 물음표는 향후 성과를 통해 해소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성 대표에겐 또 하나의 중대한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한편, 현재 세아베스틸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이태성 대표가 향후 세아베스틸지주 및 세아베스틸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물적분할 이후 각사 대표이사 및 조직구성은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결정되는 시점에 공시를 통해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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