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공사비 부담 증가… 미수금 및 연체이자 발생도 문제”
조합 “관리처분계획서에 공사비에 물가변동분 미반영 못박아… 미수금도 잘못 산정”

최근 고물가 현상으로 인해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조합과 시공사간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 뉴시스
최근 고물가 현상으로 인해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조합과 시공사간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 장기화,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철골, 시멘트 등 건설 원자재가격이 시시각각 급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속적인 금리인상 영향으로 건설사업 자금 마련시 들어가는 수수료‧이자비용 등 각종 금융비용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같은 경제적 불안요소는 최근 들어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 현장에서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늘어난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공사비 증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건설사 측 주장과, 사업 초기 계획서에서 정한 공사비 외 추가 증액은 부담스럽다는 조합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서울 양천구 신목동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사업) 아파트의 경우 시공사인 동양건설은 조합 측이 공사비 증액을 수용하지 않자 단지 입구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입주예정자들의 입주를 막기도 했습니다.

이외에 서초구 원베일리 아파트, 마포구 마포자이 힐스테이트 등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건설사와 조합이 갈등을 겪었지만 가까스로 합의를 마친 바 있습니다.

건설사와 조합 간 대립은 심할 경우 공사중단, 유치권 행사, 법적소송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 경우 입주 중단‧지연이 발생하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예정자들이 받게 됩니다.

이처럼 곳곳에서 건설사와 조합간 분쟁이 발생 중인 가운데 이달 초 대우건설이 대치푸르지오써밋 조합 측에 공사비 증액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키 불출 중단 등 입주 제한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Q. 분쟁 발생 중인 ‘대치푸르지오써밋’은 어떤 곳?

A. '대치푸르지오써밋(대치동 구마을 1지구 재건축아파트)'은 대치1지구 구마을을 재건축해 지상 최고 18층, 9개동, 총 489가구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지난 2020년 7월 3일 착공됐고 오는 5월 중 준공 계획이며 입주는 6월 7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Q. 대우건설과 조합 간 갈등 주요 원인은?

A. 주된 갈등 원인은 도급금액 증액, 미수금 등 공사비 관련 이슈입니다. 대우건설은 공사비 인상분‧미수금 연체이자‧설계변경에 따른 증액분 등이 포함된 도급금액 670억원 추가와 현재까지 공사 미수금 1,000억원 지급을 조합 측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대우건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가격 인상, 인건비 증가, 공사비 지급 지연 이자 발생 등으로 670억원의 도급금액 증액분이 발생한 만큼 조합 측이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대우건설은 그간 조합 측에 꾸준히 도급금액 증액과 관련해 공문을 보내고 협의를 요청했음에도 조합이 그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밖에 대우건설은 조합의 무대응으로 미수금에 따른 연체이자가 계속 발생 중인 만큼 조합 측이 빠른 시간 내 총회를 열고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해 상가·보류지 등 조합 보유 자산을 매각하고 조합원으로부터 추가 분담금을 걷어 신속히 미수금 상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반해 조합 측은 도급금액 증액 규모가 과도하다고 맞선 상태입니다. 조합 측은 자문 변호사를 통해 추산한 결과 도급금액 증액분은 30억원 이하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회사가 산정한 공사 미수금이 잘못됐음에도 이를 해결하고자 조합원을 상대로 총회를 열려고 논의 중인 상황에서 대우건설이 급작스레 도급금액 670억원 증액을 요청해 대응이 늦어졌다고 해명했습니다. 

대우건설과 대치푸르지오써밋 아파트 조합이 최근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 대우건설
대우건설과 대치푸르지오써밋 아파트 조합이 최근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 대우건설

Q. 양측의 공사비 관련 주장 근거는? 

A. 대우건설에 따르면 도급금액 증액분 670억원에는 △건설공사비 인상분 397억원 △설계변경 증액분 18억원 △일반분양 수입 초과배분 69억원 △추가PF(200억원) 발생이자 21억원 △공사비 지급 연체료 86억원 △조합원 분양지연 연체료 11억원 등이 포함됐습니다.

대우건설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상반기 유권해석한 내용을 근거로 도급금액 증액 요구가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작년 4월 5일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를 공공공사 및 민간공사 모두에 적용해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 변동을 배제하는 조항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유권해석한 바 있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는 “건설공사 도급계약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히 불공정하면 그 부분에 한해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의 “계약 체결 이후 경제상황 변동, 설계변경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않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불공정 사례 중 하나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즉 경제상황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공사비 증액분)을 인정하지 않거나 상대방인 시공사인 ‘건설사’에게 떠넘기면 기존 공사비는 무효가 된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대우건설의 도급금액 증액 요구 근거가 빈약하다고 항변했습니다. 관리처분계획 규정 제33조(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계약금액 조정)에 ‘착공 이후에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계약 금액은 조정할 수 없다’는 문구가 있는 만큼 대우건설의 도급금액 증액 요구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미수금에 대해선 규정상 분양수익 발생시 1~3순위(유이자 대여금 이자, 유이자 대여금. 무이자 대여금) 항목부터 상환한 뒤 4순위인 공사비를 상환토록 규정돼 있는 점, 분양대금 등이 입금되는 일자 기준으로 기성률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하도록 정한 규정 등을 들어 향후 상환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Q. 갈등 악화시 양측의 최종 대응 방안은?

A. 일단 조합 측은 공사비 증액 문제가 끝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법적소송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이에 대우건설은 법정소송이 벌어질 시 소송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아파트를 상대로 유치권 행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 경우 조합원 뿐만 아니라 일반 입주예정자가 제때 입주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합니다.

다만 양측은 각각 법적 소송‧유치권 행사는 최악의 상황일 때에만 취할 듯 합니다. 양측 모두 법적 분쟁 보다는 협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조합은 관할기관인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중재를 요청했습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금일(17일) 대치푸르지오써밋 아파트의 시공사와 조합간 공사비 분쟁 관련 중재 요청이 접수됐다”며 “현재 담당자가 중재 절차를 위한 준비에 나선 상태로 구체적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통상 중재 요청이 접수되면 구청 내부에 준공 TF를 조직한 뒤 시공사와 조합 관계자를 불러 중재를 위한 협의 과정에 돌입한다”며 “이번 공사비 분쟁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습니다.

Q. 건설산업기본법 유권해석 및 공사비 분쟁에 대한 정부 당국 입장은? 

A. 관할 당국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상반기 내린 유권해석이 단순 법 조문의 취지를 해석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러-우크라 전쟁 발발에 따른 원자재가격이 폭등하자 대한건설협회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 규정이 물가 변동 특약에도 해당하는 지 해석을 요청했다”며 “단순히 법률을 해석한 것일 뿐 해당 유권 해석이 즉시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건설사업장은 각 사업장별 사업규모, 계약조건·내용 등이 제각각인 만큼 유권 해석만 가지고 계약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민간건설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사적 영역에 속해 공공부문과 달리 정부 개입이 어렵다. 따라서 시공사와 조합간 협의가 중요하며 그게 어려우면 분쟁조정 기관을 통한 조정·중재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끝으로 “유권 해석은 어디까지나 법 조문의 취지를 알려주는 것일 뿐”이라며 “조합과 건설사간 법적 분쟁시 최종 결정은 법원이 판단할 몫”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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