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이 확정되면서 제4이동통신사 등판이 무산됐다. 정부는 정책이 미흡했고, 스테이지엑스는 자본금 납입을 완료하지 못했다.

사실 논란은 예견됐다. 수익성 없는 주파수에 투자가 어려울 것이란 평가는 있었기 때문이다. 28㎓는 핫스팟망 구축 용도의 주파수라서 B2C(소비자 대상) 서비스가 아닌 B2B(기업대상)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제4이통사를 공개적으로 준비한 미래모바일은 지난해 전국망 구축 용도의 중저대역 주파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래모바일은 중저대역 주파수 확보 조건으로 영국 통신사 보다폰으로부터 투자유치를 약속받았다.

스테이지엑스가 깜짝 등장하고 주파수를 낙찰받을 땐 제4이통사 투자를 위한 준비가 완료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스테이지엑스의 주주들은 자본금 납입에 신중했다. 스테이지엑스는 결국 주파수할당신청서에 명시된 2,050억원 자본금을 납입 완료하지 못한 채 지난 5월 7일 법인을 등록했다.

최대주주로 있는 알뜰폰사 스테이지파이브와 다른 주주들은 자본금 납입을 28㎓ 주파수 할당 이후 시점에 완료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이번 신규 사업자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수조원 단위의 설비투자 비용이 필요한 전국망 주파수를 할당하지 않았고, 기존에는 하지 않았던 지역별 주파수 할당도 시도했다.

경매를 통한 주파수 할당은 정부 재정 능력 심사도 면제다. 진입장벽이 낮아진 결과 2,050억원의 자본금 납입에 신중함을 보이는 사업자들이 모였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사업자의 재정부담을 덜어주려 했지만 그 결과 통신3사(SKT, KT, LGU+) 이외의 MNO(이동통신망사업자) 도입을 위한 정책도 아니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뒤늦게 지난 3월 신규 사업자는 28㎓ 망을 구축한 이외에 지역에서는 로밍(타사 네트워크 공동이용)이 불가하다는 법률자문을 받았다. 로밍하려면 같은 지역에 망을 구축하고 상호 보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제4이통사가 28㎓만으로 사업을 하는 시기에 전국망 서비스는 도매제공의무제도를 이용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미래모바일과 스테이지엑스는 28㎓로는 인구밀집 지역에 핫스팟망을 구축하고 나머지 지역에선 정부의 로밍지원책을 활용해 전국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번 제4이통사 사업 모델은 로밍해도 사실상 알뜰폰 사업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 바 있다. 실제 전국 서비스는 알뜰폰사가 이용하는 도매제공의무제도를 이용해야 했다. “로밍하기 때문에 알뜰폰 사업이 아니다”라고 말하던 제4이통사 도전 사업자의 처지도 난처해졌다.

정부가 제4이통사를 계속해서 통신시장에 진입시키려 한다면 전국망 구축을 위한 주파수를 할당해야 한다. 28㎓ 장비 생태계 활성화는 이음5G 사업을 통해 접근하는 게 적절하다. 전국망 주파수는 B2C 사업에 수익성이 있어 보다폰처럼 해외에서도 투자 의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처분이 확정된 후 제도개선을 위해 연구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연구반은 △28㎓ 활용 방안 △제4이통사 정책 방향 △주파수 경매제도 개선 등에 대해 논의한다는 게 과기정통부 관계자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매를 통한 주파수 할당에도 재정능력 심사를 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낙찰 이후 전문가 영입 및 라쿠텐과의 제휴 등 통신사업을 준비했다. 사업자 손해도 큰 만큼 제도개선책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주파수 할당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급급한 나머지 실제 제4이통사의 통신 서비스를 고려하지 않았다. MNO로서 역할을 못하는 제4이통사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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