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부터 여름휴가를 떠났지만, 온전한 ‘휴식’을 갖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방송 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점을 결단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국내 증시 폭락 사태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당장 야당은 이를 고리로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윤 대통령의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 방송 4법 거부권 재가는 언제?
한덕수 국무총리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등 이른바 ‘방송 4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방송 관련 법안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 공적 책임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합의가 필요함에도 또다시 문제점을 가중시킨 법률안이 숙의 과정 없이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방송 4법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고 대통령실 역시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나 “사회적 합의 및 여야 간 합의가 없는 야당의 단독 의결로 인한 법안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지난 회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다시금 강행처리 한 것에 대한 불편한 기색도 다분했다.
이렇다 보니 방송 4법 거부권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날 재가까지 마무리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여유 있는 처리’에 무게를 뒀다. 윤 대통령이 ‘민생 점검’에 초점을 맞춰 여름휴가에 나선 만큼, 야당의 ‘거부권 남용’ 전략에 휘말려 이슈의 전면에 설 이유는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정부로 이송된 민생지원금법과 노란봉투법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미 해당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 야당의 압박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특히 ‘민생지원금’과 관련해선 “내수 진작 효과로 침체된 지역 경기에 숨통을 틔워주는 검증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이를 반대하는 것은 민생을 살릴 의지가 전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날 4년 5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등 국내 증시가 요동친 것도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 요인이 됐다. 윤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시장 상황 등에 대한 긴급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야당은 “비상시국에도 여름휴가를 떠났다”, “대통령님만 안녕하시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이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인식이 참으로 안일하기 짝이 없다”고 질타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남은 휴가 기간 후반기 정국 구상에 매진할 전망이다. 당장 오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윤 대통령은 이번 특별사면의 기조를 ‘민생’으로 잡고 정치인 사면은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생계형 사범을 사면하고 영세 사업자에 대한 행정제재를 감면하는 방향이다. 아울러 연금·노동·교육·의료 등 4대 개혁 및 저출산 문제 등을 다듬고 휴가 복귀 후 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국정 브리핑’을 이달 말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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