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에 주주서한을 발송하고 본격적인 행동을 개시했다. / 두산밥캣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에 주주서한을 발송하고 본격적인 행동을 개시했다. / 두산밥캣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SM엔터테인먼트, JB금융지주 등을 상대로 주주행동주의를 실행에 옮기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가 이번엔 두산밥캣을 겨냥하고 나섰다. 두산밥캣이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거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만큼, 얼라인의 향후 행보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얼라인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두산밥캣 주식 1%를 보유한 주주로서 주주가치 정상화를 위한 요구사항을 담은 주주서한을 지난 15일 이사회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두산밥캣을 향한 주주행동 개시를 선언한 것이다. 얼라인 측은 “두산밥캣 이사회의 자발적 조치를 촉구하기 위해 주주서한을 비공개로 발송했으나, 발송 사실이 갑작스레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며 “시장 혼선 방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입장문을 배포하고 주주서한을 공개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얼라인이 두산밥캣을 향해 제시한 요구사항은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교환 재추진 가능성이 두산밥캣의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재추진하지 않을 것을 공표할 것 △주식매수청구권 대응으로 사용하겠다고 두산밥캣 이사회가 결정한 1조5,000억원을 그대로 주주환원(특별배당)에 사용할 것 △동종기업(캐터필러, 디어, 쿠보타) 평균 수준인 65%로 주주환원율을 정상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밸류업 플랜을 연내 발표할 것 △두산밥캣 이사회가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자본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을 의미 있게 개편하고, 이사회 독립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사외이사후보 주주추천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자문단 등)의 도입을 발표할 것 등이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두산밥캣은 현재 올해 예상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의 2.8배 수준에 거래 중으로, 동종기업 평균인 13.6배 대비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심각한 저평가 상태”라며 “두산밥캣 이사회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의 이해충돌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거나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절차 없이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을 30분가량의 온라인 화상 회의를 통해 가결한 것이 자본시장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이어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교환 재추진 여부에 대해 두산밥캣 이사회가 명확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는데, 만약 재추진 가능성이 있다면 두산밥캣 주가가 낮을수록 두산의 지배주주 일가 입장에서 교환비율이 유리해진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인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재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공표하고 이사회 독립성을 보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얼라인은 앞서 SM엔터테인먼트, JB금융지주 등을 상대로 주주행동을 전개하며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도 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얼라인의 새로운 타깃이 된 두산밥캣은 최근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 과정에서 거센 논란에 휩싸였던 곳이다.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이 추진됐으나 금융당국과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철회됐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은 21일 재추진 및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될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가운데 본격화한 얼라인의 공세가 어떤 변수로 작용하게 될지 주목된다.

한편, 얼라인은 다음달 15일까지 공시, IR발표, 언론 발표 등 공개적 방법으로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을 해줄 것을 두산밥캣 이사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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