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만을 남겨두고 석방되면서 국민의힘 차기 대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7일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데 이어 검찰이 지난 8일 즉시 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했다. 10일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활동을 이어가던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 '헌재의 시간'서 주목받는 '윤석열 석방'
그간 여권 잠룡들은 조기 대선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며 대권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 이후에 판단하겠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사실상 대권행보를 이어왔다. 탄핵 심판 최종변론이 종결되고 선고만을 남겨두면서 조기 대선 기류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7일 법원이 윤 대통령 변호인 측의 구속취소 신청을 인용하고 지난 8일 검찰이 이를 수용하면서 구속 수감됐던 윤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지 52일, 구속기소 된 지 41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체포될 당시와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신의 석방을 요구하며 서울구치소 앞에서 집회를 이어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려 손 인사와 90도 인사를 하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탄핵으로 인해 직무 정지됐지만 대통령의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자신의 건재함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행동은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고 있는 ‘탄핵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탄핵 인용과 기각을 논의하는 헌재의 평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윤 대통령의 석방이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조기 대선’을 대비해 물밑 움직임을 보였던 대권 주자들의 행보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김문수‧오세훈‧한동훈 등 국민의힘 대권 주자로 언급된 이들은 앞다퉈 성명을 냈다. “환영한다(김문수)”, “다행스럽고 바람직한 결과(오세훈)”, “당연하다(한동훈)”며 윤 대통령의 석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강조하면서 여권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헌재에 탄핵심판 변론을 재개하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전날(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와 석방을 계기로 이제 대한민국의 사법절차 전체가 정상으로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며 “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 불공정한 재판진행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이는 일부 재판관의 공공연한 이념 편향성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다시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며 “헌법재판소가 이를 무시한다면, 앞으로 탄핵심판이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국민들이 선뜻 납득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오세훈 시장도 헌재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하여 실체적·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는 지금이라도 이러한 실체적·절차적 흠결을 철저히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난감한 위치에 처한 사람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다. 당 대표로서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한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여권 지지층 내에서 ‘배신자’라는 프레임이 더욱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 전 대표도 구속 취소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만남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을 향해 12‧3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거론하는 등 ‘거리두기’를 강조하기보다는 공세의 수위를 차츰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석방돼 관저로 돌아온 윤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 있냐는 물음에 “그런 얘기를 물어보시는 분들도 꽤 있더라”라며 “저는 언젠가 때가 되면 대통령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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