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구속 52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관저로 복귀한 가운데, 윤 대통령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날(9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저 정치’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은 공식적으로 이러한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탄핵심판 선고만을 앞둔 상황에서 지지층 결집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1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8시 한남동 관저를 찾아 윤 대통령을 만났다. 30분 정도 차담에서 윤 대통령은 구치소 수감생활 소회 등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두 사람 중심으로 당을 잘 운영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이날 오전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전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당의 방향성과 관련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신 대변인은 설명했다. 아울러 당 비대위의 추가 예방 계획에 대해서도 “적어도 지금 상태로선 추가계획이 없는 걸로 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권 위원장, 권 원내대표의 회동이 ‘정치적 의미’를 담는 게 아닌 도의적 측면의 만남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과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에 따라 지난 8일 한남동 관저로 복귀했다. 윤 대통령은 대변인단을 통해 “그동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국민들, 그리고 우리 미래세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하며 입장을 갈음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직접 육성으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 ‘정치 행보’ 선 긋지만 가능성 ‘솔솔’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추가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적 행보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 불필요한 역풍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TV조선 ‘뉴스 퍼레이드’에 출연해 “헌재 결정을 앞두고 특별한 정치 행위를 하실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업무 현안 보고를 받을 것이란 언론보도에 대해서 대통령실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여권의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가 본격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당장 윤 대통령의 석방을 기점으로 느슨해졌던 보수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5~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5.1%p 상승한 42.7%로 집계됐다. 41.0%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과 1.7%p 차이를 보였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구치소에 수감 당시 윤 대통령이 여권 주요 인사들의 입을 통해 여론전을 펼친 전례가 있던 만큼, 탄핵 선고를 앞두고 더욱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박원석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윤 대통령이 옥중 정치를 통해 메시지를 내왔다”며 “이제는 그보다 자유로운 관저 정치를 통해 메시지를 훨씬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층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국민의힘으로서도 이러한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집회도 나가는 거 아니냐라는 이야기들도 하시고 있는데 저는 지금 상황에서는 자중하시는 모습도 필요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된다”며 “어느 한쪽 지지층을 위한 행동보다는 국민 통합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전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내주셨으면 오히려 더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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