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각하를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각하를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 석방으로 탄핵 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앞다퉈 여론전을 강화하고 나섰다. 탄핵선고 결과에 따라 국민적 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옴에도 이를 봉합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오히려 진영 갈등을 조장하는 모양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상대를 각각 ‘내란 세력’, ‘내전 세력’으로 규정하며 공세의 날을 세웠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이재명 세력은 국가를 혼란으로 몰아가는 내전 세력”이라며 “우리는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이재명 내전 세력의 내전 유도, 사회 혼란 유발에 맞서 차분하고 질서 있게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반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내란 세력들은 탄핵 기각까지 주장하면서 갈등과 분열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각되면 혼란이고 인용되면 전쟁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며 “노골적인 탄핵 불복 선동이자 내전 선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따라 윤 대통령이 지난 8일 한남동 관저에 복귀하면서 탄핵 정국은 소용돌이에 빠져든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에 적잖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방어에 급급했던 국민의힘도 ‘공세 모드’로 전환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윤 대통령의 체포를 주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직접 겨눴다. 

국민의힘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불법 수사’를 자행했다고 보고 있다. 법원이 공수처의 수사에 대해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것을 근거로 삼으면서다. 여당은 ‘공수처 폐지론’을 부각하는 동시에 전날(10일)에는 오동운 공수처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대통령 불법체포 및 국조특위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다.

반면 민주당과 야당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 포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심우정 검찰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여야가 같은 날 각각의 수사 기관장을 상대 수사기관에 맞바꿔 고발한 것이다. 이 외에도 민주당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심 총장에 대한 탄핵안 발의도 검토 중이다. 

전진숙(왼쪽부터), 박홍배,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조기 파면 결정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전진숙(왼쪽부터), 박홍배,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조기 파면 결정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 장외투쟁 나선 여야… 강 대 강 대치 ‘최고조’

설전과 고발에 이어 장외투쟁도 시작됐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광화문으로 행동 거점을 옮기고 집회에 참석해 릴레이 발언에 나선다. 개별 의원들도 삭발식과 단식 농성 등으로 화력을 보태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장외투쟁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개별 의원들의 헌재 앞 탄핵 각하 촉구 24시간 릴레이 시위에 대해선 ‘의원 각자의 소신과 판단’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장외투쟁을 독려한 셈이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야가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서면서 정치적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헌재 선고 불복’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정치권 안팎에서 우려가 새어 나온다. 정부는 폭력 사태 등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집회, 시위나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용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국민적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갈등 봉합을 위한 정치권 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야가 헌재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며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국민들이 볼 수 있는 실질적인 합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두 분이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승복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그게 이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이후에 국민을 통합하는 데 가장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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