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필요’ 의견을 발판 삼아 검찰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법관인 천 차장이 오죽하면 이러한 발언을 했겠느냐며 ‘즉시항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은 천 처장의 발언 후 즉각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윤 대통령 구속 취소에 대해 즉시항고를 촉구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천 처장의 발언을 고리로 검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것은 검찰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을 부각해 윤 대통령 석방이 부당하다는 여론을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천대엽 발언 직후 ‘대검 항의 방문’한 민주당
전날(12일) 천 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대통령 구속 취소에 대한 법원의 결정과 관련해 “(구속) 취소 결정을 한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입장처럼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도 재판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日)수로 계산하겠다’고 하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앞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즉시항고 필요성’을 언급한 취지도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을 ‘일(日)’이 아닌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이 구속 기간을 넘겨 기소했다고 보고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 이후 검찰은 위헌 가능성을 이유로 ‘즉시항고’를 포기했고 윤 대통령은 석방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 처장이 즉시항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천 처장의 발언을 발판 삼아 검찰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당 의원들은 천 처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 입장을 강하게 비판했고, 원내지도부를 포함해 당 의원 50여명은 13일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검찰청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검찰의 석방 지휘는 부당하다”며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을 풀어줌으로써 국민적 불안을 증폭시키고 극심한 사회 불안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검찰에서 즉시항고를 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이다. 검찰의 직무 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내에선 ‘오죽하면 현직 대법관이 이런 말을 했겠는가’라는 말도 나왔다.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사건으로 국가 형사 사법 시스템에 대혼란이 왔다. 오늘이라도 당장 즉시항고를 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성호 의원도 MBC 라디오에 나와 “천 처장은 대법관이다. 대한민국 최고법원의 구성원”이라며 “오죽하면 신중하고 때로는 검찰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법원행정처장이 이런 취지로 얘기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한 심우정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다시 나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찰이 계속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며 내란 수괴의 편을 든다면, 검찰의 존재 이유는 사라질 것”이라며 “아울러 검찰을 내란 공범으로 전락시킨 심 총장은 즉시 사퇴하라”고 직격했다.
하지만 검찰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불복 여부는 검찰의 업무 범위에 속하고 이에 대해 검찰총장이 수사팀과 대검 부장회의 등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숙고 끝에 준사법적 결정을 내린 이상 어떠한 외부의 영향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며 “검찰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에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이다. 그분이 굳이 그런 입장을 밝혔다는 것은 즉시항고가 합당하다고 판단한 거 아니겠는가”라며 “(검찰은) 계속 늪에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 검찰은 이 사안으로 인해 여러 가지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의 석방이 불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을 항의 방문했는데, 박희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즉시항고 기간 만기가 내일(14일)로 구속 취소 효력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검찰은 피고인 윤석열을 석방했다”며 “그래서 저희는 이것을 불법 석방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적법하게 석방을 하려면 즉시항고 서면을 법원에 제출하고, 석방 지휘를 해야 하는데 즉시항고 포기서 서면도 없이 바로 석방했다”며 “따라서 내일까지는 신병이 교도소에 있어야 하는데, 현재 (윤 대통령이) 밖에 나가 있기 때문에 저희는 이것을 불법한 석방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국민의힘은 ‘반발’… “경솔한 발언”
국민의힘은 천 처장의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논란 확산을 차단하는 모습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천 처장의 개인 의견에 불과하지만 법원의 행정 업무를 관장하는 행정처장으로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사법 체계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대단히 경솔한 발언”이라며 “법원행정처장에게는 한 번 이뤄진 결정을 번복하도록 개입함으로써 사법 체계를 뒤흔들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무엇보다도 대법관이 중앙지법 합의부의 판결을 부정하고 번복시키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법부 스스로 재판의 독립성 원칙을 훼손하고 3심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는 위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인 윤갑근 변호사도 기자회견을 열고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저것이 법원행정처장이자 대법관의 답변인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반발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검찰이 즉시항고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 나와 “(천 처장 발언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에 대한 갈등, 대립을 법원이 어느 정도 정리해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들린다”며 “그래서 검찰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서 즉시항고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천 처장은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더라도 윤 대통령은 다시 수감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