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윤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통신3사(SKT, KT, LGU+)를 대상으로 1,000억원대의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번호이동 증감을 공동 조정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통신업계는 ‘단통법’을 준수하는 목적이었다며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 공정위 “경쟁 제한 효과로 번호이동 건수 감소”
12일 공정위는 통신3사가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상호 조정하기로 합의하고 실행했다며 잠정 과징금 1,140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사업자별 과징금은 △SKT 426억6,200만원 △KT 330억2,900만원 △LG유플러스 383억3,400만원이다. 조단위 과징금 부과 전망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통신사에게 부과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거래법’ 40조 거래제한 행위가 적용됐다. 앞서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통신3사의 5G 단말기 불법보조금 지급으로 5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방통위는 ‘단통법’에 따라 차별지원금을 제한하기 위해 행정지도로 통신3사에게 판매장려금 30만원 기준을 권고했다. 통신사는 유통점에 가입자 확보 대가로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데, 추가 지원금의 재원으로 활용돼 방통위가 규제했다. 통신3사는 KAIT(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와 함께 매일 시장상황반을 운영하며 과도한 판매장려금 사례를 확인하고 위반사항을 해소했다. KAIT는 규제 준수 현황을 방통위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공정위는 통신3사가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넘어서는 담합 행위를 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판매장려금 규모에 따라 번호이동(통신사 변경)이 달라진다며 판매장려금 규제를 이용한 담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통신3사는 2015년 11월경 시장상황반에서 △번호이동 순감 사업자가 발생하면 다른 사업자들은 판매장려금 인하 △번호이동 순감 사업자의 판매장려금 인상 △순증 사업자가 발생하면 순감 사업자에게 사과 등에 대해 합의했다.
공정위는 “특정 사업자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장려금을 인상하면 다른 사업자도 대응해 장려금을 인상한다”며 “어느 누구도 가입자를 늘리지 못하고 비용만 증가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사업자들은 가입자 유치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할 유인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통신3사의 일평균 번호이동 순증감 변동폭은 2014년 3,000여건에서 2016년 이후 200여건 이내로 유지됐다. 일평균 번호이동 총 건수는 2014년 2만 8,872건에서 2022년 7,210건으로 지속 감소했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 효과로 번호이동 건수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공정위 발표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제시한 담합 근거 자료들은 KAIT가 방통위에 보고하려고 만든 자료다”며 “담합 사실을 규제기관에 계속 보고해왔다는 게 되는데 말이 안 된다. 시장 상황반은 방통위가 도입했다”고 비판했다.
◇ 통신업계 “과징금 인정 못해”
통신업계는 강제력이 없는 행정지도에 따라 통신3사가 자율적으로 담합했다고 보는 시각에도 반박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통위는 ‘단통법’에 따라 규제하고 통신사는 따르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단순한 행정지도가 아니라 법집행이었다. 과징금은 한 푼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4년 제정된 ‘단통법’은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의 가입 유형에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했다. 정부는 지난해서야 시행령을 개정해 번호이동 가입유형 대상으로 최대 5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허용했다. ‘단통법’ 시행 기간 번호이동 건수 감소 추세는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사건은 통신3사 간 7년여간 진행된 담합 행위를 적발한 것”이라며 “통신 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재 결정에 대해 통신3사는 유감을 표하며 일제히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SKT 관계자는 “방통위의 ‘단통법’ 집행에 따랐을 뿐, 담합은 없었다.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는 대로 법적 대응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했고, KT 관계자는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한 후 법적조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의결서를 수령하고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강제력이 있는 방통위 규제에 개별적으로 따랐을 뿐이고, 다른 경쟁사와는 별도로 합의를 한 적이 없다. 규제기관 간의 규제 충돌로 당사가 불합리한 제재 처분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통신3사는 모두 법적 대응 의지를 보인 만큼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