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도 무산된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질서 있는 퇴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뉴시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도 무산된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질서 있는 퇴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후처리를 둘러싸고도 갈등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범야권에선 하야나 탄핵 절차를 통한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지만, 과거 한 차례 탄핵을 경험했던 여권에서는 탄핵 반대에 더 무게가 실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키를 쥔 인물은 다름 아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였습니다. 여당 대표임에도 비상계엄 당시 체포 명단에 포함돼있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당초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가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는 인식 하에 탄핵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는데요. 탄핵소추안 가결이 무산되는 과정에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 이후 한덕수 총리와 함께 ‘질서 있는 퇴진’을 내세우며 또 한 번 입장을 바꾼 모습입니다.

한동훈 대표가 탄핵을 밀어붙이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데에는 대통령의 담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비상계엄 사태를 촉발시킨 뒤 줄곧 침묵을 지키던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의결이 예정돼있던 지난 7일 오전 뒤늦게 대국민사과에 나서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당(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한동훈 대표도 ‘질서 있는 퇴진’으로 방향을 틀었죠.

Q. 그렇다면, 현재 ‘질서 있는 퇴진’이라며 추진되고 있는 방안은 실효성이 있을까요?

A. 한동훈 대표가 꺼내든 ‘질서 있는 퇴진’은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고 △국무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을 차질 없이 챙기며 △당내 논의를 거쳐 대통령 조기 퇴진 방안 마련 등을 골자로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은 법적인 근거 및 구속력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습니다.

헌법으로 보장돼있는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는 탄핵이나 하야 및 구속에 의한 궐위·사고 상황이 아니고선 정지시킬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질서 있는 퇴진’에 포함된 대통령의 국정 관여 배제는 어디까지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약속이자 선언에 불과합니다. 대통령이 마음을 바꿔 국정에 관여하거나 권한을 행사해도 헌법상 전혀 문제가 없죠.

문제는 대통령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실은 외신을 향해 이번 비상계엄이 ‘헌법 틀 안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사과 이후인 지난 8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대통령의 권한에 해당하는데요. 윤석열 정권의 핵심인물 중 하나였던 이상민 전 장관의 불명예 퇴진을 막기 위해 약속을 어기고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여당이 총리와 긴밀히 소통하며 국정을 챙기겠다는 것도 야당 등의 반발을 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평소에도 정부와 집권여당의 소통 및 협조는 활발하게 이뤄집니다만,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하며 국정을 운영하는 건 전혀 다른 성격입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의 권한도 지니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질서 있는 퇴진’은 대통령과 총리, 여당 대표의 선의에 기대야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는 게 분명한 한계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