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소인수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소인수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일본 방문은 실용 외교를 넘어 ‘현실 외교’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한일관계를 굳건히 함으로써 미국은 물론 주변국에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해석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를 토대로 미국과의 원활한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중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2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실용외교가 아니라 현실외교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귀환으로 세계 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상 등 분야에서 현실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상황이 많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관계 발전 방향, 실질협력,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협력 방안 등에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된 시간을 넘겨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24일) 현지 브리핑에서 “그만큼 지역과 국제 정세가 격변하고 공동 대응할 과제가 많다는 것을 양 정상이 인정하고, 양 정상이 교분을 더 높인 가운데 대화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지향점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취임 후 2개월 만에 일본과의 셔틀 외교를 복원하고, 이명박 정부 이후 약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하는 등 일본과의 관계 강화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진보 정권이 갖고있는 고질적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미래지향적 관계’ 방점… ‘과거사’는 아쉬움

이는 미국 순방에 앞서 일본을 방문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위 실장은 “그동안 한일 양국 관계가 좋지 않으면 미국 주도하에 한미일 3국 협력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주도해서 일본을 방문하고 미국을 이어 방문하는 모양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가 중도, 보수까지 아우르는 정책적 지향점을 보인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꼽고, 이를 위한 한미일 삼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의 협력 강화는 미국도 반가워 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렇다 보니 우리 정부도 당장 오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훈풍’ 효과를 보겠다는 심산이 역력하다 . 위 실장은 “일본과 좋은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미국과 협의를 하러 간다는 것은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략에 따라 한일 간 ‘미래지향적 발전’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쉬움도 따른다. 과거사 문제에 발전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것 등이 일례다. 이번 공동 발표문에는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포함하여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했다”는 수준의 문구만이 담겼다.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위 실장은 “이번 방문은 준비 기간이 굉장히 짧았던 방문이고 셔틀 외교를 복원한다는 데 주안점을 두면서 추진이 됐다”며 “과거 문제에 대한 많은 논의, 심도 있는 합의 도출을 추구한 바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문제에 대한 논의는 꽤 상당 기간 할애됐다”며 “(양국이)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으냐 하는 기본적 접근에 대한, 철학적 접근 논의를 많이 했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도 지난 24일 일본 도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공군1호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지적을 당할 각오도 했다”며 “첫술에 배부르려 하며 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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