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공정위 제재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176건 가운데 113건이 법원에서 전부 또는 일부 인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공정위 제재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176건 가운데 113건이 법원에서 전부 또는 일부 인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기업에 대해 제재에 나섰지만, 최근 5년간 10건 중 6건 이상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 대상 기업들이 신청한 집행정지 사건의 64%가 법원에서 인용된 것이다. 

문제는 피해가 중소기업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균적으로 1년 6개월 이상 소송이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은 사실상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불공정 행위를 견뎌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공정위 제재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176건 가운데 113건(64.2%)이 법원에서 전부 또는 일부 인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에서 2023년까지 2년간 공정위 시정조치의 전부 또는 일부 집행정지된 비율은 72건 중 52건으로 72.2%에 달했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불공정거래, 기술탈취 등의 지위 남용을 규율하고 위반이 드러나면 △시정명령 △과징금 △이행강제금 △형사고발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원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이유로 집행정지를 인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공정위 제재의 실효성이 흔들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이에어코리아 사건’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하이에어코리아가 하도급 협력업체의 댐퍼 기술을 무단으로 유용하고, 문제를 제기한 협력업체와 거래를 끊는 등 보복 조치를 했다며 과징금 26억여 원과 시정명령을 내리고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지난 1월 3일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 중 과징금을 제외한 전부에 대해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아울러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제기된 소송의 평균 처리 기간은 552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행정지로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멈춘 채 1년 6개월 이상 소송이 이어지면 피해 중소기업은 사실상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지적이다.

박 의원은 “을의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은 기술 유용과 거래 보복만으로도 버티기 힘든데, 법원의 집행정지로 피해가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며 “피해 기업을 지킬 수 있도록 공정거래 분야 집행정지 제도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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