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청와대
이광재 국회의원 당선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조선 3대 왕 ‘태종’으로 비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 /뉴시스·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제는 세종의 시대가 올 때가 됐다.”

이광재(강원 원주갑) 국회의원 당선인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조선 3대 왕 ‘태종’에 비유하며 이같이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역사책에 등장하던 태종과 세종이 2020년 정가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8일 노무현재단이 노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아 진행한 유튜브 특별방송 ‘노무현의 시대가 올까요’에 출연한 이 당선인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새롭게 과제를 만드는 태종 같다”며 “이제는 세종의 시대가 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 방송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경수 경남지사,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출연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노 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했던 1980년대 후반부터 보좌진을 맡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함께 ‘좌 희정, 우 광재’로 불리며 노무현 정부 핵심 실세로 불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유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이 “유시민씨, 노무현 시대가 올까요”하고 자신에게 물었던 사연을 전했다. 유 이사장은 “‘올 수밖에 없다’고 답변하자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시대가 오면 나는(노 전 대통령)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시대의 첫차가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의 막차 운명’이라고 하셨다”며 “문 대통령은 새 시대의 첫차에 탑승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 당선인이 언급한 태종과 세종의 의미는 무엇일까. 통상적으로 태종은 재위 기간 동안 왕권을 강화해 조선 정치의 질서를 잡았고, 세종이 뒤를 이어 선정을 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여러 가지 개혁 의제를 제시하고 실행하려고 한 노 전 대통령과 이를 구체화해 실질적인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문 대통령을 태종에 비유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적폐청산’을 강조한 바 있다.

또 “이제 세종의 시대가 올 때가 됐다”는 언급은 문재인 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면, 앞선 정부가 개혁을 완수한 틀 위에서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같은 발언을 ‘정권 재창출’이라는 것에 전제를 두고 말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명예교수는 이 당선인의 발언을 두고 태종의 시라고 전해지는 ‘하여가’를 인용하며 “친문의 철학이 이 시 한 수에 농축돼 있죠. 그렇게 서로 징그럽게 얽혀 정말 백년은 해 드실 듯”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세종’이 될 차기 대권주자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현재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보면 이낙연 전 총리가 44.6%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14.1%, 김부겸 의원이 5.2%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도 차기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임기 4년차를 시작한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태종·세종’ 발언이 나온 것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일 방송 인터뷰에서 “그런데 태종이라는 단 하나의 형상에만 대통령을 가두는 것은 저로선 참모 입장에서 좀 다른 의견이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3년 동안 태종의 모습이 있었다면 남은 2년은 세종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게 참모로서 저의 바람이다”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방송에서 진행자가 차기 대선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을 묻자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에게) 질문한 적은 없는데 어떤 답변을 하실지 짐작은 가능하다. 입장이 없다는 게 아마 입장일 것 같다”고 해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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