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로드숍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2010년 독립법인으로 출범된 후 세 번째 수장을 맡게 됐다. / 네이버지도
1세대 로드숍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2010년 독립법인으로 출범된 후 세 번째 수장을 맡게 됐다. / 네이버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내우외환에 휩싸인 이니스프리가 사령탑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대한 시기에 이니스프리를 이끌게 된 임혜영 신임 대표가 무사히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려’ 1,000억 신화 쓴 임혜영… 전환점 마련하나

이니스프리가 세 번째 수장을 맞게 됐다. 아모레퍼시픽 데일리뷰티 유닛을 전담해 온 임혜영 전무가 전임자인 김영목 대표로부터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이번 이니스프리의 수장 교체를 두고 업계에서는 ‘깜짝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년간 이니스프리를 이끌어 온 김영목 대표가 비교적 단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8년간 대표직을 맡으며 이니스프리의 기틀을 다진 안세홍 현 아모레퍼시픽 사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재직 기간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김 대표를 아모레로 조기 복귀 시키고 새 사령탑을 임명한 건 이니스프리가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이니스프리는 당면 과제인 실적 개선을 성사시켜야 함과 동시에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

K-뷰티의 초석을 마련한 1세대 로드숍의 선두주자로 불린 이니스프리는 경영환경 변화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 뷰티업계 지각변동을 불러온 H&B스토어의 급성장과 큰 손인 중국 관광객 감소로 고민에 빠진 가운데 코로나19까지 터져 고객 유입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 2010년 아모레퍼시픽 내 사업부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법인으로 격상된 후 5년간 급성장해 온 이니스프리는 2016년을 기점으로 하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이니스프리 새 대표로 선임된 임혜영 전 아모레퍼시픽 데일리뷰티 유닛 전무. / 이니스프리
이달 초 이니스프리 새 대표로 선임된 임혜영 전 아모레퍼시픽 데일리뷰티 유닛 전무. / 이니스프리

◇ 곪아가는 가맹점 갈등… ‘포용의 리더십’으로 풀까

8,000억원을 향해 가던 이니스프리의 연매출 규모는 2017년 6,420억원으로 뒷걸음 쳤다. 이듬해에는 6,000억원의 벽이 무너졌고 지난해 5,519억원까지 감소했다. 2,000억원에 근접했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626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임혜영 신임 대표는 상무 재직 시절 아모레퍼시픽 매스사업부에서 한방샴푸 브랜드인 ‘려’의 1,000억 매출을 달성하는 등 남다른 경영 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안세홍 사장과 동일하게 화학을 전공한 이공계열 출신 CEO라는 점도 기대치를 높이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가맹점주들과 틀어진 관계의 실타래를 풀 적격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윈윈’을 추구해야 할 이니스프리 본사와 가맹점주들과의 관계는 곪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온라인몰 운영에 강한 유감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몰 전용제품을 따로 마련하고 할인 정책을 이어가는 이니스프리를 향해 ‘가맹점 죽이기’라며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한 청원글은 이니스프리 점주들이 직면한 현실을 보여준다. 상생을 도모해야 할 본사와 가맹점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2017년 1,080개에 달했던 이니스프리 매장 수는 지난 2분기 856곳으로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부임한 임혜영 대표가 여성 특유의 포용력과 섬세함을 발휘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다다른 점주와의 갈등을 풀기 위한 소통에 나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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