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27일 오전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예비후보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이 대선 출마 후 첫 공식 행보로 대구를 찾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 등으로 멀어진 거리를 좁히겠다는 취지다. ‘중도 확장성’이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지지층에서는 힘을 못 쓰는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 ‘배신자 딱지’ 떼기 주력

유 전 의원은 27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역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저에게 서운한 감정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것”이라며 “누구보다 박근혜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고, 바른길로 가야 한다고 고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TK(대구‧경북)의 적자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배신자 꼬리표를 떼는 데 주력했다. 유 전 의원은 “대구‧경북은 저의 영원한 고향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고 대구에서 정치를 했다”며 “저는 대구의 아들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배신자′라는 비판에 대해선 “제가 입에도 담기 싫은 단어가 배신자”라며 “누가 과연 배신했느냐는 시간이 지나면 현명한 시도민들이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때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유 전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박 전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를 허구라고 지적하며 대척점에 섰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안′을 수용하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졌고, 지난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뒤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른바 ‘배신자’ 이미지에 발목을 잡혀 왔다. 

이는 곧장 지지율에서도 드러난다.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지지율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TK(대구‧경북) 민심 회복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9~10일) 대비 0.7%p 상승한 3.1%였지만, TK에선 0.8%p 감소한 2.8%였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유 전 의원은 ′중도 확장성′을 앞세워 대선 국면을 대처하고 있다. 그가 이른바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을 기치로 내거는 것도 이러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완만하지만 지지율이 오름세라는 점도 호재다. 경선을 통해 컷오프를 통과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이유다.

하지만 당장 본선 무대에 오르기 위해선 ‘집토끼’의 든든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TK는 단연 그 중심 지역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유 전 의원이 전날(26일) 출마 기자간담회에서 “오해와 서운한 감정이 쌓인 부분에 대해 제가 진심으로, 충심으로 호소드리면 마음을 많이 돌려주실 것”이라며 “그게 바뀌면 지지도가 짧은 시간에 10~20% 오르는 건 문제도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진심이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TK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거기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은 아직까진 강한 게 사실”이라며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좀처럼 변하기 쉽지 않고, 대구‧경북 사람들이 한번 해 놓은 것에 대해 잘 변하지 않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준표 의원도 ″가장 혐오하는 부류는 배신자들″이라며 ″한 번 배신해본 사람은 언제나 또 배신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유 전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유 전 의원은 오는 30일까지 대구·경북을 돌며 지역민들을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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