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협의체 구성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협의체 구성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31일 본회의를 앞두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 여야는 전날 4차례 언론중재법 관련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접 도출에 실패한 뒤 본회의 개회를 하루 연기한 바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언론중재법 협의체를 구성해 내달 26일까지 개정안을 논의하고 다음날인 27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협의체는 총 8인으로 구성되며 양당이 의원 2명과 언론 관계 전문가 2명씩을 추천한다. 해당 합의는 양당 의원들에게 추인을 받았고, 이로써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언론중재법은 잠시 유예 기간을 얻었다.

이번 여야 협상 타결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그리고 여당의 단독 처리 강행을 다소 부담스러워했던 청와대의 득실은 무엇일까.

◇ 정기국회 부담 덜은 청와대

우선 청와대는 이날 언론중재법 합의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회에서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를 위해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여당이 단독으로 언론중재법을 처리하는 데 부담을 갖고 있었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국정 과제와 관련된 법안이나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이 이뤄진다. 언론중재법 단독 통과로 인해 여야의 극한대립이 이뤄지면 청와대 입장에서도 국정 과제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30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앞두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은 바 있다. 이 수석은 방문 목적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서 언론중재법 처리 강행에 대해 우려를 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수석 방문 뒤 여당의 강행 처리 기류도 변화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는 이번 합의를 통해 당청 간 갈등의 여지를 줄였다. 야권은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만일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임기 말에 당청 갈등이 전면에 부각될 수 있다. 또 아프간 수송 작전 성공, 백신 수급 정상화 등으로 여론이 우호적인 상황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이 부각될 경우 당청 지지율 모두 하락할 여지도 있었다. 

다만 청와대는 이후로도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비판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가 여야의 언론중재법 합의에 대해 환영 논평을 냈지만, 국민의힘은 “이제 와 뒷북 입장을 발표하는 건 또 다른 이름의 무책임이요 국민 기만”이라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12인 중 찬성 139인, 반대 7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12인 중 찬성 139인, 반대 7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민주당, ‘쟁점법안 통과’ 국민의힘, ‘입법 독주 저지’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처리를 한 달 미뤘지만, 대신 의료법(수술실 CCTV 설치)과 사학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의료법과 사학법 개정안은 여야 쟁점 사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언론중재법 처리가 정국의 중심이 되면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정치권에선 언론중재법이 야권과 언론의 포화를 받는 사이, 민주당은 부담 없이 쟁점 법안 등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언론중재법은 이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태기 때문에, 언론중재법 협상이 진척되지 않을 경우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 있다. 법안 통과 과정에서 ‘독주’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지만, 야당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명분을 얻게 됐다. 

또 법안 상정이 ‘추석 이후’인 점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추석 직전에 언론중재법이 처리됐을 경우, 야당이 ‘명절 밥상’에 올라갈 정치 쟁점으로 ‘여당의 입법 독주’를 여론전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합의를 통해 ‘언론중재법 드라이브’ 동력은 약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경우 ‘170석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를 막아섰다는 성과를 거뒀다. 국민의힘은 앞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해당 법안 저지에 나섰지만, 의석수 부족으로 실패했다. 그러나 본회의 상정을 막아내며 한 달이라는 시간을 벌었다.

아울러 언론중재법 협의체를 구성해 양당과 언론 관계 전문가를 참여시킨 것도 성과로 볼 수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야권 뿐 아니라 언론 및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협의체를 통해 협상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법안’ 자체를 무산시킨 것이 아니라, ‘한 달 뒤 상정’이라는 애매한 성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협의체 구성을 통해 야당이 여당에 협치 명분만 제공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만일 협의체가 가동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의견을 들으려 했다는 ‘명분’을 무기삼아 법사위를 통과한 원안 그대로 처리를 강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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